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1.어제는 늦게 들어와서 글을 썼는데...막상 써놓고 보니 안좋은 숫자에 걸려있었어요. 그래서 지웠죠. 지금 생각해보니 다행이예요. 그럴 때 쓰는 글은 꼭 다음날 일어나면 쓰지 말걸 하고 후회하거든요.
2.우리는 재능과 노력이라는 말을 쓰죠. 어린 시절에 우리 모두 이 세상에서 소모품보다는 나은 무언가가 되고 싶어하니까요. 재능이라는 건 아마 관심을 가지는 것이 재능이 아닐까 해요. 잘 하고 싶어하고, 노력할 만한 가치를 느끼는 거죠. 물론 골드문트와 나르치스에 나온 말처럼 이 세상의 훌륭한 것, 빛나는 것들에 대해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는 것과 진짜로 십수년동안 그것을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다른 문제죠.
요즘은 예전보다는 재능의 발굴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봐요. 인터넷이든 다른 매체든, 자신이 알고 싶은 분야에 대한 접근성과 괜찮은 수준의 정보를 취득하기가 쉬우니까요.
흠.
어쨌든 시작은 대개 이거라고 봐요. 어떤 일을 그냥 잘 하고 싶은 기분이 들기는 힘들어요. 닮고 싶은 무언가를 가지는 것이 첫걸음이죠. 그건 잘 편집된 영상이나 한 작가의 인생이 통째로 녹아들어가 있는 결과물일 수도 있죠. 스티븐 킹이 말했듯이 자신만의 글을 쓰기 전에는 다른 작가의 문체나 내용, 그림의 경우에는 그림체를 따라하는 단계를 오래 거쳐야 해요. 그렇게 몇 년을 보내며 자신이 닮고 싶었던 누군가를 점점 잘 따라하게 되다가 어느 날 그 사람을 너무 잘 따라하는 자신을 혐오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 날부터 그 사람을 지워내고 자신만의 것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과정을 잘 보내면 자신만의 모습으로 우화하는 거죠.
저는 그렇게 되지는 못했어요. 흠...대부분의 글에서 비유법을 쓰니 이것도 비유를 해보죠. 위에 말한, 다른 작가를 닮아가는 건 빛을 향해 달려가는 거라고 봐요. 헤르만 헤세의 소설을 읽거나 시드 미드의 드로잉집을 보고 반짝이는 빛을 느끼는 거죠. 아주 멀리 있는 그 반짝임에 가까이 가고 닮고 싶어서 한동안은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그 방향으로 마구 달려가죠. 그것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좀 더 나은 내가 될 거 같은 기분에요. 한데 다시 생각해 보니 확실하지는 않은 거예요.
그건 그냥 불나방처럼 반짝이는 빛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 아마 뛰기 시작했을 때의 나에게 저니의 라이브 공연을 영상을 보여 줬거나 멋지게 잘 편집된 에베레스트 등반 영상을 보여 줬다면 지금쯤 저걸 따라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거죠. 그게 무슨 색깔의 빛이든 뭐든 반짝이는 방향을 향해 뛰고 있으면 비참함을 잊을 수 있어서 뛰어온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럭저럭 열심히 노력해 온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의 것을 다 지워버려 봐야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 같았어요. 나만의 무언가가 없을 거 같아서요. 그래서 뭐, 대학 졸업반에서부터 다른 계획을 가지고 다른 것에 몰두했어요. 그때 재능에 대한 관점이 좀 달라졌어요. 오랫동안 몸담아도 자신에 대해 흔들림없는 확신이 있어야 진짜 재능이 있는 거라고요.
...두서없는 결말인데, 그러다가 최근 또 약간의 기회가 와서 창작 활동을 하게 됐어요. 실컷 저런 얘기를 해 놓고 이렇게 문단을 끝맺으니까 좀 뜬금없네요.
3.이 밑으로 또 긴 글을 쓰다가 말았어요. 어제 글을 마치려다가 음...어제 쓴 글을 누가 보고 약간의 조언과 비아냥을 했어요. 늘 그렇듯이 30%는 맞는 소리죠.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은 대등한 관계에서 형성되는 거고 먼저 다가가서 얻으려는 노력을 해야 얻어지는 거고 뭐 그런 동화책에 써있는 소리요.
그래서 그것에 대해 이런저런 썰을 풀다가 항목이 5번까지 가고 별 쓸데없는 말이 다 나와서...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써 보죠.
2.번 얘기는 잡답으로 볼 수 없는 굉장히 중요한 내용 아닐까요. 여은성님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나.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목마른 자가 깊이 판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아마 같은 주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재능은 한 번의 홈런을 치는 것이 아니라 그 홈런을 위해 백만개의 스윙을 하는 일을 하는 끈기와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홈런을 치고 싶어하지만 (헛) 스윙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홈런은 언제나 수백만의 스윙에 근거하죠. ㅎㅎ
뭘 이룬다는게 너무 생소하게 들리지만 어찌해서 마음으로나 잘 되기를 바라고 있네요.
재능과 노력이 생의 필수라고는 생각치 않지만 사람이 조금 근사치에 있어야하는데, 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