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 이전과 이후의 달라진 점 한가지
앞 쪽의 글에서 결혼을 당연시 여기는 문화 (결혼 안하는 사람에 대한 폭력에 가까운 오지랖) 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저도 결혼하기 전에 '남자친구는 있냐,, 빨리 좋은 사람 만나서 연애해야지 -> (연애중일때) 빨리 결혼해야지..-> (애 낳기 전) 빨리 애기 낳아야지...-->
(첫째 아이 낳은 후) 빨리 둘째 낳아줘야지, 혼자 크면 외롭다는 협박성 멘트 --> (둘째 낳은 후) 요즘은 잠잠하네요,, 딸1, 아들1 무슨 교과서에 나올 법한 4인 가족을 완성시키고 나니 사람들이 드디어 별 말 없습디다 '
결혼/출산/육아는 희생입니다. 잃은게 많아요. 모두들 그러하시겠지만 저 역시 건강, 시간, 돈, 취미생활, 직장을 때려치울수 있는 자유, 부부간의 애정(친밀함), ... 등을 잃고 지내고 있어요.
물론, 제가 선택한 삶이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그 와중에 재미있거나 행복한 시간도 많지요~
어쨌든 결혼/출산/육아는 어느정도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싱글인 지인, 결혼했어도 자녀를 안 갖는 지인이 있어도 '그래도 괜찮아, 다 장단점이 있지' 라고 말해준답니다.
그런데 아이를 갖게 되면서 그 이전과 이후에 제 자신이 크게 변한게 한가지 있어요.
저는 원래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성향까지 있어서 타인의 고통이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는 성격이었어요. 그리고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시끄럽고 혼란만 일으키는 피하고 싶은 존재였지요.
그래서 TV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학대, 구타, 성폭행, 살인 등등) 가 보도되는 걸 봐도 이런 생각만 했습니다. "아이구, 저런 세상에 나쁜 놈들! 저런 것들은 다 엄벌에 처해야돼! 우리나라 형량은 너무 가볍다구!!"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난 이후에는요,,,
그런 흉악범죄의 보도를 보고 나면,, 눈물이 주체할수 없이 나고 그 아이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미칠 것 처럼 아파요. 그 고통을 꼭 내 자신이 겪은 것 같고, 내 아이가 겪은 것 같고,, 실제로 날카로운 칼이 심장을
찌르는 것처럼 아픕니다. 범죄자 따위 형량이요..? 물론 엄벌에 처해야죠,, 그렇지만 아이가 겪었을 고통에 비하면 그게 어떻게 보상이 된답니까,, 그것보다도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아무도 돕지 못했다는 사실이
가슴을 미어지게 해요.
10개월밖에 안 된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서 몇개월씩 집을 비워둔 부부, 게임하느라고 아이를 방치해서 병들고 굶어죽게 만든 부모, 어린아이 입에 황산을 들이부은 범인, 아이를 때려서 죽인 계모, ,그리고 세월호 사건까지...
가해자에 대한 분노는 2,3번째로 밀려나고, 일단 피해자인 아이에 대한 아픔, 그리고 그 부모가 느꼈을 고통이 함께 느껴져서 미칠 것 같네요.
저는 여전히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에 속합니다. (제 아이들은 낳은 정 , 기른정때문에 이쁜거 같아요)
그렇지만 고통받는 아이들에 대한 아픔과 공감은 확실히 출산 전과 변했어요. 이런 변화는 제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에 분노하고 눈물흘리는 건 꼭 출산과 육아를 겪어야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결혼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지만 그런 뉴스를 보면 화가 나고 슬픕니다. 저도 예전엔 어린아이였고, 누군가의 아들/딸이니까요.
물론 제 손으로 아이를 낳진 않았으니 정도는 다르겠지만요.
네, 물론 그렇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산과 육아를 겪어야만 아이를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에 분노하고 눈물흘릴수 있다' 라고 주장하는게 아니에요. 저처럼 개인적인 성향, 타인의 고통을 내 일처럼 느끼지 못하는 성향의 사람조차도 출산/육아를 경험하고 나니 다른 아이의 아픔을 공감하며 함께 아파할수 있게 되었다 라는 것이지요... 제 개인적인 변화에 대한 얘기였어요..
저도 turtle님 글에 동의하지만,
어떤 매정한 엄마가 아이를 버렸는데, 경찰서에 주욱 늘어놓은 아이 유품 중에 차고 있던 기저귀를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아이 낳기 전이었다면 그 타이밍에 눈물이 나진 않았을 거예요.
저도 진짜 개인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지금도 어느 정도는) 아이를 낳고 나니 달라지긴 하더라구요.
노엘라님 얘기처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나 유기된 아이 이야기를 보면 미칠 것 같아요.
아이를 낳기 전에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일이 저의 죽음이었는데 이제는 아이를 잃는 것이 가장 두려워요.
저도 아이가 생긴 후에 감정의 폭과 깊이가 화악 커진것 같긴해요. 그게 제 삶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기도 하구요.
예전에 어떤 배우가 그러더라구요 아내와 아이가 생긴 후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종류가 10배쯤 늘어난것 같다고 ..굉장히 공감가는 말이라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꼭 낳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것처럼 잃는것도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꼭 낳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2222222
동감입니다. 심지어 저는 가족들에게는 차마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다시 결혼 시점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영어로 vulnerable 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거예요. 노엘라님의 모든 말에 동의하고 세상 살기가 그래서 아주 힘들어요...정말 미칠 것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