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형 인간

저는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거의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집안사정때문에 학교도 자주 결석했던 마당이니... 학교에 나가도 이미 저만치 뒤쳐진 수업을 들을만한 여유가 없어서 항상 책을 읽거나 잠을 잤죠. 시험보기 하루 전날 암기과목만 죽어라 외워서 반에서 20등정도를 유지했는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떨어져서 30등 내외가 되었죠. 고등학교에 진학했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수능 모의고사를 보게 됐습니다. 당시 수능 도입된지 이년차라 얼럴럴하면서 문제를 받았는데, 답이 다 보이는 겁니다. 정말로 문제속에 답이 다 나와 있더라고요. 전혀 모르는 문제인데도 오답을 추려내면서 정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수리영억도 가능했어요. 영어는 원래부터 회화는 잘 했고요. 어릴때 이태원에 살았고, 당시 아르바이트도 이태원에서 하고 있었거든요. 암튼, 반에서 30등 하던 애가 전교에서 30등을 해버렸습니다. 교무실에 불려가서 엄청나게 추긍을 당했죠. 결국 한 문제 한 문제 내가 답을 쓴 이유를 설명하니까 나중엔 감탄하면서 수긍하시더군요. 그렇게 수능 천재의 탄생ㅡ.ㅡ 물론 잔머리빨도 한계가 생겨서 고3쯤 됐을 때는 반에서 10등 정도까지 떨어졌지만, 그래도 반에서 35~40등 하는 중간, 기말 고사에 비하면 탁월한 성적이었죠. 중학교 때부터 책을 닥치는데로 읽었는데, 독서가 수능을 잘 보는데 필요한 두뇌의 특정 부분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상식도 넓혀주었고요.

그리고 마침내 수능고사를 치루고 정답을 확인하는데, 언어영역이 무척 쉽게 나와서 실망스럽더군요. 저는 문제 난이도에 관계없이 점수가 일정한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때 제가 두갠가 틀렸는데 평소같으면 압도적인 성적인데 그때는 그 정도 맞은 친구들이 많더군요. 그런데 수리영역에서 반전... 저는 수능 모의를 치를 때 문제내외적으로 온갖 요소를 다 동원해서 답을 유추해내는데, 보통 수리는 그럴 여지가 전혀 없는 문제가 절반이상입니다. 근데 그때는 사소하더라도 뭔가 답을 유추해낼만한 단서가 있는 문제가 많았어요. 그리고 그렇게 억지로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혀서 답을 찍은 것들이 다 맞았어요. 평소보다 아주 높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음, 결론은 그래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게 되었습니다ㅡ.ㅡ

    • ㅋㅋㅋ 이런 사람들 꽤 많죠. 저도 그중 한명;; 이들과 이야기할때 한결같이 나오는 단어 하나 '잔머리'
    • 저도 수능형인간. 객관식을 원래 잘 풀었어요. 객관식은 달달 외울 정도로 내용을 머리에 넣지
      않아도 말이 안되는 것 부터 지워나가면 답이 나오게 되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공식을 아예 못 외우는
      수학 부분은 영 꽝이었고 나머지는 다 잘 나왔어요. 내신은 반에서 중간에서 조금 앞 정도? 왜냐면 주관식 10문제
      정도씩 나오는건 엄청 틀렸거든요. 수능 모의고사는 문과 200명 중에서 5등안에 드는 수준.
      저도 어릴 때 부터 책은 아무거나 많이 읽었어요. 그런게 객관식 문제 푸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지문 이해가
      잘 되거든요. 그래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갔지만 저는 지금 이 모양이죠. 망...
    • 뭔가 종합적, 유기적 사고하는 사람들이 수능형 인간이겠죠.
    • 저는 그런 친구를 둔 사람이었습니다...잠깐 생각해보니 그 친구도 엄청난 독서량을 가지고 있었죠...확실히 수능 초창기 땐 학력고사와 다른 뭔가가 있었어요...
    • 제 동지시군요...심지어 2년차인것도 똑같.....
    • 저는 수능형인간이라기 보다는 실전형 인간... 모의고사보다 늘 성적이 올랐어요 -__-
      고입때도 대입때도 그랬죠.
      제가 본 수능은 불수능이었는데, 평소 우리반에서 1등하던 애보다 성적이 잘 나와서 스스로 뜨억했던 기억이.
      그래도 어쨌던 지금 현실은 -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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