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소비란 가능한가?

다들 stardust님의 글에 대한 반응이 핸드백으로 기우시는 와중에 저는 혼자 소비에 대해 곱씹어보고 있었습니다. 

안녕핫세요님의 글 아래 24601님과 HARI님이 댓글로 의견을 나누시던데요. 저는 양자 모두 이해가 되네요.


일단은 윤리적 소비란 게 대체 뭘까요? 

흔히 생각하기로는 공정무역제품이나 친황경제품의 사용, 불매 등의 소비자운동 정도를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게 과연 정말로 '윤리적인' 선택일까요? 

혹은 소비에 대한 우리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면죄부에 불과하지는 않은지요? 


불매운동은 저도 개인적으로 꽤 긍정하고 있고, 직접 참여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그게 윤리적이어서가 아니라 대기업 위주로 왜곡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개 소비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불매를 선택하는 경우를 보더라도

어디 회사 제품을 사봤는데 서비스가 형편없더라 다시는 거기 물건 안 쓸란다 하는 사적인 동기에서부터

어디 기업은 노조도 없다더라 그런 악질 기업 물건 사서 한푼이라도 돈 보태주고 싶지 않다까지

윤리적이기보다는 실제적이고 정치적 선택에 가깝겠지요. 


공정무역제품이나 친환경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면 당연히 사용하면 좋지요.

그렇지만 당장은 SPA 브랜드에서 옷 사입기도 빠듯한 형편에 그런 제품 때문에 희생된 동남아 노동자까지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얼마나 있는가요? 

할인마트의 예를 들어볼까요? 

대기업 위주의 대형 할인점이 재래시장과 소상인, 그리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아무리 들어도

당장은 주차도 가능하고, 카트도 끌고 다닐 수 있고, 가격 비교도 가능하고, 소액 건에 카드 써도 뭐라고 하지 않는 대형마트가 편한걸 어떻게 해요.


어떤 경우에 소비에 대한 대안 중에 하나로 선택할 수는 있어요. 

기왕 커피 사먹는 거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원두를 선택하면 좋겠지요.

그런데 집앞 카페에서 공정무역이 아니지만 맛있는 원두를 파는데 굳이 삼십분 걸어나가서 공정무역 원두, 잘 안 사게 되지요.

그나마 삼십분 걸어나가서 살 수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지방 소도시에 거주하면서 그냥 신선한 원두 구하기도 어려운데 공정무역?? 

점점 현실성 없는 소리가 되고 말죠.

현실적으로 대안은 굉장히 협소하고, 그나마도 어쩐지 좋은 일 하기 위해 물질적으로 약간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됩니다.


윤리는 강요할 수 없는 거에요. 

그건 그냥 사회적 보편타당성을 가지고, 모두가 어우러져 살기 위해서 권장되는 최소한의 어떤 내부적 지침 같은 건데요. 

어떤 개인이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공공의 선을 위한 어떤 선택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그건 물론 좋은 결정이에요.

그렇지만 그 개인이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하는 타인에게 자신의 선택을 들이대고 짠소리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어제였던가요. 채식 말이 나왔을 때 채식을 강요하는 회사 사장 이야기 하신 분이 계셨지요. 비슷한 이치.


그보다는 소비가 철저하게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더 타당하다고 생각해요.

대형 할인점에서 물건을 구입했을 때, 그게 당장 편하고 좋아보여도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어떻게 돌아오는가, 그 구조가 파악되면

아 그 우선 편한 게 다 좋은 게 아니구나 하고 깨닫게 되죠.

혹은 대형 할인점이라고 써붙여서 싸다고 생각했는데 따져보면 별로 싸지도 않네? 이런 걸 깨닫게 되면 할인점 더 이상 안 가게 되죠.


사회적으로 자본주의가 가진 모순을 깨닫고, 물건을 사는 게 내가 권리를 행사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얽매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깨달음까지 갖게 된다면

자본주의를 타파하는 데에는 더 없이 좋겠습니다만, 한때 리브로 게시판이라고까지 불리던 듀게의 여러분은 과연 소비 생활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요. :-)

결국 소비에 있어서의 선택은 실익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남을 배려하는 '윤리적인' 소비가 얼마나 설득력과 현실성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인가 하면

저는 잘 모르겠더란 말이죠. 

