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킹스맨을 매우 늦게 보았습니다
- 우산 들고 양복 입은 영국 신사 스파이... 라고 하니 당연히 '어벤져'가 떠오르긴 하지만 킹스맨의 양복 아저씨랑 어벤져의 양복 아저씨가 그렇게 닮은 것 같진 않더라구요. 뭐 일단 영화 성격이 무척이나 다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죠.
- 감독 참 일관성 있네요. 제가 본 매튜 본 영화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힛걸 킥애스, 그리고 이 영화 셋 뿐인데요. 우째 셋 다 한 줄로 요약하면 '영웅의 탄생'. 그리고 주인공보단 싸부님이나 악역이 훨씬 멋지게 부각되어서 다 보고 나면 정작 주인공은 흐릿해진다는 공통점도 있구요. 젊은 남자애들 환타지 전문 감독이구나... 라고 생각하려고 하다가 이 부분 때문에 걸립니다. 늘 주인공보다 남이, 그것도 나이 많은 아저씨나 어린 여자애가 더 멋있으니 젊은 남자 환타지라고 하긴 이상하잖아요. 젊은 남자 환타지를 세일즈 포인트로 깔고 실은 중년 남성 환타지를 실현 중이시라든가... ㅋㅋ
- 그리고 전 참 일관되게 이 감독이랑은 취향이 안 맞는다 싶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취향이 맞으려다 말아요. ㅋ B급 분위기도 좋아하고 막 나가는 것도 좋아하는데. 일단 엑스맨은 아무래도 워낙 대자본 영화, 대형 프랜차이즈이다 보니 감독이 좀 절제를 한 것 같아서 예외로 두고. 비교적 폭주하는 느낌의 나머지 두 영화는 뭔가... 킥킥대며 웃으라는 건지 진지하게 보라는 건지 상당히 헷갈리는 영화들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불균질성이 매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원래는 그런 영화 좋아합니다만) 이상하게 늘 보고 나서 좀 찝찝하고 별로더라구요. 아마도 두 영화의 싸부님들을 너무 진지하게 그린 후에 너무 처참하게 해치워 버려서 두 분 사후로 웃을 생각이 사라져 버렸다는 게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_-;;
암튼 그래서 이 감독 영화는 늘 처음엔 재밌게 보다가 막판에 좀 애매하고 껄쩍지근한 기분을 남기며 끝내게 됩니다. 아예 취향에 안 맞아 버리면 그냥 안 보겠는데 늘 취향에 맞다가 마는 게 참;
- 킹스맨의 경우엔 가장 아쉬웠던 점이 마지막 액션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액션들이 대부분 괜찮았는데 마지막 악당 본거지에서의 액션은 그냥 슬랩스틱 코미디 같았어요. 수십명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총을 쏘는데 무슨 설정이, 연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걍 복도따라 뛰면서 우다다다다다 탕! 우다다다다다 탕! 우다다다다 탕탕탕!!! 우악우악우우우악!!!! 가뜩이나 주인공이 콜린 퍼스보다 폼도 안 나는데(...) 액션 구성까지 무성의한 느낌이라 흥이 팍 죽더라구요. 게다가 웃기는 것도 멋진 것도 죄다 수트빨 콜린 아저씨가 다 하다가 급사해버리고 난 후에 나오는 액션이라 주인공 교체 아닌 주인공 교체 같은 느낌도 들었구요. 흠. 하긴 뭐 이건 킥애스도 마찬가지였군요;
한 가지 더 아쉬움을 들자면 킹스맨 훈련 장면 역시.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영화이고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액션 히어로를 만들어내는 교육 과정인데 그것보단 훨씬 말도 안 되는 훈련들을 넣어서 막가는 재미를 줬음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맨 처음과 맨 끝만 맘에 들었어요. 물에 빠뜨리는 거랑 개 쏘라는 거. 특히 개 쏘라는 미션은 나중에 콜린 퍼스가 그 개를 박제해 놓았다는 게 밝혀지는 장면에서 쌩뚱맞은 웃음을 줘서 좋았습니다. 아니 데리고 가서 잘 키운 건 훈훈하고 좋은데 왜 갸를 박제를 해. 이 변태 영국 아저씨야. ㅠㅜ
- 그래도 콜린 퍼스의 수트빨은 듣던대로 훌륭했고 초중반까지 전개는 재밌었구요. 마무리도 투덜거려 놓긴 했지만... 현직 미국 대통령 머리가 폭죽처럼 빵빵 터지는 하일라이트가 나오는 영화란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총알 탄 사나이'에서 대충 비슷하게 각국 정상들 바보 만드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긴 한데) 전체적으론 재밌게 봤습니다. 다만 킥애스의 경우를 봐도 그렇고 2편은 전혀 기대가...
- 위에서 이미 한 얘기의 반복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주인공의 존재감이 너무 약했어요. 콜린 퍼스, 사무엘 L 잭슨 & 비서. 이 셋은 참 존재감도 강하고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었는데 주인공 놈은 너무 평이해서... 마지막 장면의 콜린 퍼스 흉내를 봐도 별 대견하다, 뿌듯하다 그런 느낌은 안 들고 어설프단 생각만. orz
사족 1. 삼성이 세계를 지배하고 킹스맨도 지배하고 뭐 그런 상황이더군요. ㅋㅋㅋ 뜻밖의 빡센 협찬이었네요.
사족 2. 우리의 루크 스카이워커 아저씨는 진정한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임이 분명합니다. 항상 영화 다 보고 난 후에 정보 찾아보다 발견하고는 '아!? 걔가??' 라고 외치게 되는;; 그래도 성우로도 잘 나가고 영화도 비중은 적어도 이것저것 많이 하는 와중에 스타워즈에도 또 출연하신다니 저보단 훨씬 잘 살고 계신 거겠죠. ㅋ
극장에서 보고 어제 블루레이로 다시 봤는데 역시나 주인공만 에러;;
슈트빨이 중요한 영화 아니었던가요 근데 그 어린 놈은 슈트빨이 전혀;;;
뭐 그래도 콜린 퍼스의 교회 난동 장면 하나만으로도 제게는 소장가치 충분한 영화였네요ㅋㅋ
스웨덴에서 별 말이 없었으려나요
Mk-2/ 감독이 의도적으로 수트빨이 덜 받는 배우를 고른 게 아닌가 싶긴 한데. 그래봤자 저보단 훨씬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었나 싶어서 아쉽더라구요. 어차피 우울한 청춘이 인생 거듭나고 환골탈태하는 이야긴데 수트빨 좀 세워주지... ㅋㅋㅋ
김전일/ 백악관 측에서도 별 말이 없었으니 스웨덴도... 허허.
주인공에게만 마음이 갔던 사람으로서 댓글을 달아봅니다...저는 매튜 본 스타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주인공 얼굴이 진정하게 느껴졌어요. 에그시는 안경과 양복이 없는 편이 훨씬 귀여워서 영화 마지막에야 킹스맨으로 활약하는 구성이 다행으로 여겨졌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