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님과의 로맨스

저는 괴도였어요. <천사소녀네티> 같은 밤에 활동하는 괴도 말이죠. 원래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아는 동생이 괴도로 사는 법을 알려줬어요. 순간이동을 하는 법이나, 물건을 훔치는 법, 언론에 정보를 흘리고 깔깔대며 배를 잡는 법, 권위있는 작자들이나 그들의 개를 자처하는 이들을 위트있게 놀려주는 법 등을 속성으로 배웠어요.

영국 근대물처럼 여왕이 통치하는 시대에서 살고 있었는데, 잘난 여왕이 마음에 안들어서 그녀를 약올리면서 괴도활동을 했죠. 쫓아오지 않을 수 없게끔 나 잡아봐라~ 하고 어그로를 끈 다음 순간이동을 빠르게 거듭해서 제가 사는 곳이 어디인지 못 따라오게 만들었어요. 여왕의 하수인들.... 군부의 전투기들이 저를 쫓아왔지만 저는 언제나, 겨우겨우 그들을 따돌려버렸죠.

그러던 어느날이었어요. 평소처럼 괴도활동을 한뒤 건물의 모퉁이를 돌면서 소매치기처럼 급하게 뛰어나오는데 어떤 남자에게 잡힌 거에요. 여왕의 측근이었죠. 귀족이자 군부의 상층부이기도 했죠. 그는 제 뒷덜미를 덥썩 쥐고서는 말했어요. "요놈 잡았다. 어딜 도망가시려고?" 저는 놀라서 갑자기 귀신을 본 사람처럼 흡 하고 숨을 들이켰어요. 안돼요. 들키면 안돼요. 괴도의 얼굴이, 정체가 알려지고 말테니까요. 어느새 주변이 밝아오고 있었어요. 수많은 야간등이 초점을 맞추듯 근처를 비추다가 점점 저에게 향하고 있었죠. 저는 군인들이 저를 보지 못하게 고개를 푹 숙였어요.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어요. "제발 한번만 놔주세요... 플리즈..."

의외로 남자는 당황하는 거 같이 눈빛이 흔들리더니 목덜미를 쥔 손의 힘을 뺐어요. 그 틈을 타 순간이동을 해서 도망쳤어요. 은신처에 도착한뒤 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죠. 그때부터였어요. 그 남자와 인연이 되어 여왕을 직접 만나게 된 것이... 남자는 여왕의 편이었지만, 제가 잡혔던 사건 이후로 저에게 어떤 동정심을 느껴 여왕과 우리 사이의 앙금을 풀어주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어요. 저는... 여왕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점 그녀에게 빠져버렸어요. 사랑을 하게 된거죠. 우리는 같이 놀면서 시간을 보냈는데요. 카페에 들어가 그랜드피아노 두대를 놓고 서로 경쟁을 하며 놀았어요. 피아노를 치면서 서로의 마음을 화답하듯이 악기로 노래했어요. 현대배경이었으면 2인용 게임을 하거나 온라인게임을 하며 놀았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따따따딴, 치면서 즐거웠던 거 같아요. 가끔씩 피아노에서 고개를 빼곡 내밀어 연인의 얼굴을 확인해주고 말이죠.

여왕은 오랜 궁정생활로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소녀였는데 그래서 말을 나누기가 조심스럽고, 때로는 다투기도 했지만 매력적인 사람이었죠.

저는 여왕에게 괴도로 사는 길을 안내했어요. "지루하니까 함께하지 않을래?"

그러니까 괴도는 세명이 된 셈이었죠. 한명만 있어도 도시가 들썩이는 게 괴도인데, 세명이나 있었으니 시선이 집중되었죠. 셀레브리티인 여왕이 합류했으니 이목을 끌어도 너무 끄는 거였죠. 우리가 괴도활동을 하지 않고 조용히 셋이 놀려고 해도 언론의 카메라가 쫓아왔어요. 세계 어디를 가도. "이러단 안되겠어." 여왕이 짜증을 내며 말했어요. "못놀겠잖아."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자." 제가 제안했어요.

그래서 북극에 있는 한 섬으로 갔어요. 얼음이 얼어서 거대한 벽이 세워져 있었어요. 그곳에서 티파티를 했어요. 애프터눈티를 먹으며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죠.

    • 어제 액션영화 주인공이 되는 꿈을 꾸었는데 이렇게 글로 못 쓰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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