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개들'은 사라졌을까...

1. 이번 지방선거가 끝난 후 "국민의 승리다", "우리 국민들은 역시 위대하다"라는 평이 나왔습니다. 2년 전에 치러진 18대 총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죠.

그때는 시퍼렇게 물든 지도를 앞에 두고 '국개론'이나 '생각없는 20대론'이 횡행했습니다. 불과 2년 만에 '국개들'은 '위대한 국민'이 되었습니다. 다소 낯

간지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죠.


 이번 선거의 결과가 진보진영에게 고무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들의 진보성이 발현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진보진영 정책에 대한 적극적 동의라기보다는 막나가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에 대한 염증과 반발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지도를 녹색으로

물들인 서울에서의 결과를 놓고 보면 얼핏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시장 당선자가 한명숙이 아니라 오세훈이라는 것은 표심의 총합에서 

결국 한나라당이 승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녹색으로 물든 서울시 지도는 이번 선거의 실제 양상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오세훈을 '강남특별구청장'  

이라 비꼬며 놀리는 것은 나름 재미있는 일이지만, 실제 오세훈은 강남권 이외의 다른 대부분의 구에서도 상당한 득표를 했습니다. 내용 면으로 보면 이번

선거는 '대승'이 아니라 진땀나는 '신승'이 맞습니다. 신승을 대승으로 착각하는 것은 앞으로를 대비함에 있어 좋을 것이 없습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이명박의 패악질이 그렇게 심했는데도, 여전히 국민들은 40% 가량의 표를 한나라당에 몰아 주고 있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나 권리 문제에 대해 생각 이상으로 둔감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이들에게 거의 미치기 직전까지 갈만큼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다수 국민들에겐 '그래도 저건 

약간 심한 것 같긴 하네' 정도의 자극밖에 못 준다는 것이죠. 이명박 정부가 워낙 노골적이고 지저분하게 권력을 농단했기에 이 정도 반발이라도 나온 것이지,

절차나 형식 면에서 조금만 영리하게 굴었다면, 한나라당이 무난하게 선거에서 승리했을 수도 있습니다.


    

2.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특히 두드러진 논의 대상이 된 것은 야권 단일화의 문제입니다. 혹자는 이참에 선거 연합이 아니라 미국과 같은 

양당제로의 이행을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이번 선거를 포함해 근 몇 년간의 선거 양태를 보면 실질적으로 선거가 양당제와 비슷한 형태로

흐르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양당제 구조의 가장 주목할 점은 한나라당에게 '불사성'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탄핵 후폭풍으로 열린우리당에게 표심이 쏠렸던

지지난 총선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후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반감은 곧바로 한나라당의 선거 대승으로 이어졌고, 이명박 정권의 실정은 재차 민주당

에 대한 지지로 전환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다시금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줄 경우 그 표는 어디로 갈까요. 두말할 나위 없이 한나라당입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이 두 개의 거대한 우파 정당이 주도하는 선거구도를 깨지 않는 한 이같은 선거 양태는 끝없이 되풀이 될 뿐입니다.

  

   좌파든 우파든 일정한 상식과 균형감을 가진 이들이 기본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이상은 상식적인 우파 정당과 상식적인 좌파 정당이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해 경쟁하는 정치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이들은 그러기 위해 몰상식한 우파 정당인 한나라당의 몰락이 전제되

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살펴보았듯 지금의 정치구도로는 한나라당이 결코 몰락할 수 없습니다. 한번의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두더라도, 이후 민주당이 인기를 잃을 경우 그들에게서 떠난 표가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 같은 좌파 정당이 아니라 보수 우파 정당인 한나라당

으로 고스란히 흡수되어 부활의 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주요한 이유는 사표론입니다. 사표론은 진보진영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당을 상대할 수 있는 규모와 실력을 갖춘 정당이 한나라당 뿐이라고 인식되는 한 '사표가 될 것이 뻔한'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으로의 투표는 심리적 저항감을 유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순환 구조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이 투표할만한 가치가 있는 규모와 실력을 갖춘 정당으로 성장하고,

