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재밌습니다.



광고하는 거랑 정서가 판이하게 다르네요.

블랙코미디이긴 하지만 대놓고 웃기면서 상황의 심각함을 대놓고 웃음으로 바꾸는 것 보다는 

상황의 심각함과 칙칙함을 유지하면서 보여주는 방식은 가벼운 쪽에 가깝습니다.

십수년 전에 유행했던 코믹 잔혹극 류이긴 한데 막 대책없이 난장이 벌어지고 그러지는 않아요.


주인공 캐릭터가 살인을 하게 되는 과정에 대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할당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의 선택에 대해서 충분히 끄덕하게 되는 찝찝함이 있었습니다.

나름의 행복을 찾지만 상당히 파국적인 선택이니깐요. 


감독의 의도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면에 대한 지적인 듯 하고 리뷰글도 상당부분 거기에 초점을 두는 거 같던데
그거 보다는 병맛인 캐릭터에 더 주목하게 되더군요.
애가 성실하고 착하고 순수한 건 맞는데 사고의 유연성이 너무 부족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것 같고요.
뭔가 시키는 대로만 상황이 주어지는 대로만 열심히 달리지 개인의 욕망이라는 게 보이지 않았어요.
공장이냐 엘리트냐를 극단적으로 선택하는 것, 십수년이나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수발하는 것에 대해서
영화에서 나타나는 건 '그냥 애 성격이 그러니까' 정도인 것 같은데
그 정도의 인물이 현실에 있다면 좀 더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을 것 같고
그걸 보여줬으면 그 인물에 좀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극에서 나온 정도로는 그냥 이상한 애가 딱한 상황에 빠져서 점점 꼬이는 정도로만 보였거든요.
인물이 좀 달랐다면 같은 상황이었더라도 자신을 위해 좀 나은 해결책을 생각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암튼 잘 만든 영화였어요.
몇 년 일찍, 좀 더 잘나가는 조연 한 둘이 끼어 있었다면 이정현의 화려한 스크린 복귀작이 될 수 있었겠다 싶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연 캐릭터들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죠.
특히 삼류 심리상담사이면서 위선적인 통장으로 나오는 서영화라는 배우는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필모를 보니까 엄청 많이 영화 출연하셨더구만요.
'살인의 추억'의 유일한 생존자로 영화데뷔하셨다고요.
그리고 명계남 아저씨의 은퇴하고 몰락한 뒤 독선만 남은 늙은 독신 남성 캐릭터는 정말 리얼했습니다.
이런 아저씨 진짜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어요.


    • 아이같이 울던 수남의 작은 어깨를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 인상깊게 봤어요.

    • 좋은 영화였어요. 한국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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