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읽은 몇몇 소설들에 대한 잡담..

지극히 개인적인 책 잡담입니다. 제 12월의 독서는 현실도피성+쾌락과 향락....; 뭐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1.전경린의 장편 <해변 빌라>


가장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언제 신작이 나오나 목 빼고 기다렸는데 10월 29일에 발매된 걸 뒤늦게 알게 되어 부랴부랴 구해 읽었습니다.

1, 2년 정도의 터울을 두고 꾸준히 장편 한 권씩을 내는 작가인데


-작가 잡담을 먼저 하자면 : 

그래도 제일 좋은 건 뭔가 전경린 답지 않게, 발랄하면서도 딱 그 또래의 감수성과 우울함, 그리고 사랑, 관계에 대한 깊이를 보여주는

<엄마의 집>입니다. 선물도 많이 하고, 저도 많이 자주 펼쳐봐요. 최근에 다시 펼쳐봤을 땐 '이 세상에 엄마가 아주 없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그리워할 빛조차 없는

무인 행성에 홀로 사는 기분이 아닐까? 춥겠지. 단순히 추운 것과는 다른, 훨씬 더 근원적인 외로움과 어두운 냉기, 오한, 습기....' 부분이더군요.


아, 다시 <해변 빌라>로 돌아가서. 띠지의 광고처럼 오래된 사랑 이야기입니다.

두 여자와 한 남자예요. 처음엔 엄마가 누군지 애매한 상태로 애매하게 외할머니와 이모, 이렇게 자라다가 자기가 누군지 알게 되고, 누구 딸인지도 알고,

그러다 아빠는 누굴까도 생각해 보는거죠. 전경린 소설 특유의 분위기나 주인공의 고뇌, 고통, 우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 같은 걸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빈틈없이 이어지는 문장 같은 것들. 이런게 좋은 분들은 좋을거예요.


저는 중간에 오휘라는 남자와 여자주인공의 이루지 않은(못한) 사랑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휘가 철없이 나타나 여자 주인공한테 무작정 떼쓰고, 하는거.

현실이라면 절대 싫겠지만요.

주인공이 피아노를 쳐서 피아노곡과 피아니스트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책을 두번째 다시읽으면서는 피아니스트도 찾아보고 피아노곡도 찾아서 쭉 틀어놓고

읽었어요.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한줄 요약 : 불륜인듯 아닌듯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전경린이니 좋았음.






2.김연수의 장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다.


당연하게 이뤄지는 일들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이요. 생모를 찾는 이야기예요. 

출간된지는 꽤 된 작품인데 뒤늦게 읽었습니다.

(출간 당시 잡음이 있었는지) 절판되어 도서관에서 대여해 읽었어요. 책을 읽을 때는 그 때, 나의 상황이나 감성 같은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거 같애요.

미국으로 입양된 아이가 한국으로 돌아와 생모와 그에 얽힌 과거를 찾아가는 이야기

동백꽃 앞에서 찍은 사진 한장. 열녀에 대한 전설- 뭔가 비밀을 숨기는 사람들- 대목을 읽어갈 때는 더없이 흥미진진했다가


동백꽃을 뜻하는 이름, '카밀라'에서 '희재'로 자신을 말하는 여자를 보게 될때까지의 여정이,

흥미롭고, 좋았죠. 실제 파도, 바람, 오래된 서양식 주택, 앞선 사람들의 사랑, 그리고 현재 자신의 사랑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들도요.


소설에서 묘사된 장소를 보면 실제 거기가 어딜까 궁금해요.

진남은 통영을 배경으로 썼다고 하더군요. 다시 가보고 싶어요. 동백꽃, 열녀 비석이 있는 유서 깊은 여고도 찾아보고 싶고요^^



*한줄 요약 : 나도 누군가의 정수리를 말없이 쳐다보고 있...





3.김연수의 단편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단편집은 <세계의 끝 여자 친구>와 <나는 유령 작가입니다>를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김연수 작가는 단편이 더 잘 맞았어요.

