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소한 행복

1. 퇴근길 마트에 들려서 장을 봤습니다. 먹고 싶었던 요플레와 다 쓴 음식재료 두 가지만 금방 집어서 
순식간에 계산대로 향했어요. 평소 결정장애라 이것저것 구경하고 세일 가격을 따지다 보면 30분도 더 걸렸는데, 
마침 계산대 줄도 짧아서 5분 내외로 마트를 나왔던 것 같네요.스트레스 안 받고 
산뜻한 기분으로 쇼핑을 마친 건 꽤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요. 

2. 집으로 향하는 길. 퇴근길이라 사거리에 차가 많네요. 문득 하늘을 보니 노을과 구름의 조화가 환상적으로 아름답습니다.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변했지만, 오히려 좋았습니다. 조금 더 보고 싶은 광경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차들이 다시 움직입니다. 
조금 더 보고 싶었기에 아쉬웠지만, 집에 빨리 갈 수 있으니 그것도 좋았어요. 

3. 집에 도착하니 피곤이 몰려옵니다. 바로 샤워를 하려는데 오랫동안 운동을 못 했던 것이 생각났어요. 
오늘은 금요일이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느긋하게 운동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신기하게도 운동할 맘이 생기더군요. 스트레칭 동영상을 하나 틀어놓고 천천히 따라 합니다.
그리고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다른 운동도 조금 했어요. 거울을 보면 조급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무리해서 운동했다가 온몸이 쑤신 적이 있어서 오늘은 몸만 풀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운동해서 뿌듯했네요. 

4.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치고 아까 사놓은 요플레를 먹었어요. 먹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는 행복이네요.

5. 갑자기 만두를 만들 일이 생겼습니다. 만두피가 많이 남아 있었거든요. 요리는 별로이지만 
만두는 뚝딱 잘 빚는 편입니다. 자칭 ‘만두 공장’이에요. 조금이라도 잘하는 일을 하는 동안은 즐겁습니다. 

6. 안경집을 열었더니 안경이 없는 거예요. 언제 마지막으로 썼나 기억을 더듬어보니 
멀리 떨어져 있는 도서관에서 쓴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했어요. 혹시 모르니 먼저 집 안을 찾아보자 싶어서 
서랍장을 뒤지고, 옷 호주머니 속에 일일이 손을 넣어보는 등 집 안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러다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안경을 찾았어요! 어깨가 저절로 들썩거렸어요. 

7. 조금 있다가 크라임씬2를 보려고요. 연필과 종이를 꺼내 들고 사건의 단서가 나올 때마다 메모를 할거에요. 
매번 꼭 범인을 맞추겠다고 의지를 불태우지만, 아직 맞춘 적은 없네요. 그래도 재밌어요. 


요즘 글이 많이 올라오지 않는 듀게에 조금이나마 활기를 불어넣고자 오랜만에 글을 남겨봤어요. 
가끔 우울한 분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이년전까지 우울함에 찌들어서 살고 있던 제 모습이 떠올라요. 
전 욕심, 목표, 가치관을 많이 편집해서 지금은 마음이 꽤 간결해졌어요. 위에 쓴 것처럼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데 집중하며 살려고요. 단순하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혹시 듀게에도 단순한 삶에 관심 있으시거나 실천 중이신 분들 있으면 이야기 들어보고 싶네요. 

  
    • 저는 오늘 연차라서 하루종일 집에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스마트폰으로 노닥거리다가, 라면먹고 게임을 하다가, 점심 먹고 게임을 하다가, 저녁으로 피자 시켜먹고 무한도전 재방송을 봤어요ㅎㅎ 이렇게 행복하니 역시 전 직장인이 될 운명이 아니었나봐요 '_ㅜ 만두 잘빚으신다니 솜씨가 좋으신가봐요. 저도 요리 배워야 하는데.. 크라임씬2 재밌게 잘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좋은 밤 되세요.

    • <18세기의 맛>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무척 재밌습니다.

      제가 '유시민 잔'이라고 부르는 커피잔에 더치커피 가득 담아 홀짝홀짝 마시면서 읽었습니다.

      -알라딘에서 유시민님 신작을 샀더니 유시민님 사인이 들어간 찻잔을 보내줬어요.


      좀 기운 없고 나른한 하루였지만 잘 뒤져보니 행복한 일이 두개는 있군요. :)
    • + 저도 요즘 단순/검소/가난하게 사는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넉넉하게 살만큼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ㅎ
    • 센트럴 님이랑 그냥저냥님의 행복한 순간들도 좋네요^^


      센트럴님> 제 만두는 맛보다 비쥬얼이 좋아요 ^^;;


      그냥저냥> 저도 그래요. 그래서 여백의 미, 시간의 여유,  적게 소유하기를 즐기려고 노력 중이에요. 

    • 오랫동안과 오랜만에가 제대로 쓰인 글을 보니 살짝 행복해지네요. :) 요플레 노을 샤워 스트레칭 만두 안경 연필 이런 단어들도 산뜻하게 눈에 들어오고요.

    • 소소한 행복들을 아주 잘 쌓고 계시네요! 좋아보여요! 

    • 늘보만보님> 행복을 느끼셨다니 기뻐요~


      Koudelka님> 제 아이디의 본질을 꿰뚫어 보셨네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7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9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