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읽은 백합(?)소설 <사랑을 꿈꾸는 흡혈귀 카밀라>
초등학교 4,5학년쯤에 읽은 아동용 책이었습니다. 그땐 너무 어려서 딱히 레즈비언에 대한 인식 자체도 없었는데도 뭔가 분위기가 오묘~한 책이었던 것 같아요, 하하.
그런데 진짜 아동용 책인데도 제목이 저랬습니다. 원래는 영국의 유명한 흡혈귀 소설인 '카밀라'가 제목인데, 애들이 보는 책 제목을 너무 대놓고 적나라하게 변형시켜놓은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만화가 김숙 씨가 그린 삽화들이 굉장히 예뻤던 기억이 나요. 특히 맨 앞장 삽화에, 송곳니를 가진 카밀라가 머리를 손에 괴고 있는 그림이 정말 예뻤어요. ^^
저걸 읽게 된 계기가, 당시 학교마다 꼭 있던 '집에 안 읽는 책 있으면 자기 반 책장에 기증하기'같은 행사 있잖습니까? 그것때문인지 누가 이걸 교실 책장에 꽂아놨더라고요. 그냥 표지 그림도 예쁘길래, 별 생각없이 집에 빌려가서 읽은 겁니다. 그런데 이거, 남녀간의 로맨스는 안 나오고 웬 예쁜 미소녀 둘이서 알콩달콩(?)하게 노는가 싶더니 카밀라가 로라에 대한 무시무시한 집착을 하기도 하고, 밤마다 조금씩 로라의 피를 몰래 빨아먹으면서 푸른 멍자국 키스마크? 을 목덜미에 남겨두는 등 므흣한 내용의 향연이었어요.
헌데 어릴 때는 딱히 레즈비언이라는 인식 자체도 없었고, '동성친구가 다른 베프를 가지는 것을 질투하는 순수한 사랑'이라고만 여기고, 그저 '예쁜 여자애들이 나와서 예쁘게 노는 책이라서 좋다'고만 생각했죠. 저 '목덜미에 멍자국' 부분에서는, 여자가 여자 목덜미에 키스하는 모습이 연상되긴 했지만, 당시엔 저도 꼬꼬마였으니까 뭐 그게 '이상하다, 야하다'는 식의 감정보다는 '예쁘고 보기 좋네'라는 생각만 했고요. 나중에 나이들어서 다시 읽거나 머리로 되새겨보면 참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ㅋㅋ
그 시절에 전 꼬마뱀파이어 어쩌구하는 가족물 책을 읽었는데..그때부터 전 오컬트의 영향에..ㅋ
어린 시절 접하는 작품이 그 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오도베 노리에가 로라 역을 맡았다가 카밀라 역의 아유미에게 역관광당했죠. 그런데 어차피 스토리 상 카밀라가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카밀라가 송곳니를 내밀고 뒤돌아보는 그림이었죠. 카밀라가 참 예뻤어요.
하하, 지금도 검색하면 아직 소장하는 사람들이 올린 삽화가 줄줄이 나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봐도 참 예쁜 그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