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자격

요즘에 결혼 적령기 (20대 후반~30대 중후반) 에 들어서 결혼에 골인한 사람들은 일련의 능력을 패키지로 갖추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 패키지를 구성하는 남녀공통된 일련의 능력은,


1) 정기적인 소득

2) 안정적인 직장

3) 일정한 저축

4) 이성이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신체적 성격적 특징들 


여기에 좀더 더한다면, 


5) 남자의 경우에는, 함께 가정을 꾸릴 집이 있느냐 (전세든지 자가소유든지) 

6) 그리고 남녀 모두 1번, 2번, 3번, 그리고 5번 (때로는 4번도?) 이 없더라도 부모의 재력이 충분하며 그 재력을 자식의 결혼식과 결혼생활의 지속을 위해 투자할 의사가 있느냐. 


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물론 결혼은 사람의 일인지라 다양한 양상을 하고 있겠지만 보통 대졸 사회초년생이라면 저런 조건을 갖추어야 결혼 적령기가 되었을 때 결혼이라는 인생과업을 이루게 되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여자의 경우 1,  2, 3번의 경제적 능력조건을 총족하지 않아도 상대방 남자가 그러한 결핍을 뛰어넘을 정도로 여자에게서 가치를 느낀다면 (여자의 외모가 뛰어다든가, 심하게 사랑한다든가, 현모양처의 자질이 충분하다든가, 사미센을 기가막히게 연주한다든가, 개개인 남자들의 선호에 따라 다르겠죠) 무난히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의 경제적 능력이 결혼에 있어서 별로 고려가 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처럼 벌어먹고 살기 팍팍한 시대에 여자도 1, 2, 3번의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대학을 졸업하여 회사원으로 일하며 부모의 지원은 보통 수준인 남자들이 결혼상대로 생각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단지 저의 관찰에 의존한 결과입니다.) 


1, 2, 3번 같은 경제적인 능력이 결혼 가능성을 얼마나 높이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미 많이 나와있는데요. 제가 요새 관심이 생긴 것은 이른바 '결혼의 경제적 선행조건' 입니다. 그러니까 저런 조건들이 갖춰져야만 결혼을 염두에 두거나, 결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가지고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한다는 거죠. 좀더 오래 기간 교육을 받기 때문에 (학생신분으로는 소득도 없고 직업도 없으니까요) 현대사회에서 결혼이 늦춰지는 요인도 크게 차지하지만, 요즘처럼 혼자 벌어서 가족을 꾸리기 힘든 시대에는 남녀 모두 경제적 선행조건을 갖춘 다음에야 결혼을 고려할 수 있어서 점점 결혼이 미뤄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그러니까 경제적 선행조건을 원인, 결혼을 결과로 보는 인과관계를 주장하는 것인데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현재 제 논리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껴요. 아,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러하다는 건 아니고요. 제 주변의 인식을 바탕으로 생각해본 건데 다른 의견이나 수정해주실 얘기가 있다면 논의 부탁드려요. 



6번 항목에 대해서도 더 할 얘기가 있고, 결혼하기 이전에 육아와 양육에 대한 고려도 들어갈 경우 추가되는 선행조건도 있지 않을까 더 얘기하고 싶은데 우선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 일단 결혼할 '자격'이라는거부터 빵 터졌고;;(자격이라..자격이라..자격이라...
      일단 1~6번 구체적으로 어떻게 충족해야 결혼 공인자격증 나오나요? ^^ (나도 ^^이모티콘 써먹어 봐야지 잇힝)

      그리고..세부적으로는 5번조건 참.....OTL..

      나이 꽤 먹었고 직장은 월소득 어느정도 이상 번듯하게 다녀도..함께 가정꾸릴 집 아직 안갖춰놓은 원룸 월세같은거 사는 남자들도
      아직 많을텐데...


      요새 전세가 워낙비싸 수도권 변두리 찾아 헤매도 쓸만한 전세 구하기 힘든 경우도 많고;;;

      음 집도 서로 힘모아 보태서 월세->전세->자가 이러는 부부들도 있을텐데... 5번이 특히 남자의 조건이라는 명시한 부분은
      좀 기분 괜히 꿀꿀하긴 하네요.. 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는데 제가 어떻게 바꿀순 없는거겠지만요.

      어쨋든 대한민국 싱글 여성들중 많은이가 5번조건을 많이 중요시한다고 생각하면 좀 암담하긴 하네요.. 음..저같은 경우 부모님이
      지금같이 사는집 저 결혼하게되면 결혼할 여자랑 살집으로 주겠다 이러시는데 정말 듣기만 해도 너무 미안한 말이라..ㅎㄷㄷ 정말
      저도 밑에 스타더스트님이 말씀하 신거처럼 부모님 힘들게 대출이자 갚아나가며 마련한 집 제 결혼한다고 받으면서 출발하는 염치없는
      짓은 하기싫은데..

