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해한 도서정가제 개정안은 생산자를 위한 법입니다.

먼저, 저는 출판이나 서점업계와는 전혀 상관 없는 올해초 도서정가제 강화 관련해서 찬반이 벌어질때 지켜보기만한 일반 독자에 불과합니다.


11월 21일부터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적용되서 요즘 온라인 서점 등이 무지막지한 할인율로 재고떨어내려고 난리죠.

아래 어느 분은 도서정가제가 '모두가 똑같은 할인율/정가로 똑같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법'으로 이해하고 계시던데, 이건 단통법 얘기고요. 도서정가제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일단, 일반 소비자에게 다가오는 큰 변경점은 세가지입니다. 


1. 할인율 축소 :  19%  -> 15%..

2. 출간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나면 정가제 적용 제외 -> 18개월이 지난 도서는 정가변경 가능

3. 실용도서와 초등학생 참고서 제외 -> 모든 분야의 도서에 적용


(그외에 3년마다 재검토니 국가기관에서 출간한 책도 포함이니 같은 내용이 있는데 소비자한테 크게 다가오진 않죠.)



출판업계에서는 애초에 할인 없는 도서정가제 강화를 주장했고, 도서정가제가 강화되면 동네서점을 살릴 수 있다. 할인을 미리 반영한 책값 거품이 빠진다.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아래 글에 soboo 님도 지적하셨듯, 동네서점은 정가제 시행이후 절반 이상 없어졌고, 책구매 방법의 주류는 온라인 대형 서점으로 고착된 상황에서 동네서점 살린다는 소리는 주장하는 당사자들도 안 믿을 겁니다. 책값 거품이 빠진다고요? 우리나라에서 언제 오른 가격 떨어지는 것 보셨나요? 가뜩이나 어렵다 어렵다 하는 상황에서 몇퍼센트라도 더 받을 수 있는데 거품을 빼겠습니까.. 



하여튼,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2번 항목이라고 봅니다.


기존에는 18개월이 지나면 정가제 적용이 안되기 때문에 대형 온라인 서점들이 할인율을 쥐락펴락 했습니다. 쿠폰이다 이벤트다 하면서 사은품을 주거나 할인을 90%까지 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비용을 모두 온라인 서점이 내느냐? 그게 아니었거든요. 서점은 출판사에게 그만큼 싸게 공급하기를 요구합니다. '재고떨이 해줄테니 싸게 줘라.' 라고 요구를 하면면 다른 인터넷 서점에서 또 '우리도 이벤트 하게 그 가격에 달라' 라고 하는거죠.  즉, 가격 결정권이 출판사에게서 떠나버립니다. 

(이벤트 없는 구간도서 할인율을 보면 신간과 몇퍼센트 차이도 안납니다. 신간이 10%할인+9% 마일리지면, 구간은 20% 할인 + 1~3% 마일리지 정도죠.. 온라인 서점이 정상적으로 출판사에서 받아오는 책의 정상적인 최대 할인율은 정가제 적용을 안하는 경우 25~30% 정도라고 보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구간 도서는 정가제 제외가 아니라 '정가를 변경' 하게 됩니다. 정가는 당연히 출판사에서 정하죠. 지금처럼 온라인 서점이 이벤트하게 무지막지하게 싸게 책 달라는 소리를 안하게 됩니다. 싸게 팔려면 정가를 변경해야 하고, 그러면 다른 서점도 그 가격으로 정가가 변경되는데 할인/쿠폰 이벤트로 차별화가 불가능하죠. 출판사는 이제 18개월 지난 책을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이벤트를 이유로 싸게 달라는 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어집니다. 


도서시장에서 대형 온라인 서점으로 넘어간 주도권중 가격결정권만큼은 출판사가 되찾아 오는 것이죠. 이 부분이 얼마나 큰지 모르겠습니다. 동네서점이 없어지면서 실물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이 온라인 서점의 홍보/마케팅에 의해 도서 구입을 하게 되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여전히 서점쪽이 쥐고 있으니까요.



단통법은 그래도 목적은 '소비자'를 위한 법이었죠. '소비자들이 발품(인터넷품) 파는 사람과 그냥 사는 사람의 가격차이가 터무니없이 크니 모든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혜택보게 하자' 라는 목적이기라도 했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모두가 비싸게 사는 법이 되었지만요.) 하지만, 도서정가제는 철저하게 생산자(출판사)를 위한 법입니다. 단통법식으로 표현하면 '문화산업은 특별하니까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좀 비싸게 사줘' 라는 것 아닌가 싶네요.


이렇게 해서 출판시장이 유지되고 다양한 책들이 나온다면 5% 정도야 추가 지출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주도권을 완전히 잃어버린 출판사에게 어느정도 도움이 될지...

과연 동네서점은 되살아 날지...(....), 책값에 낀 거품은 몇퍼센트라도 빠질지..  궁금합니다.


문화산업 보호라는 점에서 단통법 보다는 대형마트 의무휴일제나 스크린 쿼터와 비교될만 한것 아닌가 싶네요. 대형마트 의무휴일제는 소비자의 불편만 초래하고 정작 재래시장 매출은 그다지 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스크린 쿼터 덕분에 시간을 번 한국 영화계는 외형상으로는 매출이 엄청 늘긴 했으니..





    • 업계 종사자이신가요? 본문 중에 제가 아는 현실과 다른 부분이 좀 있는 듯하네요.


