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 글.

사실 그래요. 제목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데,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몰라서 글을 쓰지 못하는 나날들이 있어요. 여러가지 무취한 제목들을 들었다 놨다, 혹은 그 제목으로 몇 번 써보기도 했지만 끊임없이 낙엽을 긁는 갈퀴로 바닥이 긁히듯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수가 없군요. 거기에다 금속성의 갈퀴 각각이 내는 소음까지 합해서 말이에요. 제목들로 이루어진 게시판 길거리를 걸을 때 적당히 지나칠 수 있는 제목이 좋을텐데, 아마 이 제목은 표지판과 네온사인의 중간 쯤 되는 거라 또 거슬리겠죠. 보도블럭이나 길가의 휴지통 정도도 아니고, 딱 가로수 수준이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이런 종류의 사소한 일에 과도한 관심을 쏟아 배치하는 것은 얼마나 독자를 쪼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찌개 끓일 때처럼 뭉텅뭉텅 썰어 넣어야 재주가 좋단 말을 들을 기술들도 있는데.


일을 배워가는데 여러 고통이 몰려오죠. 일이 없다면 더 너저분한 삶이었을텐데도 불구하고, 일을 원망하게 되구요. 그렇다고 해서 군대만큼이나 정신을 악한 형태로 조각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서, 어떤 부분에서는 우습게도 성장통이라고 우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전부터 생각해왔는데, 저는 실무자를 그렇게나 좋아하더군요. 어쩌면... 어쩌면... 조금만 다른 삶을 살았으면 정동영 말고 이명박을 뽑진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정동영을 뽑지도 않았었지만.) 다만 실무가 과연 어떤 것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보수 앞까지 몇 걸음 안 남은 것 같습니다. 보통 순수한 정의의 '보수' 말고 K-보수 말이에요. 일이 되도록 하는 것이 일이 안 되는 것보다 나은가, 란 고민을 계속 하게 되죠. 아니 뭐... 애초부터 일을 잘하는 사람은 보수고 진보고 극소수인게 문제일지도 모르죠.


행성이 죽어갈때처럼, 외면은 크게 부풀고 내면은 쪼그라드는 듯이 사람에 대한 척도도 양방향으로 펼쳐져 가요. 나와 상대적으로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우글우글 늘어나면서도 절대적으로는 한 줌 남지도 않는 이상한 세계요. 70억 인구 중에 대단한 글, 대단한 영화, 대단한 실무자들이 한국의 편의점 만큼이나 많은 것처럼 보였다가도, 뛰어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은 정말 얼마 없어서 섭취하다보면 금방 바닥나 버리는구나 싶죠. 아마도 그건, 얼마나 강력한 창작물을 어떤 차례로 보는가가 상당한 영향을 끼치긴 하겠지만 말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맛의 사탕부터 꺼내 먹을 것인지, 싫어하는 맛부터 먹을 것인지처럼. 조금 있으면 백색왜성이 되어서 그제는 헤어나올 수 없는 허무주의에 빠질까 싶기도 하고. 뭐 어찌되었든 더 이상 어떤 것을 깨닫는다는게 흥미롭지 않으니 별 의미 없을지도 모르겠고.


여튼, 일을 함께 하게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해, 그리고 남에 대해 적나라하게 알게 되요. 친구나 가족과 협업을 하지 말라는 것은, 그 바닥을 보이는걸 피하라는 조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일주일만 누군가와 함께 일하게 되면 피상적이지만 실전적인 남과 나를 바로 깨달을 수 있지 않나요. 좋을 때보다 힘들 때 사람을 투사할 수 있다면, 누구나 싫어하는 일을 함께 하는 것은 그 기회가 끝없이 있는 것과 같겠죠. 아마, 일이란 걸 계속 해야하는 어른이란 건, 과다하게 알아버린 자기 자신에 대해 지겨운게 아닐까 싶어요. ... 같이 일하면 즐거워지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성인의 반열에 올린다한들 아깝지 않을겁니다. 하기사, 그런게 가능하다면 회사-종교 같은게 설립되겠죠. 아직까지 그런 일이 없는걸 봐서는 인간의 다양성이 덜 실험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그러니까 아직도 확률 실험에 있어서 인구가 부족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편집줄을 놓아서 그런지, 제가 하는 말들이 어수선하군요. 리듬도, 규칙도, 강약도 없이 퍼올려진 글이라. 그래도 이렇게 쏟는 것도 나쁘진 않네요.


글을 쓰는건 ... 문을 열고 어디론가 가는 거죠. 가끔 글을 읽을 때 그 사람을 거니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너무나 빨리 다른 세계로 이전되어서 화들짝 놀라며 정거장을 지나친 후 내리면서 소름돋기도 하죠. 우리에게는 분절된 다른 공간으로 들어갈 능력이 있는거죠. 여기에는 아직 아무것도 없고, 뱡향만이 존재해요. 그런 흐름을 탈 때의 부드러움과 편안함은 설명하기 힘들죠. 그런, 다른 세계가 빡빡하고 지치는 일상 사이에 있다는 것이. 문을 여는 것만이 힘들고, 걷기 시작하면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아요. 언제 닫아야 하는지를 갈등하게 될 뿐.


