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홈리스를 대하는 한국인과 미국인의 차이

뉴욕에 3주 동안 있었어요. 3주 동안 뉴욕에서 느낀 것과 30년 이상을 거주한 한국에서 느낀 것을 비교하는 것이 물론 무리일 순 있지만,

뉴욕에서 미국인들이 노숙자를 대하는 태도에 다소 놀라움이 느껴졌다라는 것 자체가 일단 한국과는 비교가 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 뉴욕시립도서관에 갔었는데, 쾌적하고 깨끗한 도서관 안에 홈리스가 구질구질한 옷을 입고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했고,

  그 어느 누구도 인상을 쓰거나, 제지 또는 퇴출시키지 않았어요.

  심지어 이런 도서관은 홈리스들이 시간을 떼우려고 들어오기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일반 시민과 홈리스들이 그냥 함께 있었어요.


* 뉴욕지하철에서 20대 정도 돼보이는 남성이 울상을 짓고 돈 좀만 달라고 자유롭게 자기 표현을 했고, 한 여성이 지갑을 꺼내더니 10달러였나 20달러였나를 주더라구요.


* 심지어 노숙인도 좀 당당해보였어요. 내가 노력을 안 한 게 아니야라는 듯 한 느낌이랄까, 자기를 도와달라고 표현했고,

  구걸할 때 죄를 지은 듯이 고개를 숙이거나 그런 모습은 아니었어요.


* 뉴욕 지하철은 기한제 무제한 패스가 있는데, 가끔 그래서 지하철을 이용하고 나오는 사람에게 잠깐 한 번만 찍게 빌려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어차피 소지자에게는 요금이 과금되는 게 아니거든요. 이 경우는 노숙인이 아니어도 돈이 부족한 학생들도 꽤 많이 이러더라고요.

  그리고 그걸 되게 미안해하지도 않고, 빌려주는 걸 그리 못마땅해하지도 않는 분위기더라고요.


정리하자면, 노숙인을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의 전반적인 태도는 아래 느낌이에요.


한국: 실패한 인생, 일할 의지가 없음, 그들의 존재를 모르고 살고 싶음, 지나치고 싶음, 더러움,

나 살기 바빠 죽겠음, 심지어 사기꾼일 수도 있음, 돈을 주려는 동행인에게 주지 말라고 말림.

껌 하나 팔아달라고 다가오는 사람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정중히 얘기하면 간단히 보내버릴 수 있음.


미국: 똑같이 누리고 살게 내버려두자, 최소한 인상을 찌푸리진 말자. 먹고살자는데 도와주자.


* 얼마 전에, 홈리스들을 위해 스스로 집을 짓고 채소를 재배한다던 미국의 9세 소녀 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죠.

http://news.nate.com/view/20150605n22715

저 소녀는 한국 퀴어퍼레이드 및 미국 동성결혼합법화의 모토였던 'Love Wins' 를 들고 있네요.


* 미국이었는지 어디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집에서 먹고 남은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음식을 길거리에 있는 냉장고에 넣어두고,

노숙인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을 다룬 얼마전 뉴스가 기억나요.


저는 그 지하철에 있던 여성처럼 노숙인에게 10달러 이상을 주지는 못 할 것 같아요.

그래도 그냥 지갑 안에 거추장스럽게 있는 동전 몇 백원 정도는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껌을 팔아달라는 사람에게 500원을 주고 껌은 안 받는 것 정도도 어렵지 않고요.


물론 앞에선 허름한데 뒤에선 남부럽지 않은 사기꾼도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일부의 경우로 인해 진짜 어려운 사람까지 의심의 대상이 되는 건 조금 안타깝기도 하네요.


저보다 오랜 기간 미국 또는 기타 다른 국가에 살았거나 하는 분들은, 그 나라의 노숙자에 대한 태도가 어떠한지 궁금해져요.

