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숲성바낭] 이건 바보도 아닐텐데...

 

제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중에 일부분이 외주화 되어 있어요.

실업무는 그 회사 직원들이 우리 회사에 출근하면서 하고, 그 회사 부장님이 1차 관리자이긴 한데, 실질적으로는 한팀이라는 마인드로 일을 합니다.

 

그중에 3년차 직원이 있습니다. 몇달 지나면 4년차가 되겠죠. 3년차지만 나이도 많은편입니다. 저보다 2살 어리니까요.

ROTC 로 대위 전역하고 공무원 시험 공부 하다가 늦게 입사했거든요. 결혼도 했고, 아이도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일하는거 보면 정말 갑갑합니다.

일단, 제가 직접 관리하는 업무가 아닌지라 저랑 직접 엮일 일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전체 회의 하다보면 이 사람 때문에 분위기가 나빠집니다.

일단, 보고서를 보면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보고회의전에 물어봅니다. 이게 뭔소리냐고..

그럼 웅얼웅얼 설명을 하는데, 솔직히 뭔소린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게 이래이래 해서 저래저래 했다는건가요?' 라고 물어보면 '아 맞습니다. 그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라고 합니다. -_ -;;;

보고자료에는 약자나 전문(?)용어로 간단하게 적어놨길래, 그 약자나 용어의 뜻을 물어보면 자기도 몰라요.. (먼산..)

 

저도 제 업무가 있는지라 이 사람 보고자료를 미리 체크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제가 체크할 의무도 이유도 없거든요.)

그러면 꼭 회의시간에 제 상사가 '저게 뭐 했단 소리냐..' 라고 물어보게 됩니다. 그럼 또 웅얼웅얼 대답하면 제 상사가 짜증내죠.. 그러니까 그게 무슨 뜻이냐고.

그럼 결국 예전에 그 업무를 하다 그 사람에게 넘겨주고 다른 업무를 하던 사람들이 '그건 이래이래 했다는거 아닌가?' 라고 옆에서 서포트 해줍니다.

 

그래도 대위 전역한 사람이고.. 우리는 보통 '장교출신'이라고 하면 어느정도 기본이상은 할거라는 기대감이 있잖아요.

사관학교 출신이 아니더라도, ROTC 나 군장학생 같은 경우에는 시험도 보고, 학점도 일정 이하가 되면 안되잖아요? 3사나 단기사관 출신이더라도 사병중에서 똘똘한 애들만 뽑아서 지원을 시키니까  장교 출신이라면 머리가 나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개념과는 다른 문제..)

또 최소 3년에서 길게는 7년 또는 그 이상 조직생활을 해보고, 조직도 이끌어보고 했으니 어느정도 리더쉽이나 문제해결능력은 있을거라고 기대합니다.

대단한걸 기대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생초짜 신입이랑 동급이라고는 생각 안할테죠.

 

 

얼마전 PC 를 하나 바꾸게 되었어요. 기존에 쓰던 PC가 너무 오래되서 새 PC 를 사서 기존에 쓰던 PC 랑 같은 설정과 프로그램을 깔면 되는 간단한 거였습니다.

(사람에 따라 이게 어려울수도 있지만, 이 사람은 명색이 '전산 관리자' 입니다.)

그런데 그걸 못하겠다고 제가 해달랍니다.... 그래서 그 사무실로 갔습니다.

PC 를 가지고 낑낑대고 있더군요. 하드가 고정이 안된데요.  보니까 나사를... 안돌렸더군요.... 아놔....

그러니까 또 낑낑대더니 저를 부릅니다. 여기 케이블 좀 잡아달라고.. 보니까 하드에 연결한 전원케이블이 좀 방해가 되긴 하더라구요.

그런데.. 케이블을 빼고 나사를 돌린후 케이블을 꽂으면 되는거잖아요.. 나사 몇개 돌리는데 두사람이 필요합니까?

이건 뭐 어느 바보나라에서 전구 가는데 사람이 5명 필요하다는 그런 시추에이션도 아니고..

