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제국을 다시 봤어요.

전 이 영화를 개봉당시 극장에서 본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다시 볼 기회가 없었어요.

생각해보니 벌써 25년전이네요.

크리스천 베일이 꼬마로 출연해서 저보다 한참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찾아보니 저와 비슷한 또래잖아요. (나이 인증 ㅠㅠ)

지금까지도 그렇게 믿은 건 다 이 영화때문이예요. 영화에서 나온 크리스천 베일이 저보다 많이 어린 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영화에서 시종일관 베일의 중2병을 보여준 탓도 있을 거예요.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엔 중일 전쟁에 대한 역사적 이해도 전무했고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로서의 이해정도만 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당시에 이 영화가 굉장한 수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개 민간인인 어린 소년의 인생을 전쟁이 어떻게 망가뜨리고 변화시켰는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배경이 포로수용소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다시보니 민간인 수용소였어요. 오히려 전쟁이라는 배경에 비해 분위기가 너무 자유롭고 느슨하게까지 느껴지는. 예전에 봤을 땐 그게 왜 그렇게 끔찍한 환경으로 생각됐을까요?  


그러니까 영화의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에서 주인공의 역할에 이입을 했을 때는 소년이 겪는 일들이 너무 가혹하고 끔찍하게 여겨졌거든요. 

또 영화가 예전보다 훨씬 길게 느껴졌어요. 분명 극장에선 두 시간을 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 때는 두 시간이 넘는 영화들이 별로 많지 않았거든요. 아마 배급과정에서 편집을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모든 장면 장면을 다 기억을 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본 전쟁영화들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게 본 영화이기도 하고요. 또 그 때도 영상미가 굉장하다고 느꼈는데 지금 다시 봐도 그렇습니다.  


25년이 지나 어른이 되어,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니 어렸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띕니다.

오늘은 영화에서 찰스 디킨스 분위기가 좀 풍긴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올리버 트위스트와 비슷한 맥락이라고나 할까요?

또 스필버그 특유의 동화적 정서가 많이 녹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배경이나 이야기 자체는 사실적이지만 플롯이 AI 나 ET, HOOK 등에서 익숙하게 보아오던 그런 정서요. 일단 집을 나와서 먼 길을 떠나는 건 이야기가 시작되기 위한 필수 요소죠.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온갖 역경을 이겨 나가는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의 길동무가 되어주는 조연들. 아름다운 영상미도 그런 느낌을 부추기는 데 한 몫 거듭니다. 하지만 관객은 이야기가 동화와는 달리 역사적으로 실제 일어났던 전쟁에 대한 것이라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렸을 때 느꼈던 참혹했던 감정은 좀 덜했어요. 더 이상 주인공의 나이에 이입하기가 어려웠던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극장이 아닌 집에서 안락하게 소파에 누워서 봤던 환경 때문인지도 모르죠. 아니면 너무 많은 영화를 봐 와서 이젠 정서가 무뎌져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왜 이 영화를 그렇게 어둡고 우울한 영화로 기억했을까요? 지금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일본군이 들은 이야기와는 달리 너무 코믹해보였습니다. 특히 가미가제 특공대들은 바보로 만들려고 작정하고 그렇게 묘사한 건지 아님 원래 그랬던건지 많이 웃프더군요. 25년전 극장에서 그들은 굉장히 끔찍한 사람들이었는데 참 이상하죠? 

 

그 때도 스필버그가 왜 아카데미상을 받지 못했는지 의아했는데, 지금보니 여전히 그게 의문이예요.

감정 묘사도 섬세하고 영상미도 아름답고 이야기도 재미있고 감동도 있고 등등등 잘 만들었는데 말이죠.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녀석, 어렸을 때부터 재능이 돋보였어! 얼굴도 그대로예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 찾아보니 1987년작이고 한국은 개봉이 2년 늦었군요. 그래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생각했나봐요. 그 나이때는 2-3년이면 엄청난 격차죠.

 

    • 저도 좋아하고 스필버그 작품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지 오래돼서 다시 보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배경이 된 사건은 41년 일본이 태평양전쟁 일으키면서 상하이 조계를 점령한거죠 전 중국인 하인들도 인상 깊었습니다
    • 저도 개봉할 때 봤었고 그 또래들은 다들 비슷하게 느꼈네요. 85년 소련감독 엘렘 클리모프의 '컴 앤 씨'를 보고 만들지는 않았을까요? 소년이 전쟁중 고생으로 인해 영화가 끝날 때 쯤에는 이마에 주름이 팍팍~~이 베일의 마지막 얼굴과 겹쳐지지만 미국영화답게 음악과 영상을 이쁘게 넣었지요. 

