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호빵은 왜 더 맛있어졌을까
저는 호빵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어릴 때 호빵 좋아하는 엄마 덕에 오손도손 모여앉아 팥호빵 야채호빵을 먹었던 기억이 많은데
그때의 행복한 기분과는 별개로 '이 행복은 뭔가 완전치 않다... 입 안에 있는 게 완전치 않기 때문이다......' 하는 어린애다운 괴상한 찜찜함을 느꼈더랬죠.
왜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식구들과 군고구마를 먹을 땐 이렇지 않건만 호빵을 먹을 땐 이러한가.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호빵이 제 취향이 아니었던 거죠.
하지만 어린 저는 나의 세계인식이 결국 고따위로 간단한 이유에 혼돈파괴였단 말인가 하고 '으으 인간이란......' 하면서 쓸데없는 고민에 빠져 공부를 안 했습니다.(응?)
그런데 어린 저한텐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 저라는 인간은 그런 간단한! 맛있는 것 하나에 세상이 꽃밭이 되고 맛없는 것 하나에 진흙탕이 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었던 것입니다. 우하하하하.
일이 안 돼 제기랄 일 때문에 모임도 송년회도 다 안 갔는데 이 내가 노는 자리에도 빠졌는데 일 넌 어디로 행방불명된 거니...
이러면서 괜히 듀게나 들락거리던 저의 오후를 구제해줄 음식은 군고구마라고 생각했는데
어릴 때부터 주욱 김을 뿜뿜 뿜는 하얀 비주얼에도 '있으면 먹고' 하는 냉담한 시선을 보내던 호빵, 그 중에서도 더 마뜩찮게 여기던 야채호빵이 이렇게 맛있어졌을 줄이야.
도대체 호빵 만드는 사람들은 무슨 짓을 한 거죠?
분명히 예전 야채호빵은 그 압도적인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한 입 깨물면 빵 부분은 밍밍하니 차분차분 질기고 속은 되다 만 냉동만두처럼 니글니글했건만.
지금 먹은 야채호빵은 빵 부분은 포슬포슬 부드럽고 속은 자극적인 향신료 맛이 확 튀면서 니글거리지도 않고 적당히 짭짤합니다.
얘는 내가 이제껏 먹어왔던 야채호빵이 아닌데???
세상이 좋아지는 건지 아님 반대로 살기 팍팍하니 연구원 분들이 더 불철주야 힘을 내주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감사한 일입니다.
잠깐 근데 이게 감사한 일 맞을까요.
좋아하지 않던 음식까지 맛있어지다니 지금 좋아하는 음식들도 많은데 여기서 더 많아지면 이 겨울 뱃살은 어디로......
호빵은 겉과 속을 구별하게 돼서 그런 완전치 않은 생각이 듭니다.
야채호빵 먹고 싶네요 맛있어졌다니.
오 겉과 속을 구별하게 돼서 피자호빵은 완전했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드셔보세요 같이 드신 엄마도 확실히 더 맛있어졌다고 인정하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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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력 있는 가설입니다!
하지만 같이 드신 엄마도 예전에 비해 맛있어졌다고 하신 걸 보니 업그레이드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예전에 시판 냉동만두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난 1x년 동안 호빵이라면 오직 야채호빵만을 먹은 제가 느끼기에
예전 야채호빵 속은 뭘로 만들었는지 참 느끼하면서도 텁텁했는데
요즘의 (삼립기준) 야채호빵 속은 식감이 부드럽고 만두속에 훨씬 가까운 맛을 내더군요.
오오 야채호빵박사님이 나타났다!
맞아요 제가 느낀 감상도 비슷합니다. 오늘 먹은 야채호빵도 삼립 거였어요.
이 글을 보고 (십여년만에) 내일 꼭 야채호빵을 사먹어봐야겠다 다짐하는 1인
오늘도 이렇게 뽐뿌의 악업을 쌓는 1인. 후후 야채호빵 하나 정도야 인생에서 누려도 그만 안 누려도 그만인 작은 기쁨 아니겠습니까. 삼립으로 사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