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하루키잡담


 1.20대 초반에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고 말할 수 없는 아쉬움에 어떤 상상을 해봤어요. 하루키가 만약 내 친구였다면 어땠을까 하고요. 이런 일이 일어났을 거 같아요.


 어느날 하루키에게 친구가 이런 말을 던져요. '이봐 친구. 탄소가 다이아몬드가 되는 데 뭐가 필요할까? 시간 말고' 똑똑한 하루키는 잘 대답하겠죠. 고온과 고압이라고. 친구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그날 학교를 조퇴해요. 그리고 한동안 나타나지 않습니다. 몇주 후, 하루키는 낯선 동굴에서 눈을 떠요. 납치된 거죠. 그리고 눈을 뜬 하루키의 앞에는 주먹에 밴딩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 거죠.


 하루키는 동굴에 꽁꽁 묶인 채로 매일 얻어맞습니다. 왜 맞는지, 언제 풀려나는지, 아니면 언제 죽음을 당할 건지 물어봐도 주먹질만이 돌아오는 날들이 계속되는거죠.


 그러다가 하루키가 이 동굴에서 나가 쪽빛 하늘을 보거나 재즈 음악따위를 영원히 들을 수 없을 거라고 체념할 때쯤 풀어주는 거죠.


 당연히 하루키 친구는 납치 감금 폭행 살인미수 등으로 아주 오래 감옥에 가게 되죠. 친구는 감옥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그러던 어느날...몇십 년 후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하루키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사를 보게 되죠. 친구는 그 기사를 조심스럽게 오려서 코팅한 후 벽에 붙여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외쳐요. 이 다이아몬드를 만든 게 나라고 말이죠.


 2.하하, 당연히 20대 초반에 했던 건방진 상상이고 당연히 요즘은 아니에요. 혹시나 하고 두번씁니다. 하루키 소설을 읽으면 뭔가 모험을 떠나야 할 거 같은 느낌이 막 들어요. 그리고 중요한 건, 지금 모험을 떠나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반드시 일어날 거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사실 이게 중요한 거거든요. 매일 모험을 떠나고 싶지만 모험을 떠나서 재미있는 일이 100%일어날 거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늘 그만두거든요. 모험을 떠났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날 바엔 그냥 맛집을 가거나 술집을 가서 소소한 일상의 낙을 찾고 말자 하고 늘 그만둬버려요.


 3.그리고 다른 사람도 그럴진 모르겠지만 이제 와서 보면 조울증에도 꽤 좋은 거 같았어요. 가라앉은 것 같으면서도 고조된 분위기가 감정의 밸런스를 잘 맞춰주는 것 같아요.

    •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동굴의 하루키와 같습니다.

    • 1. 올드보이와 원티드가 떠올랐어요. 




      2. 모험은 일상속에도 있습니다. 한번도 안가본 맛집을 남들의 평만 믿고 찾아간다는거.. 대단한 모험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안전하고.




      3. 퇴폐적인데 쿨하죠. 어찌보면 그 수많은 바캉스 베이비와 월드컵 베이비는 하루키가 남겨준 유산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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