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차이밍량의 서유 짧은 감상
올해도 차감독님의 영화를 보러 영화제에 갔네요. 감독의 은퇴 선언작이라 알려진데다 개봉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해서(?)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보고 싶었거든요. 작년 GV 때 이강생 배우가 머리를 밀고 왔길래 왜 밀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 영화 때문이었나봅니다.
영화는 예상했던대로 극단적인 롱테이크의 향연을 펼치는데(영화 시작하고 10분정도 뒤에 들어와도 시작 시점의 화면을 볼 수 있음)
차감독 전매특허의 이 롱테이크는 지겹고 괴로움과 동시에 뭔가 처연한 카타르시스를 주는거 같아요. 유시민 작가가 정치인이었을 때
그래도 견뎌야죠, 견뎌야지 그럼 어쩝니까? 하고 말했던게 문득 생각 나기도 하고. 영화 속의 이강생은 이제 배우라기 보다는
거의 행위예술가에 가까워 보이고, 거기에 드니 라방을 살포시 끼얹었더군요. 멈춰있는 카메라 앵글 속에서 서로 완전히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배우들과 행인들의 대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영화처럼 영화인지 영상예술인지의 경계가 모호해서 미술관에 걸어도 될듯한
느낌도 들었구요. 영화의 한계를 실험한다, 영화에 대한 헌사이다 등등 화려한 해석들도 읽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분은 이제 꼭 영화라는 매체로만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내년에 한국에서 설치미술 전시와 이강생이 출연하는 연극도 한다는 풍문이 있던데,
차이밍량과 매우 잘 어울리는 작업이 될 것 같단 생각 들어요.
한 편만 보자니 아쉬워서 <천국의 모퉁이>라는 시간대 맞는 작품을 한 편 더 봤는데요, 외국 평론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현대 중국판 올리버 트위스트’인 영화인데, 끝나고 앞줄 어떤 사람의 ‘아 좋나 재미없네’라는 외침이 뭐랄까 좀 강렬했달까요(?)
단조로운 영화라 커피를 2잔이나 드링킹 했음에도 <서유>에 이어 2연속 정신이 혼미해질 뻔하긴 했는데, 전형적인 성장영화도 아니고
비극적인 현실로 마냥 불편하게만 만드는 것도 아닌 뭔가 긍정적인 느낌이 전해지는게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언제부턴가 말없이 몸으로 보여주는 영화에 마음이 가더군요. 이 글을 읽고 오랜만에 차이밍량 감독의 영화를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유튜브에 <What Time Is It There?>가 있어서 오늘은 차이밍량의 조용한 세계로 한 번 가볼까 해요. ^^
아우! 굿바이 용문객잔,그래도 여운이 좋아요.
좀 전에 <What Time...>을 다 봤는데, 세상엔 외로운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ㅠㅠ 이런 영화를 보고나면 마음의 균형을 잡기 위해 (혹은 혼미해진 정신을 깨우기 위해 ^^) 말 많고 유쾌한 우디 앨런의 영화를 한 편 봐야할 것 같아요. 말씀하신 차이밍량의 <Goodbye Dragon Inn>은 못 찾았어요. 요즘 갑자기 아시아 감독들의 영화가 땡겨서 허우샤오시엔의 영화도 보려고 했는데 <Three Times>는 암만 찾아도 (자막 있는 게)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