추석 연휴 전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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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

 1960년대 폴란드의 한 수녀원에서 자라 온 고아 소녀 안나는 정식으로 수녀가 되기 직전에 자신에게 친척이 한 명 있다는 걸 수녀원장을 통해 알게 됩니다. 수녀원장의 조언대로 안나는 어느 지방 도시 법정 판사인 그녀의 이모 완다를 찾아가 보고, 완다는 조카에게 그녀의 본명이 이다이고 그녀가 유대계 가족 출신이란 걸 알려 줍니다. 2차 세계 대전 동안에 죽은 안나의 부모가 묻혀 진 곳을 찾기 위해 이들이 거치는 여정을 영화는 덤덤하게 지켜보는데, 매장면마다 세심한 구도가 돋보이는 1.33:1 비율의 흑백 촬영이 절제된 자세 속에서 상당한 여운을 남기는 가운데, 이 흥미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그려지는 1960년대 공산주의 사회의 우울한 회색 분위기도 좋습니다. 비전문배우인 아가타 트르제부초우스카의 겸손한 주연 연기가 아가타 쿠레샤의 노련한 전문배우 연기와 대비되는 모습도 인상적이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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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드 업]

[스타드 업]의 주인공 에릭의 상황은 도입부에서 보다시피 거의 내리막길이나 다름없습니다. 무슨 큰 사고를 쳐서 소년원에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그의 반사회적 폭력성향으로 인해 그는 이제 성인 교도소로 이감되었고(영화 제목은 소년원에서 성인 교도소로 조기 이송된 특별 케이스를 뜻합니다), 그는 금세 그 동네 골칫거리가 되어서 교도관들뿐만 아니라 다른 죄수들의 신경을 건들지요. 그나마 그를 도와주려는 자원봉사 상담원 올리버가 있지만, 에릭 못지않게 성질 조절에 문제 있는 죄수들과 대화를 나누는 건 항상 노력과 인내가 요구되는 가운데 별다른 전진이 없는 일상에 올리버는 서서히 지쳐갑니다. 그런가 하면 같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에릭의 아버지 네빌도 아들을 나름대로 도우려고 하지만, 아들은 빵점 아버지였던 네빌에게 감정이 많은 편이고 누가 부전자전이 아니랄까봐 네빌도 옛 성깔 드러내기 시작하지요. 기본적으로 익숙한 유형의 감옥 드라마이긴 하지만, 감독 데이빗 맥켄지는 영화 속 교도소 내 폐쇄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출연 배우들인 잭 오코넬, 벤 멘델손, 그리고 루퍼트 프렌드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특히 잭 오코넬은 [시계태엽 오렌지]의 말콤 맥도웰과 [장기수 브론슨의 고백]의 톰 하디 수준의 폭발적인 연기를 자신감 넘치게 펼치는데, 곧 안젤리나 졸리의 감독 작품 [Unbroken]에서 보게 될 이 젊은 배우가 앞으로도 좋은 모습들 많이 보여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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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진]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다큐멘터리 [잃어버린 사진]은 캄보디아 킬링 필드 학살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실제 생존자인 감독 리티 판은 자신의 경험담을 흥미로운 방식을 통해 전달합니다. 자신이 기억하는 것들을 바탕으로 그는 여러 개의 찰흙 인형 디오라마들을 만들었는데, 따로 전시해도 될 정도로 멋진 이 디오라마들이 그 당시 기록 화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큰 그림에는 부인할 수 없는 감정적 힘이 있습니다. 가면 갈수록 제자리에서 맴도는 듯한 인상을 주긴 하지만, 여전히 인상적인 작품이란 건 변함없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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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왕]

제목부터가 촌스러우니 별 기대가 안 갔었습니다만, 의외로 많이 웃으면서 봤습니다. 뻔한 이야기를 갖고 부지런하게 코미디를 한 것이나 한심해도 정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루저 주인공 만섭을 비롯한 여러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잘 굴려 간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인생 거의 절반을 대전의 어느 지방 캠퍼스에서 보낸 학사/석사/박사 팔푼이로써 저는 영화 속 여러 장면들을 보면서 속으로 낄낄거렸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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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영주와 기웅은 처음 볼 때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입니다. 영주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잘 만하면 좋은 대학 들어갈 수 있는 모범생인 반면 기웅은 선생들로부터 문제아로 찍힌 지 오래이지요. 한데 영주, 기웅, 그리고 같은 반 학생인 기택은 중학교 시절엔 같이 어울렸던 사이었고 자신의 성적 성향을 숨겨왔던 영주는 기웅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의 자전거와 관련된 문제로 우연히 기웅과 엮이면서 그는 다시 한 번 그의 감정을 확인하지요. 영화는 이런 상황에서 충분히 예상될법한 방식으로 전개되다가 결국 멜로드라마틱한 절정에 도달하는데, 그렇다고 영주와 기웅을 둘러싼 각박한 일상이 변하는 건 아니고 그 먹먹한 기분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파수꾼]이나 [명왕성]처럼 본 작품은 제 학교 시절의 안 좋은 기억들을 건드리면서 제 시선을 잡는 영화였고, 간간히 나오는 아름다운 장면들과 함께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에 보실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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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헤이즐]

모 블로거 평 인용

“It is a well-made product indeed, and most of its target audiences will get exactly what they want from it, but I somehow did not feel enough to care about its story. As quoted in the movie, pain demands to be felt, but I only saw it while not feeling it that much.”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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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시한부 인생을 소재로 한 영화이니 오글오글할까봐 걱정했는데, 신파 수위를 적절히 맞춘 가운데 배우들도 잘 캐스팅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무난하긴 한데, 제 관심을 충분히 잘 잡아당기지 못했고, 그러니 보는 동안 간간히 속으로 툴툴거리곤 했습니다. [안녕, 헤이즐]을 보고 난지 얼마 안 되어서 또 다른 무난한 불치병 신파 각색물을 봐서 그런지도 모르지요. 하여튼 간에, 주변 관객들이 과하게 반응하지 않은 걸 고려하면, 여러분들도 본 영화를 저보다 더 괜찮게 보실 가능성이 많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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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

 단언컨대, 올해의 막가파 영화입니다. (***) 


    • 안 그래도 볼려던 영화중 몇 개가 저기중에 있네요. 언제나지만 후기 감사드려요. 많이 참고가 됐습니다.
    • <스타드업>을 제일 먼저 봐야겠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교도소에 수감된다는 설정부터 재미있는데 아들이 소년원에서 교도소로 조기이송되는 (소년원 조기졸업?? ^^) 특별 케이스라니 아버지가 아들을 어떻게 다룰지 궁금하네요. (부전자전 아니랄까봐 아버지가 옛 성깔 드러낸다는 부분에서 기대 만발 ^^) <이다>는 수녀원 내에서 진행되는 영화는 아닌가봐요. (수녀원 설정 좋아하는데 아쉽네요.) 

      • 어제 <스타드 업>을 찾아서 봤어요. 브리티시 액센트에 하도 F-word가 많아서 대사를 잘 알아들을 수도 없었지만 뭐, 이 영화는 '액션' 영화니까 ^^ 몸짓과 목소리로 대충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고요. 


        이 세상 자식들이 다 아버지와 비슷한 삶을 되풀이해 살게 된다 해도 네빌이 에릭에게 마지막으로 해준 그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자신의 삶을 그럭저럭 견딜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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