문고리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쓰는 거겠죠. 철제에 빡빡하고, 열쇠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하지만 문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잖아요?


갑자기 말문이 막혔는데, 그 이유는 무언가를 들고 들어오기를 잠시 바랐기 때문이에요. 최근 횡횡하는 서로에 대한 증오와 공포 말이죠. 그걸 다루려면... 문을 통해 그걸 들고 들어와야 되는데 아시다시피 제 현관은 비좁고 딱딱하거든요. 벽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너무나 큰 냉장고를 이사 시즌에 집어 넣는 것처럼 온갖 고생을 하며 그 주제를 집어 넣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고는 맘에 들지 않겠죠.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궁금한 것은 실세계의 인간들이에요. 왜 인간은 물리적 부피를 가지고 만나야 하는가, 는 제 영원한 고민거리일 겁니다. 우리는 너무 빠르고 넓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만나지 않을 수 있게 되어서 우리가 보는게 실체인지 아닌지조차 알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통계는... 개인과 집단을 이어주는게 아니라 분절시키죠. 집단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거든요. 간단히 예를 들면.... 찬성 39%와 반대 61%는 검은 쪽에 가까운 색이 아니에요. 흰 색을 선택한 39명과 검은 색을 선택한 61명일 뿐이죠. 심지어는, 한 명 씩만 놓고 보면 흰색만 선택할 수 밖에 없었거나 검은 색만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 한 명이죠. 가져오고 싶지 않은 예시를 굳이 들자면, 담배가 흡연을 일으킨다는 조사결과를 통해 폐암 걸린 사람 개인이 담배회사를 소송걸기는 매우 힘들다는거에요. 아, 아니에요, 이건 없었던 예시로 하죠.


... 그러니까 저는 개인이 온당하게 가시거리에서 얻을 수 있는 타인의 감정이 얼마나 되냐는 거죠. 단, 직접 봐야 한다고 했을 때 말이에요. 개인이고 집단이고, 감당할 수 없는 선택을 하며 나아가는데, 누가 그걸 책임 질수가 있겠으며, (아 이건 너무 뛰어넘었다) 아니에요 그냥... 집단이란 것은 없다! 누가 단체에 걸려 넘어져 본적이 있느냐, 라고 말했던 옛 학자들이 떠오를 뿐인거죠. 하하하하... 가장 편한건 자신이 관측자 위치에 있다고 굳게 믿는 것이겠지만.


둘러가지 말고 하나로 이야기하면. 뉴스를 제거한 세계의 증오는 어떠한가, 에요. 웹의 이야기 규칙은 정말 특이해서 (지난번의 옆담화 이야기를 빼고서라도) 대부분 자신의 프라버시를 지키면서 편집된 이야기를 꺼내죠. 하지만 아쉽게도 가장 중요한 것들은 편집되기 마련이고, 특집호는 친한 친구들에게만 넌지시 건내줄 뿐일 때가 많겠죠. 우리는 정말이지 영양가 없는 껍데기만 주워다가 서로 비교하고 찔리거나 찌르거나 하죠. 가끔, 참을 수 없어 총판본을 내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니면 제 도토리 크기의 인간관계가 다종다양한 갈등을 맛보지 못하게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토니 주트의 책이나 찾아 읽어봐야겠네요. 최근 죽기 직전에 썼던 글들이 책으로 많이 나오던데. 어떠한 포즈도 취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정말 어떠한 종류의 포즈도 취할 수 없었을 것 같은 사람이 어떻게 했는지 보면 되는 거겠죠.

    • 제 경우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어떤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더군요. 


      그래서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요. ^^  


      우리는 결국 삶의 어느 지점에서 만나서 함께 걷다가 어느 지점에서 헤어지게 될 사람들이고 


      운이 좋아서 마음이 통하는 벗을 만나 한동안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고마운 일이죠. 


      함께 있는 동안 사랑해 주고 다정하게 말해 주고 나름대로 정성을 다하다가 


      헤어지게 되면 또 다른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다정하게 대해 주고 정성을 다하고 그렇게...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으며 그저 현재에 충실한 카사노바의 우정을 지향합니다. ^^ 


      (쓰고 나니 동문서답인 듯... 근데 문제가 뭐였죠? ( '')??)




      Tom Waits - I Beg Your Pardon 


      (돌아보니 용서를 구하고 싶은 사람들이 하나 둘 떠오르는군요. ㅠㅠ)



      • 언젠간 죽죠, 누구나. 슬프게도 남의 죽음만 볼 수 있구요.


        좋네요, 댓글이. 하하하. 제 이야기의 댓글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하시는 underground님의 글이 좋군요.


        그 아이러니가 우스워서 잠시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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