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더스:신들과 왕들 보고 초간단 바낭(스포 함유)

어제 저녁에 3D로 관람했습니다.

영화끝나고 자막에 제일 먼저 뜨는 말이 For my brother, Tony Scott 입니다. 이 부분에서 약간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블레이드 러너>는 형 프랭크의 사망에 불멸에 관해 생각하던 리들리 스콧의 생각이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카운슬러> 촬영 중 동생의 사망 소식을 듣고 그 후 만든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쳤을까 싶은 궁금증이 들더군요. 결국 적이 되지만, 어느 부분까지는 유지되던 모세와 람세스의 우애에 이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뭔가가 있지는 않나 싶기도 하고요.

영화 제목대로 딱 출애굽까지 합니다. 십계를 만드는 장면도 나옵니다.

이 영화의 람세스에게서 묘하게 코두모스의 그림자를 좀 느꼈습니다. 배우 입매가 좀 부루퉁해서  불만족한 어린애같기도 한 면이 아버지에게서 파라오가 될 만한 그릇이란 평은 못 받던 람세스의 내면의 불만과 불안감, 자기중심적인 아이와도 같은 면모를 살려 주는 듯 했습니다. <십계>에 율 브리너에 비하면 카리스마가 약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스콧의 이번 영화에 나온 인물들이 그렇게 휘황찬란한 카리스마를 과시하지는 않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 한 시고니 위버와 벤 킹슬리는 우정 출연같았습니다. 어떤 배우가 자꾸 눈에 익은데 이름이 기억 안 나서 나중에 자막에서 확인해 보니 존 터투로였어요. 오랜만에 이렇게 큰 영화관에서 보니 반가웠습니다.

감독은 종교에 관해서는 현실적인 접근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재앙에 관해 설명하는 것도 요즘 시대에 사고가 생기면 교수나 과학자가 tv에 나와서 나름의 가설을 내놓는다든가, 정부에 가서 브리핑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 같았고, 히브리인 해방 문제도 람세스는 종교 면보다는 경제적인 면에서 접근합니다. 신 혹은 신의 대리인을 어린 남자아이로 설정하는 것을 보고 왜 신들과 왕들이란 구절이 제목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실마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구약의 신은 질투하는 신이고, 다른 신이 떠받들여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 합니다.

인터뷰를 보니 스콧은 무신론자라고 스스로 밝히더군요:

Your next film, “Exodus,” is a massive Moses-wandering-through-the-desert epic, which seems ambitious.
I’ve got it fairly well plotted out. I’m an atheist, which is actually good, because I’ve got to convince myself the story works.

Maybe this project will change your perspective on religion.
If I go over budget, definitely.

http://www.nytimes.com/2013/10/27/magazine/ridley-scott-most-novelists-are-desperate-to-do-what-i-do.html?smid=tw-nytimes&_r=2&

 

도입부가 굉장히 긴 느낌이며 중간중간 지루하기도 했습니다.

스콧의 다른 영화에서도 공중에서 찍은 각도가 이렇게 많이 나왔었나요? 공중에서 먼저 찍고 그 다음 cg를 첨가한 것 같았습니다. 공중에서 봤을 때 점점으로만 움직이는 사람들- 가까이 봤으면 고통받고 공포에 질린 피와 살을 가진 사람들-을 보니 감독은 차갑고 관조적인 자세로 이 모든 환난에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300:제국의 부활>에 비하면 낭자하는 유혈이 없고 잔인한 묘사에 탐닉하는 것도 전혀 없습니다. 3D로 봤던 것이 인간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위력을 실감하기에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비디오로 봤던 <십계>에서 홍해가 갈라져 길이 생기는 장면보다 이 영화에서 그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홍해를 건너는 장면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한 두 번 더 볼 겁니다. 저는 만족했지만 악평도 다 이해가 갑니다.

엔하위키에는 벌써 섹션이 생겼습니다: http://rigvedawiki.net/r1/wiki.php/%EC%97%91%EC%86%8C%EB%8D%94%EC%8A%A4:%EC%8B%A0%EB%93%A4%EA%B3%BC%20%EC%99%95%EB%93%A4

 

그러고 보니, 스콧 영화에는 자극적인 섹스 신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것 같은데 이게 감독 성향하고도 관련이 있지 않나 싶네요.

 

크레딧 올라가는 것 끝까지 다 보고 나왔는데 각 배우의 PA 이름도 자막에 나오고 카나리아 제도, 이집트 여러 군데에서 촬영을 했더군요.

    • 영화가 영상적인 부분은 이집트의 압도적이고 거대한 건축물들 같은게 볼만할거 같았는데


      지루할거 같기도 해서 망설여지네요.

      • 지루함은 그냥 감내하셔야 할 부분같습니다.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을 조금 넘는데다 도입부에서부터 슬금슬금 긴장쌓아가다 중반 부분에서 터뜨리는 게 감독 스타일이다 보니 지루한 것도 같고요. 지루함은 세금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시고 시각적인 부분을 즐기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사실 출애굽기 얘기는 하도 많이 본 데다가 그 종교적 메세지에 짜증이나서 안 볼 생각이었는데 님의 글 보니까 갑자기 관심이 동하네요 :)

      특히 리들리 스콧이 무신론자에 자극적인 정사 씬이 없다는 것도 제 맘에 쏙 들고요ㅋ

      • 이 영화는 교인 입장에서도 뭥미? 할 영화일 듯 합니다.


         


         


        람세스가 죽은 아들을 함에 넣는 장면이 있는데 그 함에 새겨진 무늬같은 게 흡사 <사자의 서>같아서 디테일한 면에 감탄했지요.


        남녀 주인공 간에도 섹스 장면이 많이 나오는 감독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장면이 <블레이드 러너>에서 해리슨 포드와 숀 영의 키스 신과 <한니발>에서 안소니 홉킨스가 줄리앤 무어가 키스하는 장면 정도요. <킹덤 오브 헤븐>은 극장판에서 뭉텅뭉텅 잘라 버려서 열심히 섹스 신 찍은 에바 그린이 놀랐다고 하죠.

        • 오! 말씀하신 대로라면 <사자의 서>가 묘사되는 장면이 정말 기대되는군요ㅋ

          • 악, 이것은 정확성에 근거한 관찰이 아니라 그냥 느낌이었어요. 믿지 마세요.

          • 찾아 보니 제가 틀렸어요.

    • 정치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두고 복잡한 시기이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원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지금의 현실이 유사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애통하기까지 하다. 그냥 땅을 줬으면 좋겠다. 그냥 주면 되잖나! 사람들이 참 이상하다.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데, 하나만 유일하다고 생각하는 관점에 문제가 있다


       


      http://www.maxmovie.com/movie_info/sha_news_view.asp?MI_ID=MI0100733307


       


      - 스콧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도 굉장히 명료한 생각을 갖고 있군요.

      • 그나저나 리들리 스콧 감독, 팔레스타인 문제에 저렇게 단호박을 먹이다니...듣는 저로서는 정말 통쾌합니다만 괜히 이런 발언 때문에 헐리웃에서 입지가 좁아지거나...뭐 그런건 아니겠죠...;; 이 동네 유대 자본이 하도 극성이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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