    • 약간 다른이야기지만, 전 사실 그 공정무역 제품이란 것에 대해서도 약간 색안경을 끼고 있는 입장이라서요.
      격하게 말하면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함으로서, 난 윤리적 소비를 했다는 일종의 자기만족용도 정도일뿐이라고...
      차라리 예를 들어, 그냥 제품 3000원 공정무역 제품 5000원이면 그 2000원 차이만큼 기부를 하는게 공정무역 제품 사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뭐 이런 마인드라고 할까요.
    • 근데 공정무역이 정말 공정한가, 혹은 해당 지역 주민을 위해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한다면 그런 소비방법 외에 이런 방법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논의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대안이 협소하고 접근이 불편하다고 해서 윤리적인 소비가 설득력이 없다고 하면,
      저도 잘 모르겠더란 말이죠.
    •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소비를 한다는 일종의 자기만족도 더 큰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동 노동력을 착취해서 만드는 옷이라는 자각이 없는 것보다는 한 치라도 나으니까요
      저도 두분이 나눈 대화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요 24601님의 말씀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경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종류의 윤리...라기보다 선량함에 대한 기대는 거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누가 위화감을 조장하는 것이 미안해서 겸손한 소비를 하려고 할까요 그런 요구를 받는다면 그건 윤리라기보다는 간섭이 될 것 같습니다.
      실익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씀 맞는데 그것도 '어떻게'가 문제가 되겠네요 요원하게 느껴져요.
    • 자본주의돼지/ 저도 그냥 자기 위안의 역할이 더 크다고 봐요.
      august/ 현실적 대안이 협소한 상황에서 남에게 선택을 강요하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거죠 제 말은, 사람을 설득하는데는 결국은 그게 너에게 얼마나 이익이 된다 하고 설득하는 게 더 잘 먹히지 그게 윤리적이고 더불어 살 수 있는 거니까 하는 건 결국 심리적 효과밖에 없는 듯 합니다.
    • 윤리적 소비조차도 어떤 의미에서는 자본주의 소비 윤리에 완벽히 포섭되었잖아요. 윤리적 소비, 공정무역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은 패션계죠. '잇백'처럼 하나의 소비상품이 되었는걸요. 신세계에선 브랜드 합작품 에코백을 몇십만원 이상 사면 선착순 주는 것도 했고요. 윤리적 소비 가장 강조하는 곳도 대기업이고요. 그래서 이런거 때려쳐야하나? 싶은 맘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대안을 만들어내는 시도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니 섣불리 냉소를 던지진 않을거예요, 저는. 사는 세상을 바꾼다는 건 100번의 시도 끝에 하나 성공할까말까 하는 일이잖아요.
      보니까 생협에서 단순히 장보는 거에서 더 나가서 3,6만원씩 내서 뭐 담겼는지 모르는 박스 받는 거 얼마전부터 살짝~유행이던데요.시골에서 부모님이 매번 다른걸 챙겨준다는 느낌으로요. 그런식으로 내부적으로 자꾸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내겠죠. 윤리적 소비, 사회적 책임은 날 희생해서 난 괜찮으니 내 돈으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바로 사회적 약자이고 나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행동하고 선택지가 계속 생긴다면 점점 더 나아지겠지요. 지금 딱 떠오르는게 공정무역 커피와 몇몇 제품밖에 사실 없잖아요. 게다가 지금 공정무역 커피 마셔서 어머 이거 맛있다 싶은 거 저는 찾지도 못했어요;;
    • 윤리를 강조하다보니 약간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개개인의 '윤리'적 행위로 현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공정무역'의 경우는 더 복잡합니다. 아프리카의 빈곤과 지역 생태계의 몰락에 큰 역할을 한게 수출을 위한 '단일 품종' 재배입니다. 즉 '공정무역'을 통해 해당 지역의 커피를 조금더 값을 주고 구입한다고 해서 '수출용 단일 품종 재배'라는 한계를 벗어나진 못합니다. 수축 작물을 통해 지역 빈곤을 없앨 수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해삼너구리님 말씀 중 몇가지에 의문이 좀 있습니다.