      어쨌든 정가제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뤄지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 보기 때문에 많이들 이야기 나눴으면 합니다.

      • 본문 첫줄에 저는 업계와 상관없는 일반 독자라고 명시했습니다. ^^


        제가 아는 상황하에 이해한 것이라, 현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동네서점은 다팔리고 나서야 정산 받는거라서 현금회전이 무진장 느립니다. 그러나 온라인은 현금회전이 무척 빠르죠. 그러니 처음에는 거부했다가 굴복할 수 밖에 없는거죠. 덕분에 가격만 올랐죠. 단통법과 다르게 10여년전부터 꾸준히 도서정가제를 계속 추진했죠. 근데 너무 늦었어요. 출판사나 총판이나 동네서점들도 점잖은 양반들이라 안팔리면 안팔리는데 살다가 그냥 망했죠. 영화배우들처럼 뭉치고 그런거 할 줄을 모르니... 아무튼 국캐위원들 단통법도 그렇고 법하나도 제대로 못만듭니다. 제대로 했다면 빨리 빨리 해야죠.


      도서대여점이나 온라인서점 잘나갈때 제가 딱봐도 어어 이거 아닌데  아무리 봐도 결국 출판사랑 동네서점한테 불리한건데 왜 그냥 냅두지 했는데 한 20년동안 냅두더니 한국만화 파토나고 겨우 웹툰으로 부활했는데, 서점이 다시 부활하기는 힘들 듯. 출판사라도 부활해야 할텐데 잘될지 모르겠네요.

      • 도서정가제 도입된건 2003년 부터인데요. 11년 밖에 안되었습니다. 도서대여점과 만화책은 서로 싸우고 있을때 '불법스캔'이 등장해서 망했죠. 사실 도서대여점이라는 존재는 잘 나갈때는 20만개 정도 되었다니 만화출판쪽 입장에서는 적어도 20만부의 고정 판매처는 확보 한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봅니다. 80년대 비디오 대여점처럼 출판업계/작가들이 대여점 업계와 어느정도 합의점을 찾았어야 불법스캔과 공동 대응할 수 있지 않았을가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 도서정가제는 수십년된거고 온라인 때문에 개정된거에요. 최근에 떠들어대서 최근에 생긴 줄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훨씬 오래됐음.

          • 도서정가제의 근거가 되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구 출판및 인쇄진흥법)을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해도 2003년에 제정된 법인데요. 그리고 도서의 할인 제한을 두는 내용이 2003년부터 시행된건데 수십년 되었다는 근거를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모르는 내용이라서요.

            • 1977년부터 출판·서점업계 자율적 결의로 시행한 도서정가제가 1980년 12월 31일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
              제정·시행되면서 동 법률 제 20조 2항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저작물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통해
              도서의 정가 판매를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출판문화산업의 진흥이라는 측면보다는 규제적 관점에서 도서정가제가 경쟁을 저해한다는 시장 논리로 접근하면서 도서정가제 품목을
              단계적으로 축소 또는 폐지하는 정책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러한 경쟁의 논리에 입각한 접근이 시도되면서부터 도서정가제는 뿌리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우리 출판·서점업계는 1999년부터 도서정가제의 법적 틀을 확립하기 위해 ‘간행물 정가 유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여 2003년, 5년간의 한시적이고  한적인 최초의 도서정가제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20조 2항은 확인해 봤는데 대통령령이 정하는 저작물에 한하는게 아니라 범위가 넓네요. (재판매가격 유지 행위 상품은 경제기획원에 신청하라고..) 


                기사를 찾아보니 77년에 '담합'했다가 81년에 재판매가격 유지행위행위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했다며 좋아하다가 82년에 공정거래위로부터 이런 저런 이유로 제지당하고 담합 못하게 되었다가 법적 근거가 생긴건 실질적으로 2003년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간행물 정가 유지에 관한 법률'은 찾아 볼수가 없습니다.  혹시 댓글의 내용을 어디서 가져오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 20만개가 아니라 2만개인 듯 하군요. 어쨌거나 만화출판업계가 사양의 길을 걸었던 건 대여점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고, 오히려 PC방, 인터넷 보급률과 상관관계가 컸었던 자료를 본 기억이 나는군요.

          • 현재 20만개가 아니라 한참 많을때 20만개였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대여점 연합회에서 100만 대여점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20만개 정도 된다고 했거든요. 현재는 대여점협회 회원수가 1만명이 안된다고 하고.. 2만개가 안되는게 맞을 겁니다.

              • 제가 본 기사가 틀렸나 봅니다. 통계청 자료 보니 영상/음반 임대업과 서적임대업을 합쳐서 2006년에 9000개 정도 되고, 2012년에는 3000개가 안될 정도로 감소세군요. 그럼 제일 잘나갈때 2만개 정도였다니.. 2만부 기본 판매 정도로 협상하긴 어려웠을까요.

    • 묻어가며 질문하자면, 오프라인 서점에서 할인할지 안 할지는 그냥 서점 주인 마음인건가요? 

      • 주인 마음이고, 할인을 한다고 해도 온라인 서점과 같은 제한을 받습니다. 

    • 가격결정권을 출판사에게 어느정도 보장한다는 측면이 있으니 어느정도는 말씀하신바와 유사합니다.

      역시 실효성은 미지수지만요.
    • 생산자가 아니라 유통자를 위한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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