      흠.. 한국여성분이랑 결혼하고싶으면 부모 등골이라도빼기라도 해야 결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건지.. 그점도 씁쓸하긴 하네요 안그래도
      공부한답시고 나이먹고도 집에 돈은 안보태주고 미안한판인데 흑...예전에 타 커뮤니티에서 결혼이라는 테마에 있어선 이젠 여자가 여자가 아닌 돈으로 보인다는 글을올린적이 있는데 또 그런글 올리고싶은 충동이 갑자기 들기도 하네요 -_-;
    • 사미센을 기가막히게 연주한다든가
      so cute!
    • 5)남자의 경우 집,집?집!...그냥 요즘은 헛헛한 웃음만 뱉게 되네요. 정녕 같이 마련하고 갚아 나가면 안되는 겁니까. 기성세대들 인식 고리타분 어쩌고 하면서 저런 불평등은 왜 답습하고 안고 가려고 하나요. 여자들 만큼은 아니겠지만 남자들도 괴로워요. 결혼할 여자가 아니라고 해도 사회적 인식이 주는 압박, 부담감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 뭐 인간은 누구나 물질에 약한 이기적인 동물이라고도 말하기도 하니 제가 여자입장이라도 물질적인거만 따진다면 집먼저 마련해온 남자가 더 끌릴 순 있긴 하겠죠.. 뭐 당연한 인간의 본성이겠지만 막상 듀게에서도 마XX럽 같은데서 이남자 연봉얼마고 집은 수도권 어디
      변두리 전세라 애매하고 이런데 이남자 조건어때? 결혼할만한 '자격' 있어? 이런 품평글 비스무레하게 점점 듀게에도 올라오는거 같아
      서글프네요.. 이젠 듀게에서도 낭만같은건 없다고보는게 빠를지도...
    •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집 없는 '남자'는 결혼할 생각조차 말아라, 는 게 아니에요.
      (사실 제가 제시한 경제적 선행조건 중 집을 빼면 남녀 모두 해당되고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연구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남자의 집 소유 여부 (home ownership) 가 결혼 가능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답니다.)

      이러한 결혼의 경제적 선행조건들 때문에 혼인률이 점점 떨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몇몇 기성세대들이 생각하듯, 요새 젊은 애들은 이기적이고 혼자서 지 멋대로 살고 싶어서 결혼을 안하는 게 아니라, 결혼할 능력과 자금이 안 되어서 못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서요.
      그래서 결혼 적령기에 무난하게 결혼에 골인한 사람들은 역으로 저런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는 신호일 정도로, 결혼이 일종의 능력을 검증하는 지표 (merit badge) 가 되지 않았나 하는 논의는 이미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비단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고, 제 주변의 케이스는 거의 저런 경우라서 다른 분들의 경험담과 의견이 궁금해서 올렸습니다.
    • 제 주변도 저래요.

      사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주변인들이 결혼적령기에 완전히 들어서려면 제가 아직 나이가 좀 모자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십대에 일찍 결혼한 커플들은 전원 6이 되더라구요.

      결혼하고 나서도 용돈받는건지...;
    • 5번은 글쎄요...최소한 제 주변은 아닙니다.
      저도 그렇고 집을 여자쪽에서 준비하거나 반반부담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그게 당연하다는 인식도 꽤 많구요. 어찌되었거나 둘 중 하나, 혹은 둘이 합쳐서 집을 마련할 정도의 능력을 갖출 필요는 있는거겠죠(혹은 부모님의 지원, 이건 6번 항목이네요).
    • 음.. 5번에 대해선 마XX럽 글 여성분들끼리 나누는 이야기 보면..

