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1.전 이세상에 실체가 존재한다는걸 별로 믿지 않아요. 아주 오랜 옛날에 태어났다면 저는 아마 무리에서 빠져나와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동굴을 찾아내 혼자 살았을 거 같아요. 매일매일은 맹수를 잡으러 바깥에 나가서 맹수를 잡던가, 맹수에게 잡히던가 둘 중 하나였겠죠. 밤에는 맹수 고기를 먹으며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신기해했을 거예요. 동굴 벽에 가끔 그림도 그리고요. 그러다가 결국은 맹수에게 죽거나 아니면 스스로에게 죽거나 했겠죠. 확실한 건 끝나는 날까지 모든 게 실체였겠죠. 추운 날씨에 얼어죽지 않으려면 손가락을 까닥 움직여 스위치를 켜는 게 아니라 가죽을 걸치고 불을 피워야 했을 테니까요.
그러나 이 다원화되고 고도화된 사회에서는 실체보다 허상을 믿는 쪽이 더 행복하고, 어떤 때는 그게 더 효율적이기까지 하죠. 실체는 통화로 계량화될 수 있는 것만 실체를 파악하면 되고 나머지는 진짜 모습따윈 알 필요 없이 편리한 허상을 믿고 살아도 돼요. 덮쳐오는 맹수의 이빨과 발톱은 어차피 없는데 뭔 상관이겠어요.
그래서 이 세상에서 할 일은 사실 많지 않아요. 하루 중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시간은 6~7시간 정도고 나머지는 좋은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며 버텨내야 하는 잉여 시간이죠. 그 시간엔 내가 있는 소굴에 앉아 다른 사람의 소굴을 지켜보거나 하죠. 거기서 느껴지는 건 사람은 뻔하지만 뻔하지 않다는 거죠. 모두가 각자의 허상을 믿고 그걸 정당화시키며 살죠.
흠.
하긴 이건 당연한 일 같아요. 모든 사람은 늘 자기 자신이었지 남이었던 적이 없잖아요. 몇십년동안 자기 자신으로만 살아온 사람들인데 다들 같을 수가 없죠. 같은 사물과 상황을 접해도 그들의 뇌에는 각각 다른 것이 투사되죠. 허상을 파는 사람들은 상대가 똑똑하다 싶으면 바로 떠나요. 그리고 허상을 팔 수 있을만한, 가능한 비싼 값에 팔 수 있을만한 상대를 찾아 나서는거죠. 그 허상은 박근혜의 공약일 수도 있고 헛소리로 가득 찬 자기개발서일 수도 있고 인격화된 신과, 그 신이 우리에게 던져대는 돌일 수도 있겠죠. 왜 그럴까요? 그야 그들은 적절한 이유를 늘어놓을 수 있을 테지만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하는 것엔 한가지 이유밖에 없어요.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죠.
2.저는 사람을 상당히 싫어하는 편이예요. 이건 당연한 거예요. 위에 말했듯 사람들은 모두 몇십년동안 자기 자신으로만 살아온 사람들이니까요. 이 말은 절대로 사람은 자기 자신과는 떨어질 수가 없다는 거죠. 자신이 아무리 끔찍한 놈이라도 자신을 죽이기 전까지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 말곤 딱히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이렇게 만들어져 있는 우리 인간들이 욕망을 부추기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니 어쩔 수 없이 자기애의 괴물이 되어 버리죠. 하긴 이건 저도 그래요. 저 또한 자기애의 괴물이죠. 술을 마시는 중에도 분명 이순간 지구 반대쪽의 마약공장에서 일하거나 아동포르노를 찍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술잔을 기울이는 손이 멈추거나 떨리거나 하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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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파는 사람들의 수법은 여전하더군요. 어디선가 돌이 날아오면 그건 신이 던진 돌이라고 주장하는 거죠. 그러면 누군가는 믿거든요. 그리고 돈과 시간을 갖다 바치죠.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허상을 허상이라고 말해 주면 화를 내겠죠. 휴............
맹수와 처절하게 싸웠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허상에 가깝죠.
맹수보다는 약한 동물, 물고기, 열매와 이끼같은 걸 모아 먹는 쪽이 더 실체에 가깝지 않을까요.
인간이 홀로 맹수와 맞붙어서 이길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어요. 싸워 이겼다고 쳐도 그 과정에서 상처라도 입으면 감염이 될테고요.
헝거게임에 나온 말이었는데,
상대방과 싸워서 죽을 확률보다 감염으로, 저체온으로 죽을 확률이 더 높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