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10년차가 본 출판시장의 오늘 ㅋ

 

불펜에서 퍼왔습니다.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2&mbsIdx=1385351&cpage=&mbsW=&select=&opt=&keyword=

 

 글 읽는 내내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더군요. ㅠ...

개인적으로 평소에 워낙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작가 지망생이기도 한 터라;; 이렇게 답없는 출판 시장에 대한 얘기를 듣다보면 맘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걸 어쩔 도리가 없더군요.ㅠ

최근에 엄청 책을 사다 날르기도 했고 (물론 50% 행사 덕ㅋ) 한동안 책을 전혀 못읽다가( 지난 3년간 직장생활로 넘 바빠서...ㅠ...) 이제는 좀 집중해서 책 읽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데 연일 이런 얘기들이라 뒤숭숭한 마음 금할 길이 없네요...;;

앞으로의 한국 출판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 오랜만에 듀게에 들어와 댓글 남기네요. 현재 직접적으로 출판계에 종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출판 행정과 밀접한 일을 하고 있어 도서정가제 관련 공청회와 정책 세미나에 참가했었습니다. 결론은 한마디로 지금 당장의 도서정가제는 현재 소비자에게 불편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시장으로서의 한국 출판 '시장'은 매우 암울합니다. 신간 발행 종수와 부수, 성인독서율, 가구당 여가비 지출 중 도서구입비 하락 등 출판과 독서 관련 모든 지표는 큰 폭으로 하락 중입니다. 신간 발행 종수는 학습지와 아동물의 성장으로 그나마 방어가 가능했는데 이마저도 예전과 같지 않아 출판사들이 큰 위기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장이란 것은 공급과 수요의 법칙으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시장들이 그렇듯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고 있습니다. 이럴경우 자본은 독과점 현상을 발생시킵니다. 도서정가제의 핵심은 이 출판의 독과점 현상을 해소하여 장기적으로 보다 좋은 책들을 공급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제도가 제대로 시행했을 경우의 이상적인 결과입니다. 그러나 이번의 '도서정가제 개정안'으로는 매우 힘들게 될 것 같습니다. 대형 유통구조의 힘이 생각보다 매우 크다는 것을 애써 간과한 것이 패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왔던 10년 전에 시행되었으면 지금쯤 좋은 결과가 나왔을까요? 역사에 만약이란 없습니다만 결국에는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을까요? 하나는 국가의 지원입니다. 출판 관련 하여 공공기관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란 곳입니다. 이곳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서 이곳의 주된 사업 중의 하나가 시장에서 팔리지 않을 학술도서와 교양도서를 국가 예산으로 구입하여 도서관과 소외계층 시설에 공급하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문제점과 구멍이 있지만, 어쨌든 대형 서점이 정가의 50~60%의 가격으로 공급률을 정하지만, 이곳은 이번에 90~100%로 공급받습니다. 이건 출판사들에게 매우 큰 희소식입니다. 영세한 출판사에서 책 여러권이 선정되면 그곳은 아주 큰 혜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문제점이 있는데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더 큰 문제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이 예산이 각 도서관의 도서구입비를 잠식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조금 예민한 부분이라 자세히 설명드릴 수 없는 점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그동안 도서관의 도서 공급율은 조달청의 입찰 기준을 따라야 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었지만 도서정가제로 인해 도서관도 이제는 정가에 준하는 가격으로 책을 사들여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각 도서관마다 있는 '희망도서'를 열심히 신청한다면 출판시장에 매우 미약하지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지원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지원에만 매달리게 되어 국가 권력에 편승하는 도서가 많이 출판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보수적인 정권이라면 비판적인 도서는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태가 분명 벌어질 겁니다. 


      다른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 부분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최근 발견한 것인데 '땡땡책 협동조합'이란 도서 관련 거의 유일한 협동조합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친구출판사라는 이름으로 독립출판사들을 지원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요즘 협동조합이 많이 주목받고 있는데 '시장'의 대안으로 출판계에도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이 더욱 많아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서동아리의 활성화 입니다. 듀게에도 독서동아리가 몇 있고 얼마 전, 강남에 동아리를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5명 이상의 독서동아리가 동네 곳곳 세포단위처럼 퍼진다면 당장의 출판시장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더라도 독서율 향상과 더불어 여전히 책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지고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쓰다보니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붙이자면 이번 도서정가제가 대학로에서 꿋꿋이 그리고 단단히 버티고 있는 풀무질과 책방 이음, 서울 어느 곳에서 역사전문 서점이란 어려운 길을 선택한 서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인문학 책을 샀더니 울먹이며 누군가 분명 언젠가 사갈 것이라 오래전부터 기다렸다는 울산의 어느 작은 동네 서점, 직원들이 진심으로 책 읽어주기 봉사를 다니고 있는 대전의 어떤 문고 등 그들에게 비록 큰 힘이 안되더라도 아주 조금의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풀무질이란 이름이 반가워서 댓글 남겨요


        좋은 책들이 이렇게 넘쳐나는 시기가 제 인생에도 언제 있었을까 싶어요


        너무 많고 좋아도 문제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하지만 옛날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심리도 있어서 옛날이 그립기도 합니다


        수고하세요

      • 오! 긴 글 감사합니다. ^^

        요즘 울나라 도서 시장 보고 답답한 마음 풀 길이 없었는데 이렇게 자세한 답변 달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독서 모임 하고 있는데 저라도 부지런히 이런 모임들 열씨미 해야겠어요!
    • 제 주변에서는 도정제가 전혀 영향 없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온라인서점 중고 코너를 통해 일부 대형 출판사들과 상당수의 총판들이 출판사 창고에서 바로 꺼내온 새 책을 중고로 등록해서 팔고 있거든요. 이렇게 팔면 지금까지 18개월 이내 신간도 도정제 적용 대상이 아니었는데요. 공청회에서 이 문제가 다뤄졌지만 위법인지 아닌지 유권해석도 불분명하고 증정본을 제외하면 단속할 방법도 없는 걸로 결론났다고 압니다. 증정본은 단속하겠다는 건지도 시원찮아요. 다른 우회로 꼼수들도 많이 나왔고요.




      도정제보다는 내년부터 시행된다는 소문의 책 부가세나, 드라마셀러 같은 방식으로 치솟는 마케팅 비용, 이북 시장의 수익 배분 문제 등이 더 큰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이슈들은 의견도 갈리고, 길어질 것 같아 생략하고요. 이러니저러니해도 출판업이 의외로 정부의존도가 높아서 그 뒤에는 어찌 될지 모르지만 일단 17년까지는 참고 버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5년 전에도 같은 말을 했던 기시감이;)




      문화에 돈 좀 쓰는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결국 빈익빈부익부로 가겠죠. 버티는 회사가 못 버티는 회사 잡아먹고 버틸 힘을 재충전하는 구조로요. 대자본은 어쩔 수 없이 팔리는 책 위주로 찍어낼 거고요. 안 팔리는 국산 저작물들은 소규모 출판사들이 '명멸'하면서 이북 시장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명맥을 이어가겠지만, 외국처럼 독자들이 비영리 출판재단을 차려 지원 사업 하듯이 책을 사주지 않으면 안 팔리는 분야 번역은 아예 사라질 거예요.

      • 제가 주로 읽는 책들이 그 안팔린다는 인문학 서적들이라;; 갑자기 겁이 덜컥 나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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