      • '태양의 제국'은 원작이 있죠. 유명한 SF 작가 '제임스 G. 발라드'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 나중에는 <크래쉬>를 쓰죠 수용소에서의 경험이 작품세계에 어떤 영화를 미쳤는지는 궁금합니다 의대재학 중 사람들의 몸에 생긴 상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건 본 적이 있어요
    • 하인에게 뺨맞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이 영화는 수호간?이라는 멋진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 중학교 때 친구가 추천했는데 감독도 그렇고 기대 엄청했다가 존 기억..처음과 마무리는 인상적이었어요.크리스찬베일도 참 똘똘하고 잘생겨서 두근두근 했더랬는데 어른얼굴은 흠...좀 무서워졌어요.
      • 음악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1989년에는 국내에 인터넷도 없어서 찾아보지도 못했죠. 지금은 유튭으로 여러가지 버전을 마음껏 감상하는 시대.. 특히 일본군 출격하는 장면에서 소년이 부를 때 노래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 특수효과 없이 뭘랄까 모처럼만에 예산을 마음껏 써서 멋대로 만든 그런기분일까요. 진짜 아버지든 가짜아버지든 아버지에 대한 기대나 애정도 역시 이 작품에서는 빠지지 않고 미군 숙소로 옮기는 장면에서는 손발도 좀 오글거리지만 그 장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촬영내내 데이비드 린을 생각했다지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게, 뭐 하나 실패하고 나면 '흥행? 돈? 그까짓꺼 내가 마음만 먹으면 금방이야' 꼭 그렇게 말하는거 같아요. 이거 뒤에 금방 인디3을 만드니까요. 후크 다음에는 주라기 공원이었고.    

      • 그 중에 '후크'에서 '쥬라기 공원'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영화사에서도 큰 사건이었더랬습니다. '후크'로 전통적인 아날로그 특수효과가 종말을 고하고 '쥬라기 공원'으로 ('터미네이터2'와 함께) CG를 중심으로 하는 하이퍼 리얼리즘의 세계를 맞이하게 되는 시간으로 기록되는 부분이죠. (고마웠습니다. 아날로그!  환영합니다. 디지털!)

        • 후크에서 피터팬이 하늘에서 내려다본 네버랜드 모습에 ILM이 CG맛을 보여주지만 스필버그는 신통찮게 생각했다고

    • 컬러퍼플이랑 이작품이 오스카에서 무시받자 스필버그를 오스카 위원들이 싫어한다는 말이 돌았죠


      하지만 93년 쉰들러리스트 98년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감독상 2개 받으면서 이런말은 없어졌죠




      제가 보기엔 이런 아역 주인공에 따뜻한 영화를 오스카에서 별로 안좋아하는거 같아요


      비슷한 시기에 나온 존부어만의 희망과 영광도 후보에만 오르고 무시 받았죠


      그때 받은 작품상 수상작은 마지막 황제

    • <태양의 제국> 저도 반갑네요. 


      전 이 영화 개봉 당시는 못봤고 다음에 집에서 비디오로 봤는데 극장에서 못본걸 후회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이 작품에 빠져서 <원작소설>도 읽고 그랬어요. 


      저도 베일이 엄청 어린애인 줄 알았다가 제 또래라는거 알고 멘붕;; 했던 기억이--;;


      고딩때 베일에게 한참 빠져서 영화 스틸 사진을 당시 참고서 표지에 끼워넣고 다녔었거든요ㅋ




      일본군이 코믹하게 나오나요? 


      저도 그 당시 참 무섭구나...하면서 봤던터라;;


      어른이 된 지금 또 보면 다르겠군요ㅋ

      • 일본군 출격하는데 그 상황이 본인들은 비장한데 보고 있는 사람들은 개그 콘서트같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몇 개 있습니다. 어쩌면 "민주화된" 시대를 잠깐 살아봤기 때문에 비로소 보인 게 아닌가 하는데요. 스필버그가 일본을 깔려고 일부러 집어넣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당시 일본군의 리얼리티일수도 있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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