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유나의 거리 짧은 감상

본방사수가 거의 불가능한 처지라 주말에 유나의 거리 마지막을 봤습니다.

예상+바람을 거의 빗나가지 않고 좋게좋게 모두가 행복하게 하하호호 끝나더군요.


이 드라마의 매력 중 하나라면 그 한옥을 개조한 다세대주택에 찾아가면 유나, 창만이, 한사장, 도끼할배, 미선이, 다영이 등등이 정말 살고 있을 것 같은 생생한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현실적인 우리의 삶과 소소한 감동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는 제가 본 가장 비현실적인 드라마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막장드라마, 불륜드라마, 막장범죄드라마 같은 것들은 현실에는 그것들을 능가하는 막장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순화된 현실에 가깝죠.


전직조폭이 세 놓은 집에 사는 소매치기, 꽃뱀, 노가다, 백수, 그 외 전직형사, 소매치기 동료, 도둑 이런 사람들이 때때로 부딪히지만 훈훈하게 확장된 가족의 형태로 서로를 보듬어 가는 건

제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장르로 보자면 환상소설 장르로 분류해야 할 정도로 현실성이 없습니다.

현실이었다면 곽사장 정도의 사람이라면 유나와 윤지를 폭력으로 고소해서 유치장에 집어넣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고 부킹언니는 전 남편과 지루한 위자료 싸움을 했을 것 같고 유나의 의붓동생이 그렇게 쉽게 언니 언니 하며 유나를 따르지 않았을 겁니다.

거기다 우리나라 재벌이 사회적 기업이라뇨.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어딨습니까.


그리고 그 비현실성의 중심에 창만이가 있습니다. 착하디 착한 이 청년은 이 드라마에서 재림예수요, 매트릭스의 네오입니다. 손 대면 사람들이 사라라~ 착해지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유나의 거리는 저에게 동화입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어딘가 세상 한켠에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은 어디에도 없는.

창만이 같은 친구 하나 있으면 좋겠고 한사장 같은 형님 하나 있으면 좋겠고 동민이 같은 조카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내 집 마당에 쓰레기를 던지는 이웃이라든가 말 바꾸고 안면몰수하는 직장상사라든가.

그래서 마지막 즈음 모두모두 하하호호 행복해 지는 모습에 "그래도 이건 좀..." 싶었지만 한 편으로는 이 드라마는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아무리 비현실적이라도 말이죠.

드라마에서나마 그들이 모두 행복해 졌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결국 모두들 조금이라도 더 행복을 향해 가는 모습이 고마웠습니다.



추가: 동민이는 창만이 어린 버전, 세진실업 회장은 창만이 나이 든 버전, 뭐 이런 생각을 해 봤네요.

    • 멍청한 애들이 아닌 알거 다 아는 어른들을 혹하게 만들어야 성공하는 동화였죠. 그런데 대본에 연출에 배우들 연기가 다들 미처버려서 그게 실제 이루어짐....!!

      • 생소한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었죠.

    •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판타지였죠.




      그러나 그 판타지를 열망하는 작가의 마음에 공감하기에


      더욱 애틋하였던 것 같습니다.




      마치 현실의 시궁창에서 구원을 바라는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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