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은 책 감상 + 추천 부탁드립니다.
1.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공지영씨 책 중 종교에 관한 책은 다 좋아합니다. 높고 푸른 사다리라든가 수도원 기행 등이요. 아주 오래전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읽은 기억이 있긴 한데 줄거리나 작가에 대한 인상 등도 기억에 남아 있지를 않네요. 그만큼 공작가의 종교 관련 책을 제외하고는 호기심이 덜했나봐요.
공지영이 말하는 사랑은 어떤 것일지 궁금해 하면서 읽었어요. 사랑 후에 도대체 어떤 것이 남아 있는지, 아니면 뭔가가 역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인지 그것도요.
변하지 않는 사랑이란 있는 걸까.
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꿋꿋이 그 사랑을 믿으면서 앞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까.
다른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고 오로지 자신의 마음과 사랑을 믿으며 나아가라고 말하는 것 같은 책입니다.
2.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작년 도서정가제 대란 전 반값에 샀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표 추리소설을 몇 권 읽었는데요. 추리소설을 읽을 때 트릭이나 분위기에 몰입하는 저는 장르소설 특유의 분위기보다 살인의 배경이나 살인자의 심리에 주목하는 히가시노표 추리소설에 애정을 보내는 편은 아닙니다.
이 책은 추리와는 별 관련 없는 이야기인데요. 낡은 잡화점에 든 세 명의 도둑이 사람들이 보내는 고민 편지에 답장을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고민에 대한 해결은 선택에 의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겁니다.
그 선택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지만 고민의 늪에 빠져 제대로 된 판단이 되지 않는 자는 지혜로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합니다.
지혜로운 그 사람은 수십 년 먼저 삶을 산 노인일 수도 있고 미래에서 온 누군가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내 팔 길이만큼의 해결책으로 눈 앞에 맞닥뜨린 절벽을 헤쳐나갈 수 없다고 절망할 때 나도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한테 고민을 털어넣고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3. 모든 빛깔들의 밤, 김인숙
김인숙 작가의 '소현'을 읽고 가슴이 서늘해진 기억이 있습니다. 짧고 건조해 보이는 문장이 제 마음을 후벼파는 그런 게 있었어요. 이후 몇 권의 책은 건너뛰었고, 우연히 서점에 갔다 이 책이 신간매대에 있는 걸 보고는 냉큼 사서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어요.
열차 사고로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가 나오는데 그들의 일상이 무너져 내리는 묘사는 자주 책을 덮게 만듭니다. 끝까지 읽어나간 이유는 뭔가 이들의 삶에 어떤 변화나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보이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했기 때문입니다. 열차 사고 이전까지는 마냥 행복해 보이는 인물이었는데 실은 이들의 삶엔 각자가 짊어지고 온 고통의 기억이 있습니다. 꾹꾹 눌러담으니 다 잊은 거 같았는데 열차 사고가 출구가 되어 터져나온 그 고통의 기억은 이들의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이들 부부의 집 위층에 이사온 웹툰 작가도 열차 사고 현장에 있던 인물이었는데요. 이 사람은 남들이 못보는 걸 보는 사람입니다. 그것 때문에 아래층 부부와 얽히게 되는데 이 사람 역시 고통스런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의 한 순간에 시작되는 불행은, 단지 모두 다 우연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그 우연은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한다는 말인가.
본문에 나오는 이 구절이 어떤 뜻인지 이제서야 와 닿습니다.
고통의 기억은 눌러담는다고 잊는 게 아니라고.
똑바로 바라보고 화해를 하든 떠나보내든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후 내내 따라다니며 날 무너뜨릴 출구를 찾고 있다는 말로 이해했습니다.
4. 그 외 잡담
요새 한국소설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해외 작가 책이라고 해도 현대 소설 위주에요.
근데 책장을 쓰윽 보니 민음사 창고세일(?) 등에서 다량 구입한 세계문학들이 자태를 뽐내며 꽂혀 있네요.
겨울엔 고전문학이지!하면서 몇 권 펼쳐서 읽기를 시도했는데 다시 덮었습니다.
낯선 지명, 이름, 정서 등을 뚫고 몰입하기엔 제가 너무 산만한가봐요.
고전문학 좋아하시는 분 추천 부탁드립니다.
아, 아울러 한국 현대소설도 추천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