케이블 빼서 고정하고 다시 끼우면 되잖아요? 하니까  아 그렇네요.. 합니다.. ㅎㅎㅎㅎ

 

그래서 그렇게 악전고투로 PC 를 설치하고 제가 S/W 들을 깔아주고 다시 제 사무실로 돌아와서 원격 접속 Test 를 하는데 안되는 겁니다. 그래서 전화를 해서 설정을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10분후에 전화가 오더군요. 다시 해보라고.. 그래서 해보니까 여전히 안됩니다. 확인해 보겠답니다. 5분후쯤 다시 해보랍니다. 여전히 안됩니다.. 그렇게 1시간이 흘렀습니다. 안된다고 하면 5~10분후에 다시 해보라고 하고 저는 여전히 안되고...  그래서 '지금 설정을 어떻게 바꾼건가요?' 라고 물어보니.. 아무것도 안했답니다. 그냥 제가 안된다니까 리부팅 하고 해보라고 하고 안된다고 하면 리부팅 하고...  으아아아아아...

 

그래서 다시 그 사무실로 가봤습니다. 원격접속 허용인원을 1명으로 해놨더군요. 그래놓고 리부팅하고 자기가 접속해서 되니까 저보고 해보라고 하는데, 이미 회선을 자기가 점유하고서 저보고 해보라니까 당.연.히. 안.되.죠. (기존 PC의 설정은 10회선 이었음)

 

 

정말 깝깝합니다.. 갑자기 우리 군 장교들의 수준이 의심되고요.. 이런 사람이 대위출신이라니..

머리회전이 빠르지만 일하기가 싫어서 꾀부리는게 아니라 그냥 평소 업무태도가 '멍...' 합니다.

애아빠를 짜를 수도 없고...

그리고 나이 엇비슷하다고 가끔 맞먹으려고 합니다...  에효..

일이라도 그냥 저냥 자기 연차 수준으로 하면 맞먹어도 그냥 웃으면서 넘기겠는데.. 보고서 한장 제대로 못 써서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 체크해줘야 하는 사람이 그러니까 저도 짜증이 나네요. 이건 뭐 신입사원도 아니고..

 

 

 

 

 

 

