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ote Area Medical- 다큐멘터리
어제 넷플릭스를 살피다가 충격적인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제목은 "Remote Area Medical (RAM)" - 오지의 의료, 라는 영화입니다. 여기에서의 오지는 미국입니다. 미국에서는 인구의 약 사분의 일 (25.7%)이 빈곤지대 (poverty area)에서 삽니다. 그 중에서도 산간지역의 소득현황이나 가난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연 소득이 500달러 (50만원)인 가구도 있고, 신발이 귀해서 겨울에만 신는 어린이들도 있습니다. 여름에 신으면 닳아버리기 때문입니다. 제 기억이 옳다면 일곱개의 대표적인 가난지역 (블랙 벨트, 아팔라치안 산맥 등)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많이 잊어버렸네요.
이런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보험이 없습니다. 그리고 보험이 있다해도 자기부담금을 낼 수가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돕기 위해 스탠 브록 (Stan Brock) 이라는 영국인이 RAM을 세웠죠. RAM에서는 무료로 의료를 제공합니다. 이 영화는 딱이 영화적 기교나 반전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만 RAM이 3일간 테네시 주 브리스톨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단 3일간의 서비스를 위해서 사람들은 텐트를 치고 이틀 전부터 기다립니다. 하루에 500명에서 800명의 환자를 볼 수 있는데, 그 숫자 안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은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대단히 복잡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썩은 이를 뽑아주고 안경을 맞춰주고 혹을 잘라내고 매모그램을 합니다. 특히 이를 많이 뽑더군요. 치과가 특히 비싸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상대방의 이를 보면 소득수준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많은 환자들이 틀니를 바랍니다. 그래야 웃을 수 있고, 웃을 수 있어야 웨이트레스로 팁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다른 미국인들로부터도 많이 들었습니다. 초급레벨의 서비스 직장을 잡으려면 웃어야 하는데, 활짝 웃으려면 온전해보이는 이가 필요하다고...
열두살이 될 때까지 안경을 맞추지 못해서 잎사귀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는 청소년. 치아를 자기 손으로 뽑다가 고통을 못이겨 온 환자들. 환자 중에 당뇨가 있기 때문에 주차장에서 더 오래 기다릴 수 없다며 내일 치 번호표를 미리 배급해 달라는 환자들. 자동차가 없어서 내일 다시 올 수 없으니 오늘 치료해줄 수 없느냐고 청원하는 환자들. 지옥도 같이 보이는 곳에서 자원봉사자들은 최대한 침착하게 환자들을 인도합니다. 표를 나눠주는 자원봉사자가 스트레스 많이 받겠더군요. 사람들이 계속 애절하게 호소합니다. 우리가 먼저 왔는데 잠깐 자리를 비웠다. 우리가 더 급하다. 우리는 기다릴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자원봉사하는 의사들, 치기공사들, 안경사들도 대단하더군요. 진료환경도 열악하고 감염의 위험도 있어보였는데...
이 영화는 제게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꽤 좋은 의료보험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의료시스템 (보험이 아니라 시스템이 전반적으로)은 정말 한국의 그것에 비해서 너무나 허술합니다. 돈이 있는 사람에게도 그렇습니다. 제 경험입니다만 한국에 비해 의사들의 질이 들쭉날쭉하고 의료서비스 망이 제대로 관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신 기계 도입도 느리고, 심지어 의료기록 관리도 허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같은 경우 병원을 옮기면서 의료기록 이전을 요구했는데 기록이 잘 통합되지 않더군요. 캔자스 대학 김창환 교수 연구에 따르면 불평등은 저소득층 뿐 아니라 부유층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데 (http://sovidence.tistory.com/681) 저는 정말 이 연구에 동의합니다.
아이엠디비
http://www.imdb.com/title/tt2180503/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remoteareamedicalmovie
뉴스위크 소개
http://www.newsweek.com/remote-area-medical-shows-what-americas-uninsured-go-through-health-care-287507
유튜브 트레일러
https://youtu.be/8CInVKiuWOA
저 미국 일리노이주에 잠깐 살때 단 두식구라 남편이 PPO 보험을 들었어요. 근데 아이가 있는 집들은 HMO 보험을 들었더군요. 보험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죠. PPO는 아무데나 갈 수 있지만 HMO는 지정 병원만 갈 수 있었어요.
일년 명세서를 끊어보니 남편의 지도교수가 1년에 5000불을, 남편이 5000불(대략수치)을 의료보험료로 내는거보고 허걱. 귀국하기직전 임신 9주때 낸 보험비 아까워서 산부인과 검색해 버스타고 찾아가서 초음파를 봤었지요.
소개해주신 영화 차마 볼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봉사자분들 정말 응원합니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나라도 언제까지 현 시스템의 장점이 유지될 수 있을지 가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영리병원 자회사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 움직임도 있고 이러다간 우리도 미국처럼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있죠. 국민들이 먼저 생각하고 반발하고 법 개정 추진 움직임이라던가 법 제정 추진하는 국회의원 보이콧도 하고 해야할텐데 이걸 조직할 이익 집단이 없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기본적인 의료서비스가 보장되지 않으면 생활의 질이 얼마나 나빠지는지 생각하기도 두렵네요. 누군가 뼈있는 농담으로 헝거게임이 미국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게 실감나요.
헝거게임이 미국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보는 축에는 두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디스트릭 13이 아팔래치안 지역이라고 보는 부류이고, 또 하나는 프레지던트 스노우가 오바마라고 보는 리퍼블리칸 학생의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