    • 영화에서 묘사된게 그대로군요. 헐리웃 영화나 미드 보면서 저 사람들은 노숙자를 차별하지 않고 스스럼 없이 대하네…에이, 영화니까 그렇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군요@_@

    • 도서관 이용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한국에서도 단순히 노숙인이라는 이유로 도서관에서 노숙자를 내쫒지는 않고 그럴 권리도 없습니다. 문제는 이분들이 가만히 책만 보고 가시는 게 아니라 다른 이용자에게 피해가 가서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거죠. 대표적인 게 악취,음주,소란등이고 직원이 문제점을 지적하면 오히려 대드는 경우가 많아서 공공도서관 직원들이 정말 골머리 앓습니다. 


      한국 노숙자,일본 노숙자,미국 노숙자 그외 전 세계의 노숙자들 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미국이라고 노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다르진 않을 거에요. 다만 그쪽은 자본주의 본진이고 노숙인이라는 사회적 현상의 역사도 우리보다 훨씬 오래되었다보니, 일반인이나 노숙자나 서로 대하는데 마찰을 줄이는 쪽으로 발전해온 노하우가 있겠죠. 

    • 갸들은 원래 자기 의견 말할때 당당하게 어필하니깐 홈리스들도 그렇겠죠. 아마도 그들의 표현이 "니가 나한테 일달러 주면 도움이 될것 같아" 라고 얘기하는게 '보통'이라면 이와 동일한 맥락을 담고 있는 문장은 "천원만 주시면 감사하겄슴다" 랄까. 뉴욕사람들도(미국아님 뉴역한정 ㅎㅎ) 속으로는 번거로워하고 안됐다 생각하고 암튼 사람생각하는거 결국 다 거의 비슷하지만 겉으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훈련이 잘 되어있다 생각해요. 10불 주신 분은 놀랍네요. 그들도 지갑 여간해서는 잘 안던걸요 ㅋㅋ
    • 미국의 전반적인 풍토는 모르겠으나, 증오 범죄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거 같던데요?

    • 개개인의 경험이 천차만별이겠지만 뉴욕 생활하면서 딱히 뉴욕 사람들의 홈리스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라는 인상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또 뉴욕에서 홈리스가 인정해야할 현실로 받아들여진다면 역으로 보면 그만큼 빈부격차 문제가 심각하단 얘기도 되는 거죠.

    • 중국에서 접한 거지들도 대부분 매우 당당하고 거리낌이 없더군요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와는 별개로 그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주변의 시선에 대한 태도에선 아무래도 한국이 독보적으로 눈치보기가 발달해 있기는 할듯
    • 뉴욕사람들은 그냥 무뎌진거죠. 괜히 피하거나 언짢은 기분을 드러냈다간 어떻게 반응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차분히 무심한듯 행동하는게 최선입니다. 적어도 제가 뉴욕에서 10+n 년이상 산 경험으론 그래요. 작년말인지 올해초쯤 읽은 기사에서 뉴욕의 홈리스가 사상 최고치라고 하던데 제 체감치로도 그래요. 정말 많아졌어요.
      • 무뎌진게 맞다고 생각해요. 괜히 반응하면 해코지 당할 수도 있거든요. 홈리스는 샌프란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여기는 또 날씨가 좋아서 (뉴욕은 겨울에 길거리에 나가면 얼어죽을테니까) 밖에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다운타운에 그 오줌냄새란.

        • 샌프란 홈리스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보고, 겨울이면 춥고 여름이면 덥고 습함을 견디느라 피곤한 뉴욕 홈리스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엄청날것 같다는 생각이;
    • 임대주택 단지가 옆에 들어선다는 소식에 반대 현수막, 농성 ! ........... 도 하는데요. ㅠㅠ,,


      (반대를 하는 게 보기 흉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단지의 아파트 평균가격이 떨어진다는 게 .. 또 문제.)

    • 뉴욕은 그런지 모르겠는데, 위스칸신에 몇 년째 살고 있는 저로서는 공감하기가 꽤 힘들군요. 제가 알기론 그냥 케바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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