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남들 다 본 Her를 오늘에야 봤습니다. 와이프하고 둘이서 VOD로요. 요즘 새벽근무 때문에 신체리듬이 새벽형 인간인 아내는 보다가 꾸벅꾸벅 졸았지만 저는 재미있게 봤네요.


마트에서 산 보졸레 누보를 한잔씩 따르고 미국산 냉장 갈비살을 소금뿌려 굽고 블루치즈를 곁들였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데.. 거기에 참 많은 추억거리들과 떠오르는 후회와 살며시 스며드는 슬픔이며 깨달음 같은 것이 섞여 있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압권이네요. 눈빛과 표정으로 모든것을 표현합니다.


언뜻 보면 이 영화는 SF일수도 있겠지만(상당히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다른 한편으로는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입니다. 너무 질척하지도 않고 너무 뽀샤시하지도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사랑 이야기랄까요.


문득 그 시가 떠오릅니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기형도 시인의 빈집이죠. 세상 모든 사랑 이야기는 빈집에 갇히는 걸로 끝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꾸벅꾸벅 졸던 아내는 자러 들어갔고.. 저는 남아 영화의 감상을 남깁니다. 어찌보면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것이 부부 사이라지만.. 다행히 지금의 제 사랑은 빈집이 아니라 아내의 마음속 어디쯤엔가 갇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내의 마음도 저와 같기를 바래봅니다.

    • 이 글 보니 와인에 치즈가 먹고 싶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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