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겨울의 추억들...

올해 5월에 엄마가 혈액암으로 돌아가시고 첫 겨울입니다.

작년 겨울을 돌아보게 되네요.

작년 봄에 엄마가 암이라는 거 알게 되고 힘든 항암 치료 기간 거치고 지금 이맘 때부터 집에 오셔서 엄마하고 같이 있었어요.

일주일에 두 번, 치료 겸 검사하러 대학병원에 모시고 다니구요.

엄마 컨디션 봐가면서, 같이 외출도 많이 하고 엄마하고 시간 보내려고 애도 많이 쓰고요.


어쩌다보니, 그러다보니 엄마 소지품으로 보관하고 있는 물건들이 순전히 다 겨울 용품들입니다.

차 타고 다닐 때 엄마 덮어드렸던 커다란 숄, 엄마 장갑, 목도리, 겨울 모자들...

49재 지낼 때 엄마가 평소 잘 입고 편하게 입으시던 옷, 신발만 태워드리고 나머지 물건하고 옷, 신발, 구두 같은 건 모두 그냥 보관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문득 옷장 안에서 엄마 상자.. 꺼내서, 정말 문득 열어 보다가 엉엉 울었습니다.

엄마 휴대폰, 엄마가 작년 겨울 왔다 갔다 하셨던 흔적들이 사무쳐서요.

엄마 수첩에 남겨진 또박또박 글자들도요. 저한테 빌려준 돈, 손자들한테 사준 옷값... 이런 것들 메모. 제일 마지막 장에 적힌 계좌번호하고... 

암으로 입원하기 전까지 평생 일하고 작은 공장 경영하셨던 분이라..




작년 겨울에 엄마 병원 왔다 갔다 할 때 따뜻해야한다고 엄마 모시고 가서 좀 무리해서 털코트 가볍고 정말 따뜻한 걸로, 사드린다고 모시고 갔어요.

무리해서라도 사드리자고. 엄마는 돈 생각하지 말고 마음에 드냐고 몇 번 물어보고 했어요.

근데 엄마, 당신이 입어보고는 굳이 우리한테도(엄마 키가 170이 넘으셨고 저도, 언니도 그래요..) 한번 입어보라고 하고,

젊은 니들이 입어도 되겠다, 하시고는

그걸 사라고 하셨지요.


왜, 엄마 계속 입을건데. 내년에도 입어.

아니다, 나 나중에 빌려줘. 되게 이뿌다., 이런 철없는 얘기도 하면서.

거기 그 가게에 뭔 털부츠 같은 게 있는데... 제가 발도 크고 잘 꾸미지도 않아서... 겨울 신발 따로 사신지도 않구요...

근데 엄마가 저한테 그 부츠 신어보라고 해서. 신어보고. 엄마 사주셨어요.



신발장에서 겨울 신발 이제 꺼내야겠네, 옷장에서 겨울 옷 꺼내야지... 하는데

엄마 겨울 코트, 엄마가 사준 겨울 부츠가 나와서 괜히, 많이, 울컥합니다.




이제 고작 6개월 될까 말까하니까 아직 많이 힘든게 당연한 거겠죠?

그래도 한번씩 난데없이 정말, 사무치게,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으, 때없는 바낭입니다......

진짜 난데없네요ㅠ

우울한 기운 잔뜩 뿌리고 갑니다, 죄송하네요-_-

    • 생각하면 평생 마음 무너지죠 힘내 잘 사시는게.

    • 안녕하세요-

      어떻게 안 그럴 수 있으시겠어요.

      내 부모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아직까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는 걸요..

      2001년도에 제

      외할머니께서 급작스레 돌아가셨어요. 외할머니는 평소 건강하셨고 우리집에서 함께 지내셨죠.

      계절이 바뀌면서 나이 많으신 분들이 심혈관문제를 많이 겪으신다는데 저희 외할머니도 그러셨어요.

      지금도 가끔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울컥, 하고 눈물이 납니다.

      부모님은 어떻겠어요. 더하겠지요.


      어머님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신게 오래 남으실 것 같습니다.

      겨울이 오고 어머님의 유품에 마음이 얼얼하시고 아프실 것 같아요. 멀리서나마 안아드리고 토닥여드리고 싶습니다.
    • 으엉.... 눈물나네요 안그래도 저는 주변의 누군가가 떠나가기라도 할까봐 항상 두려운데 실제로 겪으셨으니....

      으엉 ㅜㅜㅜㅜㅜ 엄마 너무 보고싶으시겠어요... ㅠㅠㅠㅠ
    • 눈물 뚝뚝 흘리며 읽었어요. 저도 작년 가을에 엄마가 췌장암 판정 받으시고 지금 투병중이세요.

      항암치료 받다 너무 힘들어 하셔서 본인 뜻대로 집으로 오신뒤 많이 호전 되셨고 지금은 식사도 운동도 잘하고 계시지만

      한 번씩 엄습해 오는 불안에 한밤중에 엉엉 울곤 합니다.

      위로의 말씀을 먼저 드려야 하는데 주책없이 제 이야기만 늘어 놓았네요.

      부모를 잃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차마 다 헤아릴 수가 없어 어떤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만 오늘밤 너무 괴로워하지 마시고 편히 잠드시길 바랄게요.
    • 눈물나네요..

      제가 21살 가을에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딱 이맘때네요. 그로부터 일년이 지난 어느 겨울에 엄마께 짜증을 부렸죠

      지금은 절대 그러지 않는데 그땐 철이 많이 없었나봐요..사이가 굉장히 좋은 모녀인데

      종종 제가 투정을 부리곤 했어요

      다 받아주시던 엄마께서 그날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시면서

      너는 짜증낼 엄마라도 있지! 난 엄마도 없어! 하면서 엉엉 우시더라고요..

      평소 워낙 긍정적이시고 온화한 분이라 화내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처음 봤어요 엄마의 그런 모습..

      그 뒤로 지금까지 엄마께 짜증내본적이 없어요. 엄마의 그 말이, 갑자기 터진 울음이,

      너무 가슴에 아프게 박혀서..

      엄마 잃은 우리 엄마에게 내가 엄마가 되어줘야지..이런 생각을 하곤 하지만 현실은..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지 8년이 넘은 거 같은데..할머니 이야기가 나올 때면 엄마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세요..

      아마 자다가 누워서도 자주 우실거예요..

      그런 엄마가 안쓰럽고 마음 아프고..

      먼 훗날의 제모습을 보는 것도 같고요..

      많이 힘드시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슬프고 힘드실거예요..엄마는 그런 존재같아요

      그래도 그렇게 좋은 엄마가 내 엄마셨다는 것에 기운내시길 바랄게요

      이레와율 어머님께서 이레와율님께서 씩씩하고 행복하시길 바라실테니 눈물 닦으시고

      내일은 맛있는 거 드시고 기운 차리세요


      그리고..전에 벚꽃동산님 어머님 아프시다는 리플을 보고 마음이 많이 쓰였어요..

      쪽지라도 보내보고 싶었는데 괜한 오지랖인듯해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어머님 완쾌..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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