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시인이 정신분열증이었다네요.

 


[최보식이 만난 사람] 정신분열증… 11년 만에 시집을 낸 시인 최승자
"내가 살아있다는 건 '루머'… 3평짜리 고시원을 전전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1/21/2010112101107.html

 

글이 다 인상 깊었지만, 읽으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구절은 아래.

 

 

"죽으면 죽겠다 싶었어요. 내가 썼던 시집 다섯 권만 둥둥 떠다니겠지 했어요. 2년 전 막내 외삼촌이 나를 찾아내 병원에 입원시킨 것입니다. 병원에서 규칙적으로 내게 밥 세 끼를 먹이고 약 먹이니 살겠더라고요. 당초에는 '이 정신의 병에 약을 먹은들 되겠나' 생각했어요. 이건 정신의 문제인데도…. 밥을 먹으니 괜찮아졌어요. 병원만 나오면 먹는 것을 잊어버려요. 그래서 다시 입원하게 됩니다."

 

―우리 시대와 사회가 시인에게 상처를 준 것일까요? 오늘 찾아온 것은 사실 이 때문입니다.

"그건 틀린 말입니다. 자기 삶을 사회나 남에게 전가할 수는 없어요. 괜히 '우리 시대가 저 친구를 버려놓은 것이 아닌가' 말하는데, 이는 내가 선택한 삶이었어요. 나 혼자 겉돌았고 그런 공부를 했고 병원에 들어가 있었을 뿐입니다."

 

 

저는 최승자 시인의 아래 시밖에는 몰라요. 되게 놀랍고 짠하네요.

 아.. 보고나니 조선일보 기사네요. 흠.... 저는 크게 거부감이 없긴 한데,

 

 

삼심세

        - 최승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릎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 세포가 싹 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바짝 눈뜬다. (후략)

    • 이름만 어렴풋이 알았던 분이지만...기사를 잠시 읽고나니 이 분 시집을 한번 진지하게 읽어보고 싶어지네요...그런데 정신분열증이란 병은 증세가 어떻길래 스스로가 살아있다는 것까지 부정하게 되는 것일까요.
    • 참 좋아하는 시인이에요. 소식은 예전부터 들었었죠. 최근 시집도 그래서 가슴이 아팠어요.
    •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동네 이름만 바꿔서 누군가 물어올 것 같고 물어보고 싶고 그렇죠.
    • 잔인하게도... 그녀를 갉아먹다못해 집어삼켜버린 그 시들을, 그럼에도 앞으로 계속 읽고 싶습니다.
    • 단번에 다 읽었습니다. 인터뷰 자체가 가상인 것 같아요....도무지 믿기지 않네요....출판사에서 돈도 부쳐주고 자리도 내어주었다는데, 어떻게 이렇게 되셨을까요. 가슴이 에이네요
    • 강의하다가 도중에 뛰쳐나간 일도 몇번 있다고 하더군요
    • 운명 입니다
      최시인님은 피식 웃으시겠지만 조금 슬프네요.
    • Y를 위하여 /최승자



      너는 날 버렸지,
      이젠 헤어지자고
      너는 날 버렸지,
      산 속에서 바닷가에서
      나는 날 버렸지

      수술대 위에 다리를 벌리고 누웠을 때
      시멘트 지붕을 뚫고 하늘이 보이고
      날아가는 새들의 폐벽에 가득찬 공기도 보였어

      하나 둘 셋 넷 다섯도 못 넘기고
      지붕도 하늘도 새도 보이잖고
      그러나 난 죽으면서 보았어
      나와 내 아이가 이 도시의 시궁창 속으로 시궁창 속으로
      세월의 자궁 속으로 한없이 흘러가던 것을

      그때부터야
      나는 이 지상에 한 무덤으로 누워 하늘을 바라고
      나의 아이는 하늘을 날아다닌다
      올챙이꼬리 같은 지느러미를 달고
      나쁜놈, 난 널 죽여 버리고 말 거야

      널 내 속에서 다시 낳고야 말거야
      내 아이는 드센 바람에 불려 지상에 떨어지면
      내 무덤 속에서 몇 달간 따스하게 지내다
      또다시 떠나가지 저 차가운 하늘 바다로,
      올챙이꼬리 같은 지느러미를 달고
      오 개새끼
      못 잊어!



      ---
      정말 좋아하는 시입니다.
    • 낭랑/ 예전에 미드에서도 한번 본것같아요. 크리미널마인드였나? 집안에 정신분열증 병력이 있는 의사였던 것 같은데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사람을 잡고 인체실험을 했던가.. 그랬던 것 같아요. 놀라운건 병이 깊어지고 있는 걸 스스로도 너무 잘 안다는 거였죠. 하지만 그걸 어떻게 할 수 없는 무력감. 기사에도 그게 너무 잘 나와서, 나도 참 주제넘다 생각하면서도 같이 아프더라구요. 근데 예가 크리미널마인드다 보니 약간 개그같은데요. 이거.

      quichekazmara / 제가 시집을 사보고 싶어지게 될 거라곤 생각 못했봤는데,,,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여튼 밥을 잘 먹어야 합니다. 다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 만나면 밥 사줄 거예요.
    • 집에 최승자 시인의 책이 여러권 있고 이 쪽 공부를 하다보니 들은 얘기가 많은데 참으로 안타깝죠.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신분열증에 관한 원인이 사적인 관계와도 관련이 있다하고...물론 이 계통의 윗분들에게 들은 얘기라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지만 정말 건강하게 오래오래 작품 활동을 하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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