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프로젝트



연말, 한 해의 마무리로 어떤 앨범이 좋을까요.

사실 한 해의 마무리와는 아무 상관 없지만 그래도 지구를 떠나고 싶기 딱 좋은 시절, 

어쩌면 어울리는 면이 있다고 우기며 이 음반을 들고와봅니다.







당신이 라디오를 갖고 싶다면

제가 당신의 라디오가 되어드릴게요

비행기를 원한다면

당신을 위해 비행기가 될게요

당신이 고독한 심장을 품고 있다면

제가 당신의 고독한 심장이 되고

당신에게 로케트가 필요하다면

제가 돼드릴게요, 로케트가

당신이 은하수를 건너간다면

곁에서 함께 은하수를 걷지요

당신은 저의 외로운 소녀가 되어주세요

저는 당신의 외로운 소년이 되어줄게요

당신이 유성을 원한다면

당신을 위해 하늘 너머에서 몸을 던질게요

당신이 다른 세상을 원한다면

제가 당신의 다른 세상이 되겠습니다

온 우주를 다 원하신다면

당신을 위해 우주가 될 거예요


어디서든 당신의 곁에 있도록...


당신에게 텅 빈 심장밖에 없다고 말하신다면

제가 바로 그 텅 빈 심장입니다

고독한 당신의

고독한 마음이 되어줄게요






2014 스페이스 프로젝트는 lefse라는 작은 레이블에서 진행한 컴필레이션 프로젝트입니다.

많이 알려진 앨범도, 흥한 앨범도 아니지만 저는 올 한 해 배경 음악으로 틀어놓고 딴짓하는 데 잘 썼어요.

가사가 있는 몇 곡은 오래 음미하며 듣기도 해서, 좀 심하게 마이너한 취향인가 우려도 되지만 이렇게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말해봐야 아무도 모르는 밴드들 사이에 보시다시피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는 우주를 유영하고 있습니다' 를 위시해 

명실상부 이 분야의 수퍼스타인 spiritualized의 아름다운 곡이 수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홍보에 도움이 될 수도 있었을 밴드의 프론트맨이란 자는 '돈 준다기에 한 거야'라는 찬물 끼얹는 인터뷰로 

리스너들의 동심을 파괴할 뿐이었죠. 

아무튼 위의 곡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을 걷어내면 보이저호가 보내온 해왕성의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입니다.







근래 그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

그녀가 말을 할 수 없었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어

어쩌면 고대의 신들에 의해 발견된 것보다

실종 상태가 그녀에겐 나았을지 몰라


부카레슈티의 요새 뒤로 착륙하는 동안 그들은

모두의 잠을 깨웠어

전설의 땅에서 모조품을 만들고

검은 헬리콥터를 위해 라카로 건배하는 동안

니스칠한 표면 위로 또 하나의 교훈이 반사되어 빛났지


우리가 미래를 예견하고 있었다고는 말하지 않겠어

그녀의 시력과 팔의 감각은 조금씩 돌아왔지만

그녀의 입은 여전히 더듬거리며 길을 찾고 있어

오래도록 무시되어온 말들 속에서






그리고 이 곡에는 목성의 위성인 이오의 소리가 담겨있습니다.

네, 이 스페이스 프로젝트라는 것은 다름 아닌, 보이저호가 보내온 우주의 소리에 뮤지션들이 음악을 입힌 작업이에요.

레이블의 대표가 과학자인 형제와 대화하다 착안했다는 이 음반엔

지구, 목성-이오, 토성, 천왕성-미란다, 해왕성의 소리를 베이스로 해서 각 두 곡씩 총 14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보이저와 인간과 우주의 협업인 거죠.

70년대와 같은 사이키델릭의 시대도 아니고 이런 작업이 새삼 신비로울 것도 없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때때로 유튜브에 들어가 별 뜻도 없이 골든디스크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종류의 사람들에겐

틀어놓고 딴 짓하는 데 유용한 소품 정도는 돼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튼 전 몇몇 곡에 발이 멎어 오래 음미하곤 했어요.


'지옥은 비어있다, 악마는 모두 여기에 있다'는 셰익스피어의 구절을 외면하려 닐 게이먼을 펼치면

무슨 악몽처럼 거기에도 '지옥은 비어있다, 악마는 모두 여기에 있다'고 쓰여 있는 것과 같은 그런 시절, 그런 지구에서

기계적일만큼 또 해가 갑니다.

내년은 부디 올해와 같지 않기를,이

그냥 아무에게나 해도, 어떤 의미로 해도 명백한 덕담이 될 것도 같으니

그런 인사를 드립니다.

마지막 곡으론 천왕성의 고리가 부르는 노래를 함께 들어요.








너는 방향을 잘못 잡았어, 네가 택한 길은 업그레이드에 반하는 길이야

난 네 주머니 속을 꿰뚫어볼 수 있어

네 손에 쥐어진 칼날은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거지

너는 그 누구보다도 유능해

하지만 그렇게 겁을 집어먹고 있어서야 어떻게 알겠어

어쩌면 내가 좀 미친 걸지도 몰라

그래도 널 사랑한지 10년도 더 됐어


붙들린 채, 우린 걸어가

나는 한 알의 사과일 뿐이라서

벌레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야

어쩌면 우주 비행사가 될 수도 있었을 건데

이 지구가 날 놓아주기만 했다면


아무도 우릴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용서받을 수 있을 거야

발설되지 않는 말들 속에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담겨 있게 마련이니까

난 짐승보다는 대단한 존재야

하지만 겁에 질려 있어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지

어쩌면 내가 좀 미쳤는지도 몰라

그래도 10년 동안 널 사랑해온 건 틀림없는 사실이야


우릴 직립보행하게 만든 중력 아래

난 한 알의 사과일 뿐이라

벌레가 내 머릿속을 좀먹어 들어가는지도 몰라

어쩌면 우주 비행사가 될 수도 있었을까

지구가 날 놓아주기만 했다면 말야


너와 함께 있으면 난 왕이라도 된 기분이야

정말이지 왕이 된 기분이야

넌 내게 모든 것을 약속했지

정말이지 모든 것을


자, 우리 

완벽한 노래 속에서 죽는 거야





always together with you (the bridge song) / spiritualized

long neglected words / a benoit & sergio

worms / youth lagoon

translated by lonegunman



    • 좋아요...+_+ 쓸쓸한 분위기가 참 매력적...

    • Los Indios Tabajaras의 기타 연주를 듣고 있으면 쓸쓸하고 흥겹고 나른해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느낌이 들어요. ^^




      (앨범 <Always In My Heart>의 재생목록인데 10번째 곡이 잘못 들어가 있네요. 


      Magic is the Moonlight,  http://youtu.be/bE2P5bB3EqU )




      lonegunman 님 덕분에 재미있는 가사를 가진 신기한 노래들을 들어볼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


      Da3kfFx.jpg

    • 론건맨님이 올리시는 게시물들 하나하나 정말 잘 읽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노래 소개와 가사 번역도 감사드려요. 


      내년은 올해와 같지 않기를에 더해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 2014 레코드스토어데이 때 눈 부릅뜨고 득템한 앨범입니다 스페이스프로젝트! 제이슨피어스가 그런 말 해놓고 나중에 페이스북에서 오해드립을 했었죠ㅎㅎ 인터뷰에서 더기율 뒤졌으면~했다가 뻥이야 했던 루리드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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