또 다수 국민들에게도 그렇게 인식되어 실정을 한 민주당에서 이탈한 표가 한나라당이 아닌 좌파 정당으로 전환되는 구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앞으로 결코 실정을 하지 않을 것이고,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언제나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릴 것이라 보는 것은 전적으로 오만이며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 같은 좌파 정당조차 예외 없이 언젠가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고 표로

문책받는 경험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눈 앞에 닥친 선거의 승부에 연연하여 좌파 정당들의 성장을 좌절시키는 묻지마 단일화 압박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각각의 선거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한 전략적 단일화는 당연히 모색되어야 하겠지만, 아직 자생력이 약한 좌파 정당의 생존을 

위협하는 강압적 단일화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오로지 민주당만이 정의이고 민주당의 승리만이 제일의 목표라고 생각한다면 모를까, 한국정치의 

근본적인 질적 도약을 원한다면, 좌파 정당의 생존과 성장은 항시 배려되어야 하고 단일화 협상 또한 이를 전제로 진행되는 것이 옳겠습니다. 현실정치

에서의 좌파 정당의 성장은 한나라당의 극우성을 부각시키고 우편향된 국민들의 정치감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터무니없는 

좌편향 이미지로 공격당하고 있는 진보 우파 정당에게도 결과적으로 이익이 됩니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정치구도의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한

한나라당은 언제까지나 부활에 성공할 것이고, '국개론'은 몇 년 터울로 되풀이될 것입니다.


  


