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사무라이: 한밤의 암살자

이 영화가 국내에 소개될 때는 사무라이라는 원제대신 한밤의 암살자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나 봅니다. 

한밤의 암살자라는 제목도 고전적이고 좋긴 해요. 아, 네덜란드의 폰스 라데마케르스 감독의 작품으로도 한밤의 암살자라는 작품이 있다고 합니다. 

지난 주에 한 [태양은 가득히]를 제일 보고 싶었는데 갑작스레 야근이 생기는 바람에ㅠㅠ 스크린으로 본 적은 없는데 너무 아쉬워요. 

배우에게 비주얼 쇼크를 받는다는 표현을 종종 쓰던데, 전 이 표현을 쓸 수 있는 배우가 둘 있어요. 7년만의 외출에서 처음 본 마릴린 먼로와 태양은 가득히에서 본 알랭 들롱. 줄거리는 하나도 기억도 안 나고 배우가 왔다갔다 하면 고개가 따라 돌아가는 지경이었지요=ㅂ=;;; 제가 집에 있는 텔레비전 화면으로 봐도 그 정도였는데 스크린으로, 특히 동시대에 본 사람들은 어땠을지... 쫌 부럽습니다. 


- 프랑스 참 무서운 나라에요.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목격자가 용의자 인상착의를 얘기해주자 경찰에서는 장신/레인코트/모자를 쓴 남자를 구마다 20명씩 할당해서 잡아오라고 합니다. 우리의 암살자는 호텔방같은 데서 친구들이랑 카드놀이를 하다가 잡혀가는데, 경찰은 영장도 없이 들어와서 정중하게 신분증과 범행시간의 행적을 물어보기는 하지만 해당 시간에 그 자리에 없었다고 하자 영장도 없이 그냥 잡아갑니다. 네 뭐 미란다 원칙이 없던 시절이기는 합니다만... 게다가 목격자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바로 용의자들을 보여주면서 이 사람 맞나요? 하고 물어봅니다. 나중에 얘기들으니 이틀이 걸렸나 봅니다. 게다가 우리의 암살자의 약혼녀의 증언이 의심스럽자 집에 찾아가서 영장도 없이 속임수를 써서 들어가고 들어가자마자 서랍을 뒤집어엎으며 협박ㄷㄷㄷㄷㄷ 마지막에는 우리의 암살자가 사람이 가득한 클럽에서 총을 꺼내들고 있는 상황인데 말도 없이 그냥 발포ㄷㄷㄷㄷ 


- 킬러를 다룬 영화나 소설들은 대개 그 킬러의 마지막 사건을 다루죠. 작품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뭔가 마무리가 되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아무리 잘난 킬러라도 저런 실수를 했는데/ 저런 일을 대비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특급 킬러 노릇을 했을까 싶기는 해요...ㅎ 


- 제가 외국영화 볼 때 사람들 얼굴을 헷갈리는 경향이 있긴 한데... 이번에 특히 심했습니다ㅠㅠ 제프(우리의 암살자) 제외한 남자인물들은 거의 구별할 수가 없었는데 특히 잔(제프의 약혼녀)의 다른 남자친구와 제프에게 사건을 가져다 준 중계인과 의뢰인을 총체적으로 헷갈렸어요. 계속 왜 저 사람이 저기에 있지???? 의 연속이었는데...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 영화는 정말 멋지고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함축적이고도 아름답더군요. 저 사람이 왜 저기에 있지 하는 순간에도요ㅎㅎ 검은 배경에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규칙적으로 때로는 불규칙적으로 짹 짹 들려오는 새소리, 제프가 옷을 입거나 묵묵히 팔의 상처를 치료하는 동작, 오십 개의 열쇠에서(...) 맞는 것을 골라내는 동안의 침묵, 회색의 거리, 목격자와 시선이 교차하거나 장갑을 끼거나 차 뒤에서 슬쩍 나타나거나 창틀을 훑어보거나 하는 단순하고 소리없는 몇 개의 장면들이 쌓여서 혹은 반복되면서 긴장감을 구축하는데, 요즘 본 영화들이 죄다 친절함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모든 화면을 압도하는 제프의 무표정. 뒤에 많은 감정을 감추고 있는 무표정이 아닌데도 비인간적이지도 않고, 참 독특하고도 드문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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