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의 <외딴방>이 뭐라고 말이죠.
아마 한동안은, 앞으로도 계속 <외딴방>을 좋아할 것 같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책의 항목에선 빼지 못할 것 같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문학을 꿈꾸면서 처음 소설이 재밌구나, 알게 해줬던 건
은희경의 <새의 선물>과
이외수의 <들개>를 읽고 나서였고
마음 속에서 따로 자릴 만들어
여기 꼭 있으세요, 당신은 무얼해도 밉지 않습니다. 오래 글 써주세요. 책만 내주시면 낙서라해도 사겠습니다.
반쯤은 맹목적으로 사모하는 작가는 따로 계시지만.
(아직 제 맘에서 수준에 닿지 않는 글은 한번도 내지 않고 언제나 늘, 반할 글만 내는! 작가십니다.ㅎㅎㅎ 제겐 그래요.)
신경숙의 <외딴방>은
깊은 슬픔, 같은 비슷한 시기의 장편과도, 그 후 시기, 장편, 단편과도 다른, 그런 특별한 자리인 것 같애요.
표절 이후 실망과 좌절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외딴방, 이라는 작품, 글이 주는 무게가 덜어지진 않아요.
다시 펼쳐보는 횟수야 줄겠지만.
공교롭게도 이응준 작가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작가가 첫 소설,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이라는 첫 장편을 재출간하면서, 작가의 말에서
문학이 자신에겐 종교와도 같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재출간을 기념하는 독자와의 만남에서,
작가에게 독자라는 존재는,
"오도 가도 못하는 절망이 있을 때, 그 분들이 내 정신적 처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말을 하면 굉장히 신기하고 용기가 많이 됐다.
나는 내 독자들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감사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라는 말씀도 하셨죠.
<외딴방>이나 신경숙의 (표절 논란이 없는, 아직까지는) 단편, 장편들의 문학적 성취나,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저는 이응준 작가의 말을 되짚으면 그런 거 같애요.
어찌보면 문학에 대한 애착.
독자들은 그래도 작가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있잖아요.
그들의 노력, 창작을 위한 고뇌를 바라보는 마음,
그리고 동경도 있고요.
세상의 숱한 책들, 작가들의 더미 속에서 발견한 책, 작품에 대한 애착이 있는데.
이제 신경숙, 외딴방을 쉽게 말하지 못할 것 같아서.
가만히. 혼자. 마음이 쓰라렸습니다.
씨네21의 이다혜 기자가.
홈페이지 소설리스트(김중혁, 김연수 작가 등과 함께 하는)에서,
"나를 막막하게 만들었던 소설" 로.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를 선정하면서
<'나를 가장 막막하게 만들’었던’ 소설이라기보다, ‘최근’ 나를 가장 막막하게 만든 소설이다.
‘그 일’이 있기 불과 일주일 쯤 전에 일 때문에 <풍금이 있던 자리>를 읽었다.
이 책에 대해 이야기했고, 신경숙 작가의 작품에 대해 좋아하는 점과 싫어하는 점에 대해 아무런 장애 없이 이곳과 저곳에서 수다를 떨었다.
아마도 다시는, 신경숙 작가와 그녀의 소설에 대해 그날처럼은 대화하지 못할 것이다. 그 사실이 나를 막막하게 만들었다.>
딱 제 맘이 그래요. 어떤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주저되거나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는데 말이죠....
잡담입니다... 여름밤날씨가 제법 선선하네요. 듀게분들도, 청량한 밤.... 보내세요....
저는 격렬한 사랑 얘기를 좋아해서 <깊은 슬픔>을 참 좋아했죠.
몹시 짧은 여름 노래 한 곡 ^^
The Beach Boys - And Your Dream Comes True
중2때 이외수의 들개를 읽은것 같은데,, 이젠 기억이 잘 나질 않네요.
읽고 싶어도 읽을책이 별로 없던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읽고 싶으면 얼마든지 읽을수있는 상황임에도 간절하게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듭니다,
꿈이 사라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세상이 생각보다 순수하지 않다는걸 깨달아서인지.
이레와율님의 글과 이다혜 기자의 글에 깊이 공감합니다. 제게도 외딴방은 그냥 던져버릴 수만은 없는 작품으로 남아 있어요. 어린 시절 제 맘 속에 큰 파장을 줬었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그녀의 글을 찾아 읽었죠(범대중적인 인기를 끈 엄마를 부탁해가 이상하게 저의 정서와는 안 맞더군요. 그 이후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같아요). 그래서 저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을 아무런 장애 없이 얘기하는 것도 축복이구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가 언제까지 독자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남아 있길 바라는 게 어찌보면 독자의 월권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그런 맘이 없다면 그 작가를 애정하는 맘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