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2명 그리고 나

사무실에 후배 2명이 생겼습니다. 나이가 삼십대 초반으로 둘다 비슷해요. 경력도 몇개월차이 정도고요.

제가 다정하고 꼼꼼한 편이라 - 나만 몰랐네 - 이 둘이 절 많이 따릅니다.


A는 일의 의욕이 넘쳐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자진해서 출장가고 귀찮을 정도로 묻기도 잘해요.

젊은 저를 보는 거 같습니다. 대신 대차죠. 손해보고 억울해도 조금 참지 싶을 때도 나이 고하가 상관없습니다.

(이것도 기시감이..) 자신감이 넘치니 뭔가 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가득해요.

사무실에서 큰소리나고 소리치는 걸 두려워 안합니다.


B는 조금 덜 어려운 일을 합니다. 우리회사가 미안해해야할 상황에서 고객이 허허 웃는 일이 많아요(큰 능력이죠)

예쁘고(요것도 능력) 애교있고 주위 분위기를 환하게 합니다.

제 책상에 쓰레기를 아무말없이 치우는 걸 보고 좀 놀랬어요. (물론 제가 쓰레기를 늘어놓는 일이 드물기도 하지만)

회사생활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좀 놀라고 호감이 생기고 그랬어요.

커피한잔을 마셔도 혼자 먹는 법이 없어요. 주위 열심히 챙기고, 속상한 일 털어놓아 도움받고, 주위를 깔깔 웃게 만듭니다.

예쁘고 늘씬한데다 무장해제를 시키는 말투에 이 친구앞에서 속이야기를 여러번 털어놓게 되더라고요.



우연찮게 상사와 이야기를 하다 인사고과에 B에 더 높은 점수를 주려고 한다는 걸 들었어요.

수년전의 저라면 왜요? 라고 물었을텐데 그러려니 싶더라고요.

그 상사까지 안가고 저의 위치에서만 봐도 두 사람 일의 경중은 거기서 거기에요.

계획서 하나 더 올리고 한건 더 처리하는 게 도드라지는 게 아니라는 거죠.

비슷한 대학나오고 비슷한 경력이니 둘의 일을 바꿔도 똑 같을 거에요.

그러고 보니 A의 고객이나 동료나 말발과 논리로 항상 이기는 태도,

일의 결과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는 모습 등등이 피로하게 느껴지는 거에요.

A의 말이 맞다해도 말이죠.



A의 모습과 저의 모습이 많이 비슷합니다.

일만 떨어지면 정신없이 해내고 늘 당당했지요. 과가 있다해도 그걸 지적못할 만큼 공이 컸으니까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사람들이 절 참아주고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게 너무나 속상합니다)

회사에서 천성을 드러내는 건 위험한 일이죠.

그걸 알면서도 제 외골수 기질을 왜 안 알아주냐고 행동했던거 같아 좀 부끄러웠어요.




* 어제일.

제가 경멸해하는 멍충이팀장이 사적인 부탁을 했고 웃으며 해줬는데 지 책상까지 배달해달라는 취지로 냉큼 지 자리에 앉더군요.

기가 막혀서 모른척할까말까 하는데 귀여운 B가 눈치채고 얼른 갖다주네요.

미안해서 B를 칭찬했는데 꼭 그 행동이 맞아서 칭찬한게 아니란 소릴 하려는 참이었는데 제 마음편하라고 그렇게 했다는 군요.



    • 두번째 친구가 참 부럽네요.

      타고난 성격도 감추고 살아야하나~~

      회사다닐때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편하고 자연스러운 친구가 참 부럽더라구요.
    • 댓글 달려고 로그인 했습니다.... 살구님과 마찬가지로 저도 'A과'라서인지 저도 두 번째 친구가 부러워요. 타고난 것도 있을 것이고, 상대방이 기대하는 바에 부응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노력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언제부턴가 회사에서 오래 남기 위해 'A과'에서 'B과'로의 전과(?) 노력 중인 제 자신이 떠올라서 A가 더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 인간 관계는 기술이라고 했던, 그래서 배워야 하는 거라고 주장하는 데일 카네기 글이 떠올라요


      좋으면서도 쉬운 기술을 잘 배운 친구군요


      다만 데일 카네기도 결국엔 이혼했다는 아픈 사연을 떠올려보게 되긴 합니다


      요는 쉬운게 어디있겠냐라는 거였어요


      살구님 기분이 잘 느껴지고 있습니다

    • 참 울적하네요. 아무리 노력해도 관계기술이 없다면 성공할수 없다니.. 그런건 왜 초등학교때부터 가르치지 않았나요. 그럼 그때부터 성적으로 매기지 말고 관계점수를 주지 그랬어요.



      실력은 노력하면 향상될지 몰라도 인간관계의 기술이라는건 태생이 너무 깊게 관여하는지라, 이야말로 부익부 빈익빈이 욕도 못하게 뚜렷하죠.



      태생이 살갑고 매력적인 사람앞에서는 좌절할수 밖에. 괜히 썰을 풀게 되네요.

      • '태생이 살갑고 매력적인 사람'이라... 닥치고 좌절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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