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심리 상담 및 진로 고민입니다

1.

얼마 전 심리상담 질문 글을 올렸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댓글을 받고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사이비 종교라고 판단하고, 결국 그만두기로 결정했어요.

"알바와 공부 때문에 더 이상 심리상담을 받지 못할 것 같은데, 다음 날 상담에 마지막으로 참석해도 될까요?" 하고 여쭈니

마지막 한 번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오지 않는 쪽으로 유도하시더군요.

내담자가 상담을 그만 둘 때, 상담사는 그 전까지 받았던 상담 내용을 정리하고 나름대로 갈무리를 해주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영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정말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한 둘이 아니더라고요.

오해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일 오전밖에 시간이 안 된다시기에, 무료 상담이니만큼 당연히 제 일정을 상담사분께 맞추는 쪽으로 생각하고

알바와 공부 스케쥴까지 전폭적으로 다시 짜고 있었거든요. 사이비에 이런 식으로 잠식되어가는 건가 봅니다..


모태신앙+독실한 개신교 신자였으나 이제는 종교를 버린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얘기하던 중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어요.

종교를 두고 갈등을 하던 시기였는데, 심리상담을 빙자하여 접근한 신XX 전도사에게 6개월 넘게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를 상담해주셨던 분도 그 종교이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들도 처음에는 전혀 강요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자기들도 포섭(?)이 가능해보이는 사람을 나름대로 가려낸 후 시작하기 때문에(심리 상담에서 교회로 넘긴 후에는 면접까지 본다고 하더라고요;)

떨어져나갈 놈은 애초에 그냥 놔준다고 합니다.

그 친구가 그 교회로 넘어갔던 것도, 더 좋은 상담사를 소개시켜 준다고 하여 따라갔다가 성경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인데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종교 이름을 처음으로 말했다고 하네요.

충분히 세뇌가 되었을 때쯤에 밝힌 것인지, 우연한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네이버에 신XX 심리상담으로 검색하면 꽤 많은 글들이 나오더군요;


같이 상담을 받던 친구는.. 얼마 전에 썼던 글 링크도 걸어주고 잘 얘기해서 설득이 되긴 했는데

나도 더 이상 상담을 받지는 않겠지만, 사람을 그런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좋지 않다. 너 좋으라고 해주신 얘기 아니냐..

라는 이야기만 들었네요. 정말 여러모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멀쩡하던 관계에까지 기스가 났네요..ㅠㅠ

그 친구까지 그만두게 되어 결국 진실은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어쨌든 제 일정을 되찾게 되었으니 천만다행입니다.

덧글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2.

대학교 2학년까지 마치고 현재 휴학 중에 있습니다. 탱자탱자 놀고 방황하다가 대학교를 스물 둘에 들어갔으니, 이제는 20대 중반에 접어들었습니다.

따로 공부를 하지 않은 상태로 그저 아는대로 수능을 친 후 비서울권 4년제 국문과에 입학했던 건데,

그때는 우울증이 있었던지라, 어느 대학이든 무사히 졸업만이라도 하는 게 제 인생에서 유일한 목표였어요.

그런데 다니다 보니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나름 살만해져서, 뭔가 다시 제대로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중고등학교 때 교육열 높은 지역에서 나름 공부를 쫌 했다는 하잘데없는 자부심(?)이 아직까지도 남아있고, 부모님도 기대를 많이 하셨었고

할 줄 아는 것도 공부밖에 없었거든요. 다른 취미가 별로 없는, 재미없는 애였어요. 대학 하나만 보고 살아왔고요.

그러다가 집이 망해서 서울 외가댁으로 이사를 갔고, 고등학교를 자퇴하면서 인생이 꼬였는데.. 자퇴한 걸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이제라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새는 편입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뭘 위해서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해도 되긴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또 다시 시작된 의지박약인 건지, 아니면 한 번쯤 다시 점검하고 넘어가야하는 현실적인 문제인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학사편입을 하자니 어느정도 여유 자금이 있어야 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반편입을 준비중인데, 돈 한 푼 없이 독학하자니

시간 쪼개서 알바하면서 책값이라도 벌어야 하고.. 이렇게 해서 뭘 하겠냐는 생각만 듭니다.

사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가고 싶기도 하고요. 거기만 갈 수 있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등학교 때 기숙사학교와 일반 학교 사이에서 갈등할 때도, 문/이과 결정을 할 때도 결국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늘 스스로 타협하고 합리화한 끝에 차선을 택했었거든요.

기숙사학교는 내신 따기 힘들고 집에서 머니까, 문과는 돈이 안 되니까.. 라면서요.


서울예대가 3년제라.. 졸업이 너무 늦어진다는 생각에 몸을 사리고, 결국 편입으로 도박을 하게 되네요. 

2학년 2학기를 마치고, 서울예대 정시 모집 때 부랴부랴 준비해서 운좋게 최종 전형까지 올라갔다가, 예비번호를 받고 제 바로 앞에서 끊겼었기에

더욱 아쉽네요.ㅠㅠ 하지만 1년 더 준비하기엔.. 저도 빨리 돈을 벌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편입이 1년 안에 끝날지도 모르겠고.. 그냥 휴학을 안 하는 게 나았나 싶은 생각만 듭니다.


