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없이 지내기 한달 째

서울로 이사하면서 방을 꾸미기 시작하자 단칸방에 매트리스와 옷가지, 생활도구만 갖춘 집이 되었습니다.

전자기기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가령 이 글도 지금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고, 아이패드도 있고... 노트북도 가져 오려고 했으나... 생수 한병을 옆 공간에 같이 넣어뒀다가 이송 도중 망해버렸고요ㅜㅜ(이래서 물이 무섭습니다)

그래도 인터넷 연결조차 안되어 있어 파일을 다운 받으려면 PC가 있는 서울시 도서관까지 가야한다거나, 아이패드로 TV를 보려고 해도 앱이 있어야 하고 또 pooq은 지상파 서비스를 타 TV앱에서 빼버렸지 않았습니까? 여러모로 난항이 있죠. 와이파이를 쓰려고 해도 돈 아낀답시고 랜선조차 연결하지 않았으니 공유기도 쓸모짝에도 없고요.

그래서 이제 광고조차도 TV광고보다도 배캠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광고가 더 익숙해지더란 말이죠. 강석이 추천하는 이름까지 믿음직스러운 아파트 미진 이지비아, 작년에 이어 디데이(수능)에 가까울수록 멘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하는 조아 바이톤, 실제로 인터넷 광고를 보고 경악한 탑툰, 당신과 함께하는 동부화재.... 뭐 하여간 그렇습니다. 최근에서야 유튜브에서 다른 광고도 볼 수 있고 극장에서도 가끔 보게 되지만

여하튼 TV에서 빠져나온 이후 TV는 주말이 되어 고향에 내려가서야 보는 물건이 되어있었고, 뉴스는 신문사 앱이나 트위터로 접하게 되면서 동시에 온갖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오는 포털사이트 뉴스야 말로 가장 기피하는 뉴스 1순위가 되어버렸습니다.(이건 포털의 편집권에 따른 측면도 크지만요) 그냥 댓글로 적는 것도 무의미의 축제로 여겨질 수 밖에요.

서울로 돌아와서는 텅 빈 방안에서 홀로 있어도 이제는 인터넷 서핑을 하는 시간도 경제적 측면을 고려할 때 그저 아무런 소득없는 흥미 위주의 시간 죽이기란 생각이 들 때면 오히려 효용은 0원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러서 지금 이걸 그만두고 '지금까지 안 해본 일을 하자' 라는 생각에 다른 것을 손대거나 자주 외출을 다니면서 활동영역을 넓히려고 지속적으로 시도하게 됩니다.

이중에서도 걸어서 쇠락하는 용산전자상가에 간다거나 홍대를 노닐때마다 이전과 달라진 차이를 발견하고 마포대교를 걸어갈 때마다 마주하는 자살방지 문구들을 유심히 지켜보게 되고, 여의도 공원에서도 오고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더군요.

얼마 전 humans of newyork 이란 책을 마포도서관에서 빌려 읽던 도중 책엔 나와 있지 않은 서울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음 속으로 되뇌어 봤습니다.(http://humansofseoul.com). 이 사람들과 같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내가 어디에서 오늘은 무엇을 하며 어떠한 결말에 이르렀는지 밤마다 일기에 기록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어제의 기록을 다시 읽으며 오늘을 비교하고 오늘과 내일은 또 무엇이 달라져 있을지 상상해보기도 하고, 그만큼 죽을 날이 하루 더 가까워짐을 짐작하면 이전처럼 마냥 안일하게 손놓을 수만은 없게됩니다.

TV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이켜본 끝에 조금 더 알게 된 것은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현실이 아니었나 싶네요.
    • TV는 제 방에 있는데도 영화나 다큐멘터리 아니면 안 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한동안 소설을 너무 안 읽어서 올여름엔 세계 문학 전집에서 상, 하로 나뉘어 있는 


      장편 소설들이나 몇 권 찾아서 읽어볼까 해요. 

    • 어렸을 땐 제가 독서왕인 줄 알았더니, 티브이 채널권 없음과 인터넷 청정 지역(?) 으로 인한 반 강제성 선택이었어요. 책만큼 재미있는 다른 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요즘에 태어났으면 나 어마무시하게 무식했겠네? 싶습니다.

    • 제 친구네는 집에 티비를 없애니까 그제서야 남편과 아이가 책을 읽더랍니다ㅋㅋㅋ
    • 저는 티비없이 4년 째 살고 있는데 이게 일종의 디톡스랑 비슷하더라구요. 가끔 티비가 있는 집에 놀러가서 티비보면 묘하게 역겨워요. 오래 못보겠더라구요.
      티비에서 참아줄 수 있는 건 오직 영화뿐. 것도 중간에 광고가 나와서...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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