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결혼하는 남자의 조건

어제 불타는 용광로님의 프로포즈 (내지는 사귀어보자)는 글이 올라오면서 여러 분들이 이와 관련한 글을 올리셨습니다.   젊은 시절에 연애와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한때일진대, 저는 그 빛나는 한때가 오래전에 지난지라 그 젊음이 부럽기도 하고, 또 고백하는 남자분의 심정, 고백받은 글쓴분의 심정이 마구 이입이 되어 즐겁게 그 글과 댓글을 읽었어요.     그런데 그 글과 댓글(특히 적금과 부모의 지원 등 돈 얘기)들을 보면서 묘하게 얼마 전에 남편의 무책임한 태도때문에 결코 행복하지 않아 보이는 결혼에 대한 글, 그리고 시댁의 어이없는 기대와 요구와 남친의 우유부단으로 7년의 연애지만 결혼을 망설인다는 글이 생각났습니다.

 

불타는 용광로님의 글은 결코 좋지 않은 입장에 계신 2분의 글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광로님의 그 분은 자기가 모은 적금과 그리고 모자란 건 집에서 어느 정도의 도움을 받아서 전세정도는 마련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는데, 전 이게 굉장히 좋아보입니다.  영리해 보이구요.   그 분이 의도적으로 하셨는지 그냥 하신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건 나는 결혼생활에 있어  최악의 2가지는 해당되지 않는다를 쉽게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결혼생활의 최악의 2가지는 위의 두분의 Case라고 생각합니다.  남자가 생활에 대해 무책임한 것.  시댁이 어렵거나 문제가 있어, 결혼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이 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결혼생활이 행복해 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적금이나 집안의 지원으로 전세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는 얘기는 외제차 몰고 나오거나, 재산세 얼마라는 얘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거라고 생각합니다.  외제차나 재산세는 돈(자기 돈이겠습니까? 부모돈이죠)으로 상대의 환심을 (매우 유치하게) 사려는 느낌이지만, 적금(나의 노력, 성실한 생활태도)과 집안의 적당한 수준의 지원(적어도 결혼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집은 아니다)은 적어도 나는 당신이 결혼을 고려해 볼만한 남자라는 어필을 하기에 아주 진지하고 담백한 태도가 보이는 언급이라고 생각해요. 

 

불타는 용광로님이 그 분과 어떻게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왠지 그 분이 꽤 괜찮은 남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제가 젊은 시절 그렇게 당당하지 못했던가에 대해 살짝 반성도 되는군요.   

 

 

 

    •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 bankertrust님께서 써주신 내용에 동감합니다.
    • 비슷한 내용의 바낭글을 쓰다가 삭제했는데.. 공감입니다.
      장래에 결혼을 하기 위해서 이렇게 준비해왔고, 이만큼 준비했다 라는건 중요한겁니다.
      학창시절부터 해서 오래 연애하다가 결혼적령기가 되었는데, 남자는 모아놓은 돈이 없고 그래서 시간만 질질 끌다가 다투게 되고 헤어지게 되는 케이스가 은근 많더군요. 그럼 (여자입장에서) 그 다음의 연애는 당연히 어느정도 준비되어 있는 사람과 연애하기 쉬워요. 준비되어 있으니 결혼도 일찍 할 수 있는거구요. 그걸 보고 '조건보고 결혼한다' 라고 하기는 어렵죠. 상대가 재벌/준재벌급 자산가의 자식이 아닌이상 요즘에 조건만보고 결혼하는 케이스가 어디 흔한가요.
    • 웹에서는 보통 연애나 결혼에 조건 비슷한 것만 나와도 거부감이 많죠. 저도 실제 제가 보고 듣는 것보다 조금은 더 엄격한 잣대를 들고. 현실은 그 반대로 기울어져 있는 수가 많아서 그 반발인가 싶기도 하고요.
    • 지당하신 말씀.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결혼전엔 막연하기도 했는데 결혼해 보니 정말 뼈져리게 느낍니다.
      저도 그분 태도가 맘에 드네요. 문제가 없는 것처럼 숨기거나 해결할 것처럼 눙치고 끌다가 막판가서 니가 이제와 어쩔래, 삼강오륜이니, 사랑한다면 니가 다 감수.. 등 뒤통수 치는 인간도 너무 많아서요.
    • 공감이에요. 예전에 듀게에서 이런 말도 나왔었죠. 여자는 결혼으로 자신의 계층이 상승하리라, 팔자 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경우는 사실 별로 없다. 오히려 결혼을 계기로 자신의 계층, 삶의 질이 하락하지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한다. 최소한 결혼해도 또 애를 낳아도 지금까지 살아온 것만큼은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싶어해서 그런 의미로 남자 능력을 보는 거다. 원글님이 말씀하신 대로 시댁 부양의 기대치 정도, 배우자의 성실성과 책임감이 포인트죠. 외제차와 소박한 적금통장의 차이, 백수 아들에게 아파트를 사주는 부모와 모자란 전세금에 돈 보태주는 부모의 차이인 거 같아요. 평상시에도 자신의 젊음과 외양이 즉물적으로 평가받고 점수 매겨지는 상품화에 예민해져 있는 게 여자들인데 그 앞에서 함부로 돈자랑하거나 외제차 키 보여주면 뺨 맞습니다.
    • 근데요, 시댁에서 경제적인 부분을 지원받는 것만큼 결혼 후 시댁의 간섭도 커지죠.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생각을 가진 여성이라면 한푼도 안받고 자기 결혼 자기네끼리 알아서 하는 게 좋아요.
      근데 또 문제는 '아무 지원 안 해준' 시부모님들도 시부모로서 여성에게 전근대적인 요구들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고, 한국에서 20대 후반 30대 초반 남성 여성이 자기 힘으로만 집 해결하기(전세로든) 어렵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는 거고.
      그렇네요. 제 경우는 부모에게 한푼도 안받고 월세로 시작했고 또 그만큼 주체적으로 간섭없이 결혼샐활 해나가고 있는 건데. 만약 제 남편의 부모님이 어찌됐든 시부모로서 내 간섭은 해야겠단 주의였으면 저희 역시 많이 힘들었겠죠. 다행히 자식들의 독립을 인정해주시는 분들이라 가능했지만요.

