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인터스텔라 의문점
주인공들은 어쩌자고 밀러 행성부터 가는 걸까요.
인류가 생존 가능한 3개의 행성 중에 에드먼즈 행성이 가장 적합성이 높은 데이터를 보내왔고요.
밀러 행성과 만 행성 사이의 적합성 우열관계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밀러 행성이 거리상으로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밀러 행성부터 향하는데요.
밀러 행성이 거리상으로 가장 가깝더라도 중력 때문에 이동시간상으로는 가장 멀죠.
대사상으로도 "이 별의 1시간은 지구의 7년"이라는 언급이 나왔고요.
사고로 23년간 허송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착륙해서 얼렁뚱땅 30분만 걸려도 3년 반이 흐르는데
지구에서 토성까지 2년 걸렸던 점으로 미뤄볼 때 이 행성들 간의 이동도 2년 정도 걸린다고 추정하면
밀러 행성을 가장 마지막으로 미뤄놔야 한다는 점은 직관적으로 파악 가능해 보입니다.
다른 두 행성을 다 들르고 와도 밀러는 겨우 40분 더 기다리는 셈이에요.
주인공들이 지구를 떠나고도 용케 수십 년간 살아남았지만
영화 초반엔 오늘내일 안에 인류가 식량난 때문에 멸종할 것처럼 분위기를 잡았으니
하루이틀이 급한 사람들일 텐데 엄청 느긋해 보여서 답답했어요.
게다가 밀러 행성의 1시간은 지구의 7년이니까, 지구의 7년은 밀러 행성의 1시간이고
지난 10년간 지구에서 받은 적합성 데이터는 길어야 겨우 1시간 남짓 축적된 데이터에 불과해요.
정말 인류가 생존 가능한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당연히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중간에 "밀러가 착륙할 때 한 번 보낸 신호가 중력을 통한 시간 왜곡으로
10년간 지구로 줄곧 전송되고 있었던 것을 주기적인 신호를 보내오는 것으로 착각했다"는 대사가 나온다는데
(저는 다짜고짜 밀러 행성부터 가는 결정을 이해 못 한 데다
그 행성에서 주인공들이 보여준 진부한 슬랩스틱 때문에 정신이 멍해져서 놓친 모양인데
영화 같이 본 사람이 리그베다위키를 보고 그런 대사가 나온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대사가 정말 나왔다면 그 대사는 그냥 "밀러 행성의 1시간은 지구의 7년이라고 내가 말했지만
그 말이 밀러 행성의 1시간은 지구의 7년이라는 뜻인 줄은 몰랐다"는 말이잖아요.
영화에서 스토리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등장인물들이 순간적으로 부적절한 대응을 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10여 년간 NASA에서 저런 수준의 착각을 해왔다는 건 너무 초보적인 설정 오류 아닌가요.
자막이 뭔가 빠뜨린 거 아닌가 싶어서 영어 대사까지 알아들으려고 집중하다가 머리만 아프고
사소한 과학 설정 오류에 앞뒤 모순은 끝없이 이어져서 몰입에 연신 브레이크가 걸리고
맷 데이먼이 뜬금없이 매커니히를 죽이려고 할 때부터는(그러지 말고 다 같이 다수결로 에드먼즈 행성으로 가라고!)
그냥 다 포기하고 그림만 보다 나왔네요. 뭐, 그림이 멋있긴 했습니다.
아무튼 제작 발표 때부터 인셉션 같은 지적 유희를 기대했는데, 참 허탈했어요.
팬심에 제가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것이길 비는 마음도 있고요.
그런데 3개 행성 중에서는 밀러 행성에 물도 있고 유기물도 있어서 우선순위가 꽤 높은 것 아니었나요? 방금 봤는데도 그런 말이 있었는질 잘 모르겠네요.
밀러부터 가면 하나를 더 들르고 복귀하거나 세개 다 갈 수 있지만 가장 먼 에드먼드부터 가면 돌아오거나 다른 행성에 갈 연료가 없어서, 가까운 쪽부터 가야 한다는 설정이 있는 거 같긴 합니다만...
근데 보조 연료 탱크도 없이 시간이 느려질 정도의 블랙홀 중력권의 행성에 착륙했다 탈출속도까지 가속해서 나올 수 있는 우주선이라면 애초에 왜 지구에서는 로켓으로 이륙을 한건지?
데메킨_ 로켓 이륙에 대해서는 연료를 최대한 아끼려고 그런게 아니냔 말이 있더군요.
전 애초에 밀러 - 만 - 에드먼드 - 지구로 귀환하는 동선을 계획한 것이었고, 밀러를 건너 뛰면 다시는 밀러 행성에 갈 수 없다고 이해 했습니다. 영화상에도 그렇게 설명하지 않았던가요? 단순히 시간의 손해만 따지는 게 아니라 시간, 연료, 가능성 (최대한 많은 샘플을 수집하는게 확률상 타당하죠) 등등을 다 따진 계획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