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1.마크 로스코전에 갔다왔어요. 좀 오래된 소니아 리키엘 매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로스코 그림을 보는 것보다 로스코 전시회에 온 사람들을 보는 게 더 인상깊었어요. 오늘 거기서 본 사람들은 그들이 경건해질 수 있는 곳을 찾은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본 어떤 전시회보다도 가장 예배당에 가까운 분위기였어요.
2.일반 커뮤니티에서도 주식 얘기가 나올 정도로 주식시장이 요동치네요. 주식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어요. 뭔가에 대해 확신하는 사람을 싫어하거든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뭔가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자신에 차서 말해요. 그게 나중에 틀려도 그들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죠. 그리고 그 확신하는 태도는 여전히 유지돼요. 그런 수법이 먹히는 멍청한 상대에게는, 그들은 실제보다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는 데 성공하는거죠.
하지만 주식은 안 그래요. 주식은 입을 터는 대신, 확신하는 만큼 주식에 돈을 집어넣는 행동으로 보이면 되거든요. 약간을 걸 정도로만 믿는다면 약간만 걸면 되고 모든걸 걸 수 있을 정도로 확신을 가진다면 모든걸 걸면 되고요. 옳은 확신을 가졌다면 보상을 받고 확신이 틀렸다면 벌을 받아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세상은 뭔가 두루뭉술한 곳이예요. 어떤 곳에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정치질을 잘하는 사람이 살아남고 어떤 곳에선 묵묵이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보다 드러누워서 큰 소리로 자기 몫을 주장하는 사람이 먼저 뭔가를 얻어내죠. 어떤 곳에서는...아니, 대부분의 어떤 곳에서는 구성원들이 논리의 손을 드는 대신 비이성적인 여론의 손을 들어주고요.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정진정면함을 느낄 수 있는 어떤 곳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주식시장이예요.
흠.
또하나 좋은 건 여전히 꿈이란 걸 꿀 수 있다는 거예요. 더 이상은 노벨문학상 타는 꿈도 못 꾸고 우주비행사가 되는 꿈도 못 꾸고 발롱도르를 들어올리는 꿈도 못 꾸죠. 어렸을 때야 '내일부터 열심히만 하면 뭐든지 될 수 있어'란 위안만으로 뭔가 나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젠 그럴 수 없거든요. 물론 어느날 우연히 끄적인 글로 노벨문학상을 타거나 1년동안 열심히 축구 연습을 해서 epl에 진출할 수도 있긴 있겠죠. 그러나 어둠속에서 그런 말들을 스스로에게 중얼거려 봐야 그게 위안이 되기엔 가능성이 너무 낮아요. 하지만 주식은 물론 가능성 낮긴 하지만 어쩌면, 아주 어쩌면 몇 년 후에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몇년 후 아침, 어렸을 때 도시락을 싸가던 초라한 도시락통에 밥을 담는 거예요. 그걸 들고 2호선을 타고 강남역 7번출구로 출근하죠. 그리고 오래 걸어갈 필요 없는 어느 공사장으로 가요. 초 역세권에 지어지고 있는, 내 이름을 딴 상가 건물이 높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그걸 반찬 삼아 아침을 먹는 거죠. 반찬같은 건 더이상 먹을 필요도 없을 거예요. 아마 물도 필요가 없을걸요.
아마 건물이 완성되는 날은 목이 메여서 밥이 잘 안 넘어갈 거예요. 그날은 맥켈란 라맄에 밥을 말아먹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