하지만 단편집은 읽고 나면 막상 딱 기억에 남는건 표제작 정도나 한 두편인데,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하나 하나 손 꼽고 싶을만큼 좋았습니다.


쉽게 술술 읽혔어요.

그리고 책 읽다가 오랜만에 한 번 울어보았구요.

저한테는 조금 잔인했던 것이, 단편집 전반에- 여러 편에 암환자 이야기가 나와서 읽으면서 마음이 좀 아렸습니다. 작가의 개인사적 경험이 있었을까

생각해 봤구요.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예요. 누군가 조금 더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고 살을 붙여서 아주 예쁘게 단막극이나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그 사람과 함께 듣는 함석지붕 빗소리가 사월엔 미, 칠월엔 솔-^^ 제목의 의미가 궁금했었거든요. 저는, 아름답고 소나무고, 뭐 그런줄 알았어요.


그리고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밤>은 엄마를 보낸,... 무력한, 보고 싶어할 수밖에 없는, 그냥 바보 같은 자식...그냥 여기 있는 사람... 늙은 딸의 마음으로

절절하게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막 울었어요. 슬프라 강요한 게 아니었는데 덤덤한 말투에 제가 괜히 감정이 쓸려 갔습니다.


아, 그리고 처음 실려 있는 <벚꽃 새해>에는 뻔한듯 뻔하지 않은, 이상적인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 좋았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었어요^^


*한줄 요약 : "그게 둘이서 걸어온 길이라면 절대 헛된 시간일 수 없는 것이라오."





4.황정은의 장편 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


저는 황정은을 <백의 그림자>로 처음 접했습니다. 은교^^ 민간 요법 같은 소설,이라 추천해주었어요. 마음이 힘들 때^^ 그래서 읽었는데

너무 좋은 겁니다! 그래서 다시 작가를 보았더니 올해의 좋은 소설-에서도 실린 단편, 대니 드비토-도 좋았거든요.


그리하여 장편, 야만적인 앨리스씨에 기대치를 갖고 이르게 되었지요.

펼치자 앨리시어...의 폭력적인 환경과, 잔인함 속에, 숨 죽이면서 그냥 숨죽여 읽었어요;


좋아하는 구절은 항상 따로 표시해두는데 그런거 없이 묵묵히 지나갔습니다.

저한테는 다소 힘든 소설이었어요.

활자화된 욕설과,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가정 안팎의 폭력... 묘사.. 이런 게 소화하기 버거웠어요.



한줄 요약 : 아직은 우리가 만날 때가 아니었나봅니다-_-;





5.황정은의 단편집 <파씨의 입문>


좋았습니다.

양산 펴기와 대니 드비토는 다른 단편집에서 한 번씩 접했던 소설들이었어요.


그래도 제일 좋았던 단편은 대니 드비토-입니다. 원령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 주변을 떠도는 이야기라, 살아 생전? 남녀의 대화를 재구성하는거나

살아서 제 나름의 삶을 사는 남자나 원령이 되어 점점 희미해져 가면서도, 외로움을 견디면서도 그 곁을 맴도는 존재나....

그래서 좋았어요.


양산 펴기-는 도입부부터 경쾌했고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뼈 도둑" 이었습니다. 성적 소수자를 다룬 작품들이 의외로 잘 없어서? 한번 읽고나면 잘 잊혀지지 않는데. 이 작품은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애요. 주제 의식을 갖고 주인공을 상황에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몰입하게 하면서도/ 문장이 단정한 작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줄 요약 : 응원합니다!




6.이응준의 장편 소설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


이응준의 소설은 <내 연애의 모든 것>을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 뒤에 <국가의 사생활>도 재미나게 읽었죠. 그래서 작가의 작품을 찾아봤더니

의외?로 시집도 있고 단편집도 많고- 작품이 다양하게 많아서 한참 고민하다가(도서 정가제의 압박으로 인해)! 고민, 고민 끝에 첫 장편!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을

읽었습니다.