    • 선거에서 젊은층이 전면에 부각되는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실제와 같은 나라의 대들보가 되어버렸어요 귀찮아 싫든 좋든.
    • 저도 대선도 아니고 지방선거가 이렇게 흥미롭게 느껴진건 처음이에요
    • 그러한 구도를 바꾸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선거제도 자체의 개편인데.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변경을 조건으로 한나라당과의 연정이라는걸 추진하다 엄청난 욕을 먹었죠. 물론 연정이라는 방식이 대다수 반한나라쪽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배신감 느껴지는 행동이겠지만.중대선거구제는 그만큼 소수 진보신당에게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분명히 생각해볼만 한데.아무도 지지를 않더군요.
    • 20대 선거율은 30% 정도로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어요.
    • 아직 공식적인 투표율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달뒤에나 나옵니다.
    • 어 근데 제가 알기로 당시에 추진한 중대선거구제는 소수당에게 더 불리한 것으로 알고 있던걸로 기억합니다.
      정당명부제가 아닌 이상은 중선거구제 하에서는 득표 1, 2위가 다 나눠먹게 되거든요.
    • 당시는 그러한 내용의 논의 이전에 일단 한나라당과의 연정.이라는 소리만 가지고도 다들 거부해서 정상적인 논의 자체가 안됐던걸로 기억합니다. 내용에 대한 반대가 아니었죠. 적어도 그런 화두를 현직 대통령이 주면.논의를 해볼수 있는 기회였지만.그 자체를 안했습니다.
    • 음, 제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군요. 일단 민주당, 친노 진영에서는 한나라당과의 연정 자체를 문제삼았던 것은 맞는데, 민노 계열에서는 대연정 자체를 비판함과 동시에 거기서 말하는 중대선거구 제도 자체도 정당명부제에 비해 후퇴하는 선거 제도이며 양당제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 정당명부제에 비해 후퇴하는 지는 모르지만 현재 승자독식 소선거구제 보다는 나을텐데요.
    • 위에서도 썼지만 민노/진보 계열이나 소수정당의 입장에서 보면 양당제를 고착시키는 제도가 승자독식보다 더 좋은 것이라고 말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중대선거구제는 제가 기억하기로는 '지역을 끼고 독식하는'것을 개고 지역주의를 희석시키는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양당제를 고착시키는 단점이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소수정당이 기를 못 쓰게 만드는 면에서는 중대선거구가 더 나쁠 수도 있어요. 이렇게 되면 정치 다양화가 위협받을 수도 있구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가 지역주의 타파이다 보니 중대선거구같은 승부수를 건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것이 소수정당이 좋구나 하고 따라갈만한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당명부식 비례제'와 '결선투표제'쪽으로 선거 제도 개편을 추진하지 않는 이상은 이번 선거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고 봅니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다수잖아요? 안될거야 아마.. ㅠ)
    • 이제부터 싫든 좋든 그들도 그렇게 된거죠.
      최불암이 사람을 구하고 기어 올라와서 누가 밀었어! 그런식이죠.
    • 글쎄요. 중선거구제로 가면 3위권정도까지 당선자가 될수 있을텐데.그게 양당제하고 어떤 상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3위자리는 민주당이나 한나라가 아닌 다른 당이 차지할텐데요.
    • 그게 제 기억으로는 선거구 개편 얘기가 나올 때 결국 열린우리당 측에서 5공 때 했던 2인 선거구제로 결론이 갔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민노측에서 밀어부친 정당명부 비례대표는 한-민에 불리하니까 결국 채택에서 멀어진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저도 오래 된 일이라 가물가물하긴한데, '중대'선거구라는 말이 필요 없는 혼동을 불러일으키긴 했어요.
      사실 사표를 제대로 방지하려면 결국 당 지지표만큼 의원 수가 비례되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인 듯 한데, 메이저 당들에서는 계속 피하더군요.
    • 그리고 사실 양당제라는게 법적으로 정해진 용어는 아니고 단지 정치학적인 용어 정도일텐데..-미국만 해도 사실 민주/공화이외에 다른 당이 존재 하기야 하지만.세력이 미미한거죠- 최근들어 보면 양당제 자체가 무슨 악인것처럼 느껴지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서.잘 이해가 안갑니다. 대다수 국가가 사실 양당제 아닌가요? 두개정당이 권력을 주고 받고.가끔 경우에 따라서 제3당이 케스팅 보트가 되긴 하지만.-그런 경우가 흔한건 아니죠. 최근의 영국 정도?-
      물론 현재 한국의 경우엔 양당이 다 보수적인 정당 아니냐?는 점에서 다르긴 합니다만.그렇다고 양당제가 나쁜거임.이렇게 볼수는 없을것 같은데요?
    • 어.. 사실 한국이 다르다고 하기도 그런게 미국의 컨저버티브-리버럴 구도하고 거의 비슷하게 접근하고 있지요.
      문제는 유럽의 경우는 제 3세력, 4세력의 진입이 어렵지 않은 구도인데. (그러니 프랑스에선 극우 국민전선이 대선 결선투표까지 나가고 하지요.)
      미국식의 경우 모든 의제를 두 당이 다 진공청소기처럼 흡수하고 있구요. 문제는 그런 식으로 가다 보니 미국의 진보세력은 씨가 마르거나 민주당의 소수파가 될 뿐이었다는거.. 그래서 그런지 미국은 유럽대륙에 비해 다양성도 떨어지고 좀 더 보수적이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진보정당 입장에서야 컨저버티브 하나와 리버럴 보수당 하나가 양당제도를 고착시키는 것을 당연히 두고 볼 수는 없겠지요. 미국처럼 노조-진보 세력이 민주당의 한 분파로 남는 것이 아닌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기본 명제로 삼고 있는 당인데, 그걸 포기한다면 당을 세운 기조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요.
    • 헬마스터/ 출구조사 결과 27%로 부재자투표를 합치면 36% 정도 나올 거예요. 지난 총선 때 28%가 나온 것에 비하면 고무적인네요.
    • 천하 삼분지계가 필요한 시점이죠. 보수와 중도외에 다른 정당은 유의미한 세력으로 생존하는 거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미국식 양당구조가 확립된다면 이땅의 진보세력 뿐만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에도 재앙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민주당과 영남 친노세력은 진보정당을 카운터파트너로 삼아야 합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볼때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죠.
      포괄적인 보혁연대를 통해서 한나라당 배제전략을 구사하면서 한나라당의 표밭을 서로 나눠 가져야 합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저소득 노동자 계층을 진보정당이 지지층으로 흡수하고, 또,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중산층과 주부 여성층을 보수야당이 흡수하는 전략을 세워야하죠.
    • 그러니까 저도 그런 고민을 이번 선거를 통해서 느낄 수 없었다는 거죠.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일단 뽑히고나서..이런 식으로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각자의 당원들이 요구해야 될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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