      소위 비싼값일땐--; 그니깐 대학졸업직후정도 나이도 어리고 외모도 한참 꽃필정도고 이럴땐.. 당연히 남자가 해와야지 이렇게

      말하다가 한 몇년지나면... 그래 남자에게 집 다해와라고만 할 수 있냐 나도 보탤수있으면 보태야지 이렇게 바뀌기 마련이니

      이런글은 본적 있네요. 물론 또 댓글로 케바케다.. 난 반대로 바뀌었다 하며 리플 줄줄이 이어지긴 했지만...
    • 사미센 연주.. 무슨 말인지 이해 못했으나 패스.
      근데요, 못 살고 조건 엉망인 사람들도 결혼은 하죠. 부익부 빈익빈이 여기에도 들어맞는 것 같아요. 가진 자는 점점 미루고 없는 자는 살 부비고 사는 것에 만족하고 질러버리는.
      배우자의 저런 조건들을 보고 있으면 은근 열폭하게 되는 것 같아요.
    • 경제적인 부분으로 한정한다면 많은 부분 일리있는 얘기입니다만(케바케는 있죠. 저만 해도 남편이나 저나 직장 없던 학생시절에 결혼해서 생활비만 벌면서도 행복하게 결혼했으니까-.-) 여성들의 경우에는 다른 문제가 더 있죠..

      이제 여성도 경제활동을 하는 시대가 됐는데, 아직도 한국의 문화나 관념은 결혼해선 여성이 가사일의 주체가 되고, 육아의 주체가 되고 시부모님 봉양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많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거...가..(남성들 중에 변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시댁의 요구들은 여전히 전근대적입니다) 여초사이트 가보면 바로 이것이 20,30대 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가장 큰 벽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두렵다고나 할까. 그런 사회적인 관습적인 생각들에 대해 엄청난 두려움이 있어요..

      남자의 경우라면 쓰신 이야기가 많은 부분 맞죠. 일단 아직도 남자에게 경제적인 걸 요구하는 측면이 크니까.
      그니까 해결방법은 경제적인 부분도 남녀공히 함꼐 해결해나가고(집도 같이 구하고) 가사나 양육에 관해서도 남녀공히 함께 해결해나가면 결혼이 좀더 쉬워지지 않을까요(물론 결혼의사가 있는 사람에 한해서). 근데 양육 문제는, 아무래도 여성이 신체적으로 출산을 하는 한, 완벽히 해결되진 않겠죠.
    • 남성들에겐 '집을 해결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요구'가 엄청나고 실질적인 두려움으로 작용한다고 하면,
      여성들에겐 '제가 위에서 쓴 그런 사회의 암묵적인 요구'가 엄청난 두려움으로 작용한다고나 할까요. 제가 여성이라서 여성들의 마음을 좀더 많이 공감하니까 여성의 입장에서 쓰면 말이죠. 자유롭게 크고 공부하고 살아온 20,30대 여성에게 이 두려움은 의외로 정말 엄청납니다. 그러니까 결혼을 고려하는 여성분들은 전자의 두려움을 가진 남성의 입장을 생각해주시고, 남성들의 경우는 여성들의 저 두려움을 해결해주고 함께 해나가겠단 대화만 해도 결혼하기가 수월할 듯합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둘이 함께 책임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싶어요.
    • 팝풀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솔직히 저만 해도 어느 정도 저혼자 먹고 살만한 수입이 보장되고 하니 결혼할 마음이 안들어요. 물론 노후의 문제라든가 그런 게 있어서 결혼을 고민하게 되는 게 사실입니다만, 주위 이야기를 듣다보면 정말 내가 뭣때문에 그런 희생을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거든요. 저도 제가 모은 돈, 상대가 모은 돈 합쳐 집도 작은 빌라라도 마련하고 살림 챙기고 그러고 싶어요. 하지만 그게 예단문제같은 게 엮이면 잘 안되거든요. 그럼 나도 줄거주고 받을거받겠다는 맘이 되어 버리는 거죠. 게다가 결혼후에 그 압박들. 전 생각만 해도 끔찍스러워서 절대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나도 귀한 딸인데. 시집이라는 걸 가서, 단 하나 믿은 남편조차 나를 고립시킨다면...ㅠㅠ(전 주위에서 그런 케이스를 너무 많이 봤어요. 생각만해도 지옥같네요.) 솔직히 지금도 부모님의 압박만 아니면 딱히 결혼하고 싶진 않아요. 제가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너무 많으니까요.
    • 그런데 시댁으로부터의 압박이 두렵다면, 사실 남편의 능력으로 마련한 집이 아니라, 시댁이 마련해 준 집은 여자쪽에서 거절해야 하는게 현명해요.
      모든 것은 give and take.

      물론 보태준 것 없이 당당하게 며느리 잡는 어처구니 없는 시댁도 있지만, 결혼할때 아들이 준비한 만큼 며느리도 경제적으로
      보탬을 했고, 본인들이 보태준게 없다면 시댁이 주장하고 싶은 부분도 작아질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런 거 거절하고 싶으면 여자본인이 보태줄 능력이 있거나, 아니면 결혼할 때 시작하는 수준을 많이 낮추거나 그 수밖에 없겠죠.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7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8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