    • 제가 회사 같은 데 다니면 저럴 거 같아요. 안 그럴 리가 없지.
    • 같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하시겠지만, 조금만 시간을 가지고 너그럽게 지켜봐주세요. 군대라는 조직은 좀 많이 다를 테니까요. 정말 능력없는 사람이라면 곧 드러날 테지만 새 조직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 DJUNA / 글세요. 자기 일 알아서 딱딱 하는걸 바라는것도 아니고 어려운일 시키는 것도 아닌데.. 이 사람은 게으름이나 꾀부리는 것과는 다릅니다.
      레사 / 입사한지 3년 다 되어 가는 사람인데요.. 얼마나 더 시간을 줘야 할까요?
    • 보고서는 외주 부장에게 손을 봐서 가져오라고 하면 될 것 같고
      여러모로 기본이 안되어있는 것 같은데 상위관리자하고 상대하시는게 어떨지요?
    • 하하하, 저런 사람 제 주변에도 있습니다...
    • 답답한 심정이 모니터를 뚫고 공감이 되네요. 가끔 그런 경우를 접해서 이해됩니다.
      사람자체가 순박하고 무딘거라면 조금씩 업무태도적인 노하우를 전해주는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전 그런분들을 대하면 제가 답답해서 남일까지 다 처리해주는 변태스런 타입인데 사람만 착하면 나쁘진 않더라구요.
      일도 제대로 안되면서 잘하는줄 떠벌리고, 도와준것도 모르고 되려 짜증부리는 타입이 있는데 그런경우가 최악...;
    • neo / 외주부장은 직접적으로 무지하게 깨서 제가 딱히 더 말하고 싶지 않구요.. 고자질 하는 기분이라.. (먼산) 제 윗분도 직접 자기 담당업무랑 관련되어서 무지하게 깨고 계십니다. 한번은 회의시간에 이 사람이 '왜 저한테만 이러십니까' 라고 했다가 더 깨졌죠. 딴 사람들은 일을 못하진 않으니까.. (먼산..)
      전 그냥.. 뭐라 하진 않습니다. 갑갑해 하기만 하죠.
    • 그래서 대위전역하신걸지도 모르죠 ;; 힘드시겠습니다.
    • 군에서 출세하면 쉬울텐데.
    • 꿀땅콩//그렇긴한데 업무에서 너무 지지부진하면 공공의적(..)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나요...
    • 저도 장교출신 동기(저보다 다섯살 쯤 많은)을 겪어보았는데 참...윗사람 앞에서만 순박하고 착하더군요. 군대에서 상사 비위맞추는 법만 익히고 나왔는지. 결국은 정리해고 당했죠.
    • 오히려 군대라는 조직에서 일 하다와서 더 그런 거 아녜요?
      원글에서의 몇 개 에피소드만 보면 저런 일은 거의 병사들이 대신 하는 일이니까...
      제가 경험한 대위급 장교들이 일 잘 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긴 하네요.
      차라리 삽질 잘하는 중사, 상사는 일 잘 하네 싶어도요.
    • 으하하.... 가라님은 답답하시겠지만, 왜 저는 멜빌 단편을 읽는 기분일까요. '필경사 바틀비'의 화자도 처음에 바틀비를 무진장 답답해하다가....(이하 생략) // 그나저나 3년이나 됐으면, 이건 단순히 조직/회사 분위기 적응이나 업무 파악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 원래 '일'을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_ㅠ 멍청한 것도 아닐 테고, 사람이 나쁘지도 않은데, 일에 익숙해지는데 남들보다 엄청나게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 공통적인 특징으로 눈치가 없죠.
      하지만 전 일 못하는 건 참아주지만, 일 안하는 건 못참는 뭐 그런 사람.
    • 리브하이//제가 그런 타입이라 욕을 깨많이먹죠. 경험상 절대 안고쳐집니다...익숙해져도
    • 우.....정말 글만봐도 답답....
    • 타보/ 그렇긴 하죠 ㅋ
    • 제가 동료에게 저런 평가를 듣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혹은 나만 모르고 지금도 그렇지 않나 상상하는 게 직장생활에서 가장 무서워요.
    • 호레이쇼//저도 그게 제일 무서워요...ㅠㅠ 차마 말 못하는건 아닐까..
    • 데브리//전 확정되서 괘안아여...ㅋㅋㅋ 근데 내가 눈물남.
    • 저도..비슷한 이유로 요새 좀 고민 중입니다.
      개념이 없다거나 안하는게 아니라, 그냥 '못하는거요'...-_- 사람은 참 착하고 나이도 있고 성실하기까지 한데, 일을 못하죠.
      가르쳐주다가도 '아주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것'을 삽질하는 걸 보면 속이 터져서.....
    • 비틀 / 저는 나이많은 신입이면서 개념도 별로 없는 분이랑 일하는 중이예요. 시키는 일도 잘 못 하시면서 다른 사람이 하는 일에 욕심을 내고 있어서 많이 피곤합니다. '아주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것'은 남들이 해주길 바라고 '뭔가 대단해보이는 일'만 하고 싶어하네요.
    • autumn//'뭔가 대단해보이는 일'만 하고 싶어하는 사람 정말 피곤한데...애도를 표합니다. 그런분들이 꼭 '대단한 일'에서도 귀찮은 것은 다른사람에게 넘기지 않나요..ㅋ
    • 자기 바로 위에 저런 사람이 있으면, 정말 미칩니다.
      그래도 '머리나쁘고 부지런한 사람'보다는 나을수도..
    • 제 바로 윗 상사가 그럽니다-_-
      회의를 하자고 해서 안건을 제시하면 그건 아닌것 같다고 퇴짜놓고, 한참 빙빙돌려 나온 결과는 제가 말한 그 안건입니다.
      그래놓고 밖에다는 자기 실적으로 광고를 하죠.
    • 제가 아는 모 대기업 인사담당하시는 분이 애 아버지만 아니었으면 너무 무능해서 자를 사람이 있다고 하셨는데
      한 가정을 파탄(?) 낼까봐 못 자르겠다고 하시더군요
      저 같으면 자릅니다 피도 눈물도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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