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변경 + 일 못하는 화공과 아저씨 이야기

전공을 화공에서 화학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화공 수업은 가면 갈수록 화학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남들은 두 학기 뙇 듣고 나서는 듣기만 해도 진저리를 치는 유기화학은 물론 아직 배울 게 많다지만 랩에서 어떻게 보면 단순작업인 일을 몇시간동안 해도 재미있고 하니까 '내가 정말 돈 좀 더 벌자고 하고 싶은 걸 냅두고 하기 싫은 걸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계속 불어나더라고요. 아무튼 처음으로 어떤 길을 갈지 가닥이 잡히니 평소 느끼던 막연한 답답함/불안함이 좀 가시더라고요. 학기 내내 제대로 된 수업은 달랑 두 개밖에 안 듣게 된 건 자랑입니다 음하하하






전공 바꾸기로 한 김에 이번학기 초에 있었던 열불 뻗치는 이야기 하나. 어제 오늘 일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글이 몇 개 올라오길래 생각난 얘기에요.



이번 학기부터 유기화학 랩에서 학점을 받으면서 일을 하기로 했어요. 근데 학점을 받는 것도 시스템상으로 어떤 수업에 등록해야 하는데, 화학공학+화학을 복수전공(...) 하려던 저는 화학과 수업을 넣든 화공과 수업을 넣든 상관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화공 수업으로 등록하면 학점당 요구시간이 좀 줄더라고요. 그래서 그걸로 하기로 했죠.


근데 이 '수업'은 등록하려면 담당자에게 허가를 받아야 돼요. 이 담당자 아저씨는 제가 아는 한 하는 일이 딱 그거에요. 화학공학과에서 허가를 받아야 들을 수 있는 수업들 허가 내 주는 거. 그래서 등록 마감하는 주 화요일에 담당자를 찾아가서 서류 작성하고 직접 줬죠. 그러면서 언제쯤 등록할 수 있을지를 물어보니까 오늘 중으로 처리할 거라고 하네요. 등록 마감은 금요일이고, 오늘 못해도 내일이면 될테니 별 문제 없겠다 싶었죠.


...이틀이 지나도 등록하려고 하면 허가받지 못했다는 표시만 뜨는 겁니다.


그래서 수요일 밤에 이메일을 보냈죠. 바쁠 수 있으니 하루 시간은 줍시다.

->묵묵부답

금요일은 또 이 아저씨가 사무실에 없네요. 그래서 이메일 한통 더. 

->월요일 지나도 묵묵부답

결국 지는 셈 치고 화요일에 사무실을 찾아갔는데, 물어보니까 자기가 시스템을 확인해 보겠대요. 그러고 그날 저녁쯤 이메일이 왔는데, 시스템 확인해 보니까 허가가 내려져 있고, 수업에 등록할 수 있을 거래요.


......그렇게 깔끔하게(?) 됐으면 제가 이 글을 안 쓰고 있겠죠. 안 된다고 이메일 보내니까 또 한 이틀 지나도록 묵묵부답. 다음날에 사무실 가 보니까 없어요 또. 분명 문짝에 자기가 언제 사무실에 있을지 시간표도 딱 걸어놓고는 삼십분이 넘도록 어딜 가서 안 와요. 무슨 점심 시간 근처도 아니고 4시쯤인데 안 와요. 화학공학 오피스를 가도 일반공학 오피스를 가도 모르겠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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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몇천명 되는 공학생들 전체를 담당하는 것도 아니고 화학공학 수업 허가만 담당하는 사람이 그걸 못 하면 뭐 어쩌자는 건가요. 알고 보니까 이 아저씨는 이메일 답장 제 때 못하고 일처리 제대로 못하기로 학생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더군요. 근데 화공과 오피스 사람들은 "어? 그 사람 이메일 체크 잘 하는데?" 하는 걸 보면 이건 도대체 무슨... 만만한 학생들은 그냥 대충 씹고 높으신 분들하고만 콩닥콩닥 잘 하고 살아가는건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래서 "안 해 XX" 하고 그냥 화학과 수업으로 등록하기로 했죠. 몇 시간 더 일해도 일하는 게 좋은데 뭐 어때요. 그 전에 전공에 대해 화학과 카운슬러랑 얘기를 해 보려고 이메일을 보냈는데, 이 분은 일반화학 + 타 전공 학생들의 화학 관련 문제 등을 혼자 다 상담해 주는 분이 반나절도 안 돼서 답장이 칼같이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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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다른 서류를 작성해서 화학과 랩 수업 담당하는 사람에게 가져갔는데, 이 분은 또 저번 한 주 동안 어디 가 있었다네요. 그 동안 일이 꽉 밀려 있을테니 며칠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이 분도 12시간도 안 넘겨서는 잠 깨기도 전에 어떻게 등록하는지까지 상세하게 이메일을 뙇 보내놨네요.






무슨 좀 구린 학교도 아니고, 또 여기 공과 - 특히 화공과는 꽤 수준이 있는 편으로 알고 있거든요. 2014년 미국 내 순위가 20위권이었던가? 그런 곳에서 일처리를 저따위로 하고도 돈 벌어먹고 살 수 있다니, 그냥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더군요. 이런 경우에 학생이 학교에 클레임을 걸 수 있는 방법 같은 것도 있을까요? 화공을 이제 안 하기로 했지만 저랑은 관계 없이, 저런 사람이 학생들과 교류를 많이 하는 자리에 앉아서 놀매놀매 돈을 벌어먹고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면 오버인 걸까요.

    • 랩하니까 히끼히끼 하고 싶어집니다 (죄송)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글 주욱 읽으면서 학교 다닐때 행정실 사람들이 생각도 나고요 그랬어요


      고생하시는군요;

    • 그냥 화공 계속해요. 회사 서류 번역 물어봐야 하는데

    • 화학과 화공 복수전공이라... 정말 궁금합니다.


      나름 이과 출신이라 자연대-공대에서 또 다른 유사한 관계를 찾아보려 했느나 딱히 떠오르는게 없네요.


      천문-항공우주공학부...는 전혀 다른 관계일테고


      생명과학-의대/간호대/수의대/농대 관계와도 다를 것 같고


      수학-수학교육 정도의 차이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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