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잡담~


 1.요전에 한국축구 보는데...극적인 걸 좋아해서 우즈벡이 한골을 넣어주기를 바라다가...아뿔싸! 연장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버리면 달려라장미가 쉴 수도 있잖아요. 윤유선이 어디서 본 것 같아서 누군가 했더니 잘키운딸 하나의 어머니였더군요. 윤유선의 완벽한 연기변신에 매일 놀라는 중이에요. 윤유선 분량이 좀 늘어야 할텐데...PD가 미쳐서 윤유선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고준희랑 윤유선이 이어지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달려라장미가 안 하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너무 우울...


 2.그냥 무언가...오늘하루를 새롭게 보내려면 뭘해야하나 아이디어를 짜야 하죠. 옛날 썰을 풀어 보죠. 예전에는 지하철역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무 역이나 안 가본 역을 찍어서 가보곤 했어요. 안 가본 역은 점점 적어지고 점점 지방쪽으로 가게 됐죠. 한번은 그러다가 동창과 딱 만났어요. 동창은 지방의 어느 대학교를 다니는 듯 했고 그곳의 학교 친구인 것 같은 사람들과 스쿨라이프를 만끽하는 것 같더군요. 전혀 친하지 않은 녀석이라 인사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그는 긴장감을 느꼈는지 계속 저의 주위를 빙빙 돌다가 존대말로 그사람이 맞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때까지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죠.


 동창은 수학과에 다닌다고 하더군요. 수학과 전혀 상관 없는 사람이었는데 왜 수학과를 갔을까 궁금했지만 묻진 않았어요. 대화를 길게 이어나가지 싶지 않아서 우울한 표정으로 대학도 결국 못 갔고 도박하다가 빚을 2천만원정도 져서 지방으로 도망치는 중이라고 했어요. 똑똑한 듀게 여러분은 이게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겠죠. 저런 거에 누가 속겠냐고요. 하지만 대화할 때 중요한 건 대화의 내용이 아닌 경우가 많아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말하더라도 그럴듯한 표정과 제스처를 활용하면 상대를 믿게 만들 수 있죠. 그리고 성공하긴 했는데...문제는 그때 온 지하철인지 국철인지를 타고 그 동창과 그 친구들과 같은 지하철에 타야 했어요. 그건 지금 만들어낸 한 청소년의 캐릭터를 계속 연기해야 한다는 뜻이었죠.


 지금 막 만들어낸 캐릭터의 설정을 보강하기 위해 노약자석에 앉았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박빚을 2천만원 진 사람의 인생을 살아 본 적은 없지만, 그런 사람이라면 그딴 건 신경 안쓸 테니까요.  


 동창과 친구들은 서서 가면서 이쪽을 보면 계속 뭐라고 수군거리더군요. 그러다가 몇 정거장 더 지난 후 동창이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천원짜리 한장과 동전 몇 개를 주면서 도시락이라도 사먹으라고 건네줬어요. 그래서 대답해 줬죠. 한솥도시락에서 먹고 싶은 도시락이 있는데 이걸론 모자란다고요. 동창은 알았다고 하더니 친구들에게 가서 뭐라뭐라 대화를 하더니 돈을 얼마쯤 더 가져와서 또 건네줬어요.


 듀게분들은 이게 큰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놀라운 일이었어요. 그 동창은 짠돌이었거든요. 물론 악당은 아니었지만 짠돌이었고 근시안적인 얍삽함을 가지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동안 그가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었거나, 거의 없었어요. 그런 사람에게서 한솥도시락을 먹을 돈을 꺼내게 만든 거였죠.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갚을 필요 없는' 한솥도시락을 먹을 돈을 꺼내게 만든 거였죠.


 그날은 보람찬 발걸음으로 석양을 보며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아마 에뮬로 슈퍼로봇대전A를 했을 거예요 확실하진 않지만.


 이 세상엔 클리어되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업적퀘스트가 있고 그런 걸 해낸 날은 다른 날과 다르게 보낸 날이 되는 거죠.


 아...잡담을 또 쓸게 이것저것 있었는데 좀 길어졌네요. 다음에 또 써보죠~운동하고 갔다 와서 달려라장미 재방송을 보고 본방송을 봐야 해서요



 

    • 아 정말 집에서 읽다가 혼자서 소리내서 웃었습니다.. 노약자석에 앉았다는 대목이 압권이에요. 고작 (이런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일이천원 준 동창 캐릭터도 재밌구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1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3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8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5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