      제가 어린 나이에 결혼할 때나 8년차인 지금이나 저에게 있어 결혼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돈이 많든 적든 우리 힘으로만 살 수 있고, 중요한 문제를 부모님의 개입 없이 우리끼리만 결정할 수 있는 독립적인 결혼생활"이었고, 이게 충족될 거 같아서 결혼했고 지금 만족스럽네요.

      근데 케바케라 시부모님께 많이 받고 많이 맞춰드리면서 살겠다는 여성분도 있어요. 그러니까 자기 인생 자기가 무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고를 일이죠. 저라면 어느 쪽이든 부모의 개입은 최소화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삶이 가장 중요한데, 또 가족의 간섭을 좋아하시고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커플들도 있을테니.
    • 팝풀//사고방식의 차이긴 한데 지금 수도권의 집값이나 상식을 생각하면 전세얻는데 남자집에서 도와준 걸 가지고 시댁에서 간섭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죠.(그걸 가지고 유세를 한다면 이상한 사람들이고) 남자가 신통찮은데 집을 사줬다. 이런 경우라면 결혼하는 여자는 많이 피곤해지겠죠. 제 말씀은 그 정도(전세를 도와주는 정도)라면 적정한 수준이라는 거.
    • /bankertrust
      일단 글의 논지 자체는 충분히 이해가 가요.

      하지만 남자가 집에서 전세금도 도와주는 것도 힘든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요새 수도권 전세값 만만치 않던데요.
      그런 분들은 조금 소외감 느낄 수도 있겠네요. 적정수준도 안된다는 거, 그거 상당히 신경쓰이거든요.
    • bankertrust/ 예. 맞죠. 수도권 전세값의 현실을 볼 때 전세금 도와줬다고 그걸 생색내면서 간섭한다는 뭐 그련 유의 얘기는 아니구요. 그부분 뿐만이 아니라 지원이 많을수록 간섭받을 부분도 많지 않나 하는 일반적인 얘기에요. 근데 그 반대도 많죠. 지원 하든 안하든 간섭은 하겠단.

      아 그리고 여성으로서 제가 생각하는 '간섭'이란 중요한 결정에 개입하는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한국적인 생각들이요. 예컨대 맞벌이하는 부부에게 시부모님이 "아가야, 남편 아침밥은 제대로 차려주고 사는거니"나, 맞벌이하는 부부임에도 아이양육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며느리한테 질문하고 며느리가 더 많이 알고 있을거라고 당연히 생각하는 거라든지, 시부모님과 함께집에 있을 때 남편과 아내가 함께 밥상을 차리면 이상하게 여긴다든지... 하는 아주 일반적이고 소소한 부분들도 포함하는 거에요. 지원을 해주든 안해주는 많은 분들이(매우 깨어있다고 생각한 우리 엄마도 시어머니가 되니 며느리에게 자연스럽게 요구하시더라구요. 옛날 분들이시니까 이해는 합니다만) 많은 어른들이 이렇게 사시거든요. 물론 이게 별 중요한 문제가 안 되는 여성분도 있겠지만 제게는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성격나름이긴 하겠지만. 전 이 부분이 해결된 결혼생화을 하기 때문에 행복지수가 높구요.

      다른 건 좀 충족 안 돼도 좋다고 생각하고 살아요.. 예컨대 시부모님의 경제적인 지원 전혀 없이 월세방에서 시작했어도 전 이 부분이 우리 부부의 가치관대로 살 수 있게 되니 결혼 이후로도 주욱 별 문제없이 행복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중요한 건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조건을 생각해보고 그게 충족되면 다른 건 좀 감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
    • 어차피 지원을 해주면 시댁의 간섭이 많아지고.안해주면 간섭이 적어진다는 음의관계가 명확히 형성되는것도 아니죠.
      대부분은 지원 하나 안하나.사실 간섭받을 확률이 높으니 그럴바에는 지원받겠다.는 선택지가 압도적으로 많을걸요?
    • 예. stardust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지원 받으나 안받으나 간섭받을 확률이 높죠. 그리고 그점이 '일부 많은' 여성분들에게 두려움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제가 여성이라서 여성의 입장에서만 보면 말이죠.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적인 부분과 집 구하는 문제를 암묵적으로 남성에게 떠넘기는게 가장 큰 두려움이겠죠. 전 그래서 커플들이 이 부분을 함께 공동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근데 또 문제는 이 부분을 공동으로 해결할 수는 있는데 어르신들의 생각은 바꿀수가 없죠.. 그냥 감수하거나 뭐 상황에 따라.. 그리고 남편과 아내가 둘이 확고하게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올 수 없을 만큼 공고한 파트너가 되면(정신적으로든 뭐든) 어르신들의 생각이나 요구는 또 별 문제가 아니기도 합니다. 제 경우가 그렇네요,.
    • 등업당시초심으로님의 말씀을 이해하긴 하지만 bankertrust님의 말씀은 저런 태도가 드러내는 '자세'를 말씀하시는 거니까요. 하나의 좋은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 저것만이 답이라는 건 아니잖아요. 꼭 적금이 없어도, 나는 어떤 상황이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나갈 생각이다라는 걸 담백하게 밝히고 함께 가겠냐고 묻는다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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