굉장히, 의외였어요.

어찌보면 당연하겠지만 <내 연애의 모든 것>이나 <국가의 사생활>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역시 초기작이라 그렇겠죠?

그래도 애정을 가진 작가라, 음, 처음에 글 쓸 땐 이랬구나 하면서 그냥 읽었습니다^^ 

제목도 정직해요. 정말 느릅나무 아래에 천국, 이런 겁니다.


형과 아우에 대한 이야기이고, 재벌가의 부도덕한 혼외자이기도 하고, 형은 자신의 이상이자 사랑이고 그랬던 형이...

이런, 우울하고 진지한?^^ 이야깁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나중에 그곳을 다시 찾아갈 수 있게 되는 이야기, 이런거.

의외로 개정판을 내면서 덧붙인 작가의 후기가 더 인상 깊었어요. 이 소설을 쓸 당시,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비웃겠지만 문학에 순교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고.


소설 내용 중에도 "소설이란" 혹은 "작가란" 이래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써야하고 하는 조언을 해주는 술집하는, 장애를 가진, 돈은 많은, 우연히 만나 주인공의

대화 상대가 되는 형(...)이 있습니다ㅋ



이응준 작가 특유의, 그 진지한 달변-의 분위기가 조금 유치하기도 했지만 뭐 괜찮았습니다.


*한줄 요약 : 누구나 처음은 힘들군요.




7.권여선 <비자나무숲>


권여선은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사랑을 믿다' 를 좋아해서 알고는 있었는데. 이 작품은 예전에 언젠가 누가 참 좋다고! 듀게에 올리셨어요!

그래서 저도 두말 않고 읽었지요^^

정말 참, 좋습니다.

특히 <끝내 가보지 못한 비자나무 숲>은 모든 작가의 단편 지금껏 읽었던 걸 전부 합친다해도, 음, 이걸 "사랑"이야기로 한정한다면, 그 중 손 꼽을 만큼,

좋았습니다. 오래 기억할 것 같애요. 정우라는 남자-는 비록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

아, 분명히 몇 권이 더 있을텐데;

사무실에서 점심 때 눈 부릅...뜨며 하는 짓이 다 그렇듯 졸음에 겨워 머릿속이 뿌얘집니다.

아마 <해변 빌라>와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을 남겨 놓고 싶었나봅니다. 이런데 왜 학교 다닐 땐 독후감이나 이런 거 하라고 하면 그렇게 싫어했나 몰라요.

지나면 기억도 안 나는데.

목록을 훑어보니 부끄럽게 진짜 너무 연애 소설이나 가벼운 소설들뿐이네요-_-...


5일 간의 휴가 전에 일이 몰려서 심술나서 이러고 있는건 아니고요.


지금은 <제노사이드>를 반정도 읽었어요. 완전! 이것도 재밌습니다.

권여선의 <레가토>는 처음 조금 읽다가 다시 덮었습니다. 살짝. 음. 네에.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가 너무 좋아서! 우선 단편집 <프랑스식 세탁소>부터 시작?해 보려고요.ㅎㅎ 

이응준 작가의 단편집 중에 뭘 골라야할 지 모르겠어요. 혹시 추천해, 주실.... ?^^


그리고, 또!

질리지도 않는지,

연애 소설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취향은 저러저러 합니다. 예쁘고 뜨겁(?)고.... 순정이 있고 이런거 좋습니다. 작가로 추천해주셔도 좋아요.


번역이 매끄러운 외국 소설도!

(<이런 사랑>이나 <소수의 고독>도 듀게에서 예전에 추천글 보고 읽었던 거 같애요. 좋았습니다.)






    • 올해는 꼭 책을 봐야겠단 생각입니다.

    • 좋은 책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새해가 되시길... 


      dugnDg9.jpg

    • 감상을 한 줄 요약하는 거 참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저도 해봐야겠어요^^


      황정은의 "계속해 보겠습니다"하고

      공지영의 "높고 푸른 사다리" 추천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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