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의 이야기 잡담...


  그냥 예전의 어떤 일이 떠올라 잡담글 쿨타임도 찬 김에 써보는 글입니다.


 

 아주 예전이었어요. 그래도 이미 성인이긴 했죠. 그때는 이미 제가 노벨상을 탈 수 없다는 걸 어렴풋이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술의 거장이 되기 위해 미술학원에 다니고 있었죠. 미술학원에 다녀야 미대에 갈 수 있고 미대에 가야 미술의 거장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어쨌든 그런 착각 속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제법 행복했어요. 착각이야말로 가장 쉽게 행복해지는 길이죠.


 미술학원이 끝나고 학원에서 왕따였던 저는 혼자서 길을 가다가...몸을 돌려 전화를 걸기 위해 공중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갔어요. 이미 대부분의 사람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던 시절이긴 했어요. 미술학원에 다니며 사람들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은성아 너 휴대폰 없니?'하는 말을 수없이 들었으니까요. 휴...하지만 제가 휴대폰을 가지게 되려면 아직 12년 정도를 기다려야 했죠. 그리고 딱 제가 몸을 돌리던 그 식당에서 누군가 뛰어나와 저를 따라오기 시작하는 걸 느꼈어요.


 딱 3초 걸렸어요.


 상황을 파악하는 데 말이죠. 일단 식당에서 저를 따라나온 그 녀석은 지나가던 사람이 켕기는 게 있어서 식당 앞에서 몸을 돌렸을 거라는, 섣부른 추리를 했겠죠. 그럼 그 켕기는 일이란? 0.1초 정도 흘끗 봤을 뿐이지만 아마 그정도 싸구려 옷을 입고 있다면 가장 소중한 건 기껏해야 자전거 정도겠죠. 모든 사람이 아디다스 파워바운스에 추리닝을 입고 술집에 가서 조니블루를 마시는 건 아니니까요. 나를 자전거 도둑이라고 의심하고 있고 쫓아오는 중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가게사장에게 아무 말도 없이 뛰어나오는 걸 보면 알바생이 아니라 가족일 거라고 짐작했어요. 저런 바보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하고 한숨을 쉬는 와중에 따라잡혔어요.


 하지만 뭐...아무리 섣부른 추리를 했어도 이 도시에 사는 천만명 중 하나를 자전거 도둑이라고 몰 순 없잖아요? 그가 제 앞까지 달려와 어버버 하는 걸 보고 넌 자전거 도둑을 찾는 중이겠지만 헛수고를 하는 중이라고 말해줬어요. 정확히는 '자전거 안훔쳤어'라고 말했던 거 같아요.


 그랬더니 역시 예상한 대로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며 자기가 도둑을 잡았다고 외치며 제 옷을 잡더군요. 옆에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아가씨도 따라나왔는데 둘이 남매사이라는 건 만화경사륜안이 없어도 알 수 있는 일이었죠. 자전거 도둑을 잡았다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그에게 침착하게 '니가 자전거 도둑을 찾고 있는 중이라는 건 뻔히 보이는 일이잖아'라고 했지만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그걸 알 수 있는 건 자전거도둑뿐이라는 논리로 고함치다가 어찌어찌 유야무야 동생과 함께 가게로 돌아갔어요. 그래서 그냥 가려던 곳으로 가려다가...갑자기 기분이 나빴어요. 마침 학원에서 나오던 아이들도 그 장면을 봤는데 왜 길거리에서 그런 꼴을 당한 건지 말이예요. 그래서 가게로 찾아가 아까 전에 길에서 내게 지랄한 것에 대해 사과받고 싶다고 했는데 사과도 하지 않고 내게 존대말을 쓰지도 않았어요. 그냥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건 지난번 선생 글을 쓴 것처럼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 돌려받아야 할 일들 같은 일이죠. 어쨌든 어느날 그 일이 떠올라서 찾아갔어요. 그때 지랄한 것과 존대말 안 쓴 걸 사과하는 게 좋을거라고 말하려 갔는데...그 가게가 없어져 있었어요. 하릴없이 그곳에 있다가 결국 동사무소에 주소이전기록을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물론 정식 공무원이 그런 일을 해줄 린 없으니 방법을 찾아야 겠지만요.


 요즘은 위대해질 수도 있을 거라는 착각 속에 살지 않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려면 비용을 치러야 해요. 착각 속에 살지 않는다면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일은 없거든요.


 그냥 뭐랄까...이세상을 살면서 있던 일들...아무리 작은 앙금들이라도 모두 균형을 맞춰 처리되어야 하죠. 물론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최근에 확신하게 됐어요. 그런 것들은 그때그때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나중에 고생한다는 걸 잘 느끼고 있는 중이에요.









    • 저울이 기울게 보이는건 착각이었다 하고 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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