왜 하나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지.. 싶은 생각은 스스로도 하고 있는데.. 돌아돌아 돌아와도 역시 또 머뭇거리게 되네요.




    • 전 님이 어떻게 살았는지 잘 몰라요. 이 글만 읽었을뿐. 그런데, 서울예대 문창과를 나온다고 인생이 달라지진 않을거란 걸 알아요. 더 나쁘게 얘기 할 수도 있고 더 좋게 얘기 할 수도 있지만...그 학교엔 님과 비슷한 꿈을 가지고 오는 타학교 졸업생 학우들이 많이 들어오지만, 글쎄요. 저는 그냥 '삶'을 사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 넵.. 그런데 그냥 '삶'을 사는 게 뭘까요?

        • 누가 그러더군요. 스스로 돈벌이를 할줄 아는 사람의 저녁 식탁에서 이야기가 나온다구요. 서울예대나,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는 그냥 떨치세요. 그리고 즐겁게 지내세요.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하면서요. (다시 얘기하지만 전 님에 대해 잘 몰라서, 그게 뭘진 모르겠어요. 제 경우엔 고양이 기르기, 아르바이트, 운동. 때로는 그냥 편하게 좌절. 때맞춰 약먹기. 이런거였어요.) 혹시 글을 쓰고 싶어 예대를 지망하셨던거라면, 그때야 정말로 좋은 글이 나올거예요.
    • 개인적으로 명언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슨일이든 순리대로 진행하면 아무문제가 없다.


      이 뜻이랑은 좀 맞지 않겠지만 사람의 문제를 푸는데 원래 사는 순서에는 없는 이상한 능력같은걸 덧붙여온다면 의심함이 마땅합니다.


      세상의 많은 보통사람들은 그냥 표면에 나와있는대로 삽니다. 그런데 보통으로 살려고 이상한 능력같은걸 개발하면 그게 바로 보통이 아닌길로 가는길이지요..


      NPL 인지 영성인지 나오신거 백번 잘했어요



      • 흑.. 그건 진짜 심리상담인 줄 알았어요.ㅠㅠ
    • 좋아하는 게 없다는 걸 너무 암울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직장을 구해서 일하다 그 일에 재미를 느끼는 것도 충분히 의미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직업 중에 나한테 맞는게 어떤건지 어떻게 다 테스트해보겠어요. 처음엔 맞는 것 같다가 1-2년 지나고보니 내 생각이랑 다른 직장도 많고요.


      글을 쓰고 싶다고 하셨으니 일상생활에 부딪히는 일들을 해결하려고 하면서 기록이나 감정을 남기는 수단으로 글을 조금씩 써보세요. 경향신문이라든가에서 글쓰기강좌는 많습니다.


      가고싶은 대학 학과에 가는 것도 좋지만 그게 뜻대로 안되었다고해서 길이 다 막힌 건 아닙니다.

    • 저는 위험이 큰 선택을 할 때 예열 기간이 길다면 그다지 동력이 크지 않구나 합니다. 간절함이 동력이겠죠.

      글을 쓰시다보면 무언가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까요? 편입 말고 글쓰기 말입니다.


      진짜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게 아니고, 우린 어차피 딱 한 번 사는 거라 늘 정보가 부족하고 선택에 자신도 없고 결과적으로 무척 멍청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거예요. 괜찮은 멘토도 별로 없는데다 괜찮은 멘토, 귀 기울일 말을 알아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그땐 그 선택이 내가 가진 자료 내에서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진짜 네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라는 말도 있지만 제 마음의 소리는 도움 안 되는 말도 꽤 많이 하기에 저는 이 말을 별로 믿지 않습니다. 어제는 제 마음이 시키길래 새벽 한 시에 라면을 끓여 먹었더니 오늘 아침 얼굴이 타조알 같더군요.
    • 1. 세상에 무슨 그런 거지같은 개잡것이 상담 운운하면서 다닌답니까 진짜 너무 화가나네요. 진짜 상담자라면 마지막 상담의 의미가 뭔지 함께 고민하고 애도하고 같이 견뎌내며 보내야 하는 것을, 정말 욕짓거리밖에 안 나오네요. 다음번에 기회가 되신다면 제대로 교육받은 상담자와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 문 님 의 글이 좋네요, 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그 때는 최선이라 생각했던게 십여년 후에 미치도록 후회될 때도 있었고 제주변에는 저 포함한 몇명이 남들 안하는 이직,전직을 두세번 했는데 결론은 ....그냥 그 분야에서 주욱 일했던 친구나 현재 비슷한 선택을 해서 시간이 흐른 다른 친구 셋이 모여 비교해봐도 그걸 감수할만한 결과가 없던 경우도 있었어요.물론 그 과정에서 풍부한 식견이나 더 넓은 인간관계 이런것도 추가되었지만 처음 예상했던 것과 차이는많았어요. 뭐 또 한 십년후엔 달라질수도 있겠지만 저는 가끔 이십년어치 의 사건사고를 파워포인트로 정리해보거나 하는데 인생은 정답이 없구나 하는 말이 조금 이해가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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