      1. "윤리는 강요할 수 없는 거에요."

      -> '강요'라는 것을 어떠한 수준에서 볼 것이냐가 문제겠지만 한 사회의 윤리와 도덕은 훈육의 과정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됩니다. 사람은 윤리를 어떠한 '본성' 처럼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나오지 않습니다. 나름의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 교육에는 유인요소(당근) 뿐 아니라 금지(채찍, 물론 비유적 의미입니다)도 포함됩니다. 어떠한 행동은 권장받기도 하지만 다른 어떠한 행동은 금기시 되죠.

      2. "소비가 철저하게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더 타당하다고 생각해요."

      -> 문제는 소비가 꼭 그렇게만 이뤄지는 건 아니라는 거죠. 인간은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비합리적이죠. '공정무역 커피'라는 거요. 그게 자신의 대리만족을 위한 겉치레일 수 있지만 이러한 '상품'이 나온다는 건 소비자가 무언가 물건을 살 때 '윤리적' 판단도 곁들여진다는 것이겠죠. 즉, 이건 제 '이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가능한 부분을 제기한 것입니다.
    • 전 하리님과 24601님의 논의를 보면서 심정적으로는 하리님께 동조했지만 결국에는 24601님에게 동의하는데요, 이는 결국 있는 자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에요. 상대적 박탈감이 쌓이면 분노로 변하고, 계급에 기반한 분노가 단번에 터지면 그게 바로 혁명입니다. (대한민국엔 더 좋을지도!)

      잃고 싶지 않다면 부르주아가 갖춰야 할 미덕은 겸손해지는 거에요. 빨리요.
    • 24601/
      '강요'의 범주에 대한 의견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윤리적인 소비를 하는 게 좋단다 얘야 사람은 더불어 사는 존재잖니' 이런 건 말씀하신대로 교육적 차원에서 가능한 일이지요. 그렇지만 한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강요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봐요.
      두번째 문장은 논리적 합리성이 아니라 경제적 합리성을 의미한 거였어요.
      윤리적 소비 운동을 부정하자는 게 아니고, 정말로 이것이 나에게 결국은 더 이익이 된다는 판단이 생겨서 결정하는 방향이 되는 게 크게 봤을 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아실랑아실랑님이 지적하신 부분도 결국 여기에 맞물려 있는 것 같고요.
    • 해삼너구리// 저도 두 번째 부분에서 지적한 건 '경제적 합리성'입니다. 최근 나온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도 이 문제에 대해 나와있더군요.
    • 공정무역 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자신의 행동을 자기 만족이라고 한다해도 그 행위는 자기만족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공정무역을 이용할수록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높아지지만 그에 따른 대기업유통구조에 대한 저항이 되기도 합니다. 대기업의 착취로 돌아가는 이 구조를 공정하게 바꿔가야하고 그렇게 공정무역 제품이 판매가 향상되어야지만 그게 가능하니까요. 그들은 자신이 행한 노동력의 댓가를 받아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게 기부금을 받아 생활하는 것보다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이미 어느 정도는 국가에 의해 세금 등을 통해서 소비를 통제받고 있지 않나요. 거시적인 관점으로 세금을 붙여 가격을 올리면 소비량이 주는 식으로요.
      윤리적 소비도 결국 그것과 관련된 문제점이 악화되면 국가에 대해서 강요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하겠죠. 그런 정책을 입안하려는 정치집단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 하는 식으로요.
      차량 10부제/5부제 같은 것들부터 해서... 개인적으로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편의를 희생하기를 바라도록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 가능하면 자신의 소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면서 소비를 하자. 뭐 그런거죠.
      1. 지구환경을 가능한 덜 더럽히는 것.
      2. 윤리적으로 부도덕한 집단이 부도덕한 수단으로 생산한 것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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