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 하나 잘못하면 (혹은 단어 잘못쓰면...)
스웨덴에 여름에 모든 사람들의 골치거리는 1. 비 2. 껍질없는 달팽이 입니다. 스웨덴어로는 mördarsnigel 그대로 표현하자마면 살인달팽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모든 식물을 죽인다고요. 엄청난 번식력에 식욕으로 스웨덴 사람들이 봄 여름 내내 열심히 꾸며 놓은 정원에 샐러드니 꽃이니 하는 걸 다 먹어치워버립니다. 갈색에 번들거리는 몸 은근히 커요. 얼마나 이 달팽이들이 많냐 하면 한번은 교환학생으로 온 학생이 길가에 널려있는 이 달팽이들을 보고 언니 전 어머 이 나라엔 왠 개똥이 이렇게 많아 했다고.. 죽이는 방법은... 가위로 머리를 자르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 비오는 정원에 나가보니 저희 집 정원에도 드디어! 그동안 이 달팽이의 천적인 고슴도치가 저희 정원에 들락 달락 해서 그런지 못봤었는데 올해는 고슴도치를 못봤거든요. 두 마리가 느긋이 저희집 딸기밭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 저도 정원 가위를 들어야 하나봐요. 정말 이 달팽이들의 invasion 이 시작되면 아침 한시간 저녁 한시간을 달팽이 죽이기에 소비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달팽이를 보니까 생각나는 에피소드. 제 친구 산나는 핀란드 사람입니다. 남편은 영국인이고 유학도 스코틀랜드에서 했습니다. 둘이 결혼한 첫 해에 집 정원에 드글거리는 이놈의 달팽이들을 보고 남편한테 죽여달라고 했는데 응 그래놓고는 가버렸다고. 한참 신경질 내면서 이 달팽이들을 죽이고 있는데 시어머님이 전화를 하셔서 뭐하냐고 물어보셨데요. 거기다대고 아 정원에 달팽이들이 (slug) 우굴거려요. 얼마나 징그러운지 몰라요 아주 때로 있어요, 죽여야 하는데 라고 말을 했더니 시어머님이 어찌 대답할 지를 모르시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래요. 그러시더니 한참 웃으시면서 아 slug 라고 하시더래요. 예, 라고 대답하니까, 넌 slut 라고 처음에 말했다고. 단어 발음 잘못하면 이렇게 될때가 있죠.
아하...ㅎ 근데 상상만 해도 괴롭네요.가위로 머리를 잘라 민달팽이 죽이기라;;
진짜 미끈미끈한 이 놈들을.... 가위로.... 음.....
스웨덴의 여름엔 비가 많이 와요?
비가 많이 오는 해가 있습니다. 주룩주룩. 스웨덴은 아시다시피 겨울이 길기 때문에 여름에 날씨를 즐겨야 하는 데 이렇게 비가 많이 오면... 정말 다가오는 가을 겨울 견뎌내기 힘듭니다.
slut가 우글거려요;;;
그나저나 달팽이 목을..으히 ㅠㅠ
골뱅이나 닭똥집 자르는 느낌이겠지만 살아있는 애들을 처리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것 같습니다.
그 뒤에 우리는 가끔 산나보고, 산나의 정원에는 뭐가 있나요? 라며 웃죠. 하하.
거기다가 시어머님께, 이건 데이빗이 처리해야 한다고요 라고 했다고 했어요. 데이빗의 slut 에요 라고 하하. 시어머님이 얼마나 처음에 황당하셨을까....
골뱅이도 징그러워서 못 먹는 입장이라..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머리를 가위로 ㅠㅠㅠ
주워듣기로.. 민달팽이는 맥주를 놔두면 불나방처럼 효모냄새를 맡고 다가와 알아서 빠져죽는다던데, 덩치가 개똥만하다니 아무래도 무리려나요;;
민달팽이는 정원의 적이죠. 독일에서도 많이 봤어요. 먹다남은 맥주를 뿌리기도 하고... 그랬지요.
고슴도치가 저희가 살던 집의 정원에서 살았더랬어요. 그래서 민달팽이가 덜 보였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어느 여름날 저녁, 테라스에 앉아 초 켜놓고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어디서 가쁜 숨소리가 계속 들리길래 랜턴을 가져나와 소리의 근원을 찾아보니 고슴도치 한쌍이 열심히 사랑을 나누고 있더라구요. 랜턴 불빛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모습을 보여준 고슴도치 한쌍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