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는 가축을 잡아먹는 행위에 대해
동네 친구들과 회합이 있어 조금 늦게 글을 올립니다.
내일 출근할 일을 생각하지 막막하군요.
술이 조금 된 상태로 글을 씁니다.
최근 듀게를 보면서 어떤 극단적인 상황이나 예시를 드는 것이
대개 제가 경험한 것들이라 조금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밑의 글에 제가 기르던 개를 잡아먹는 동네에서 자랐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정서적인 이해가 불가하다는 리플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 리플에 대해 적극 공감합니다.
나를 한 없이 따르는 교감체를 도살하여 먹는 행위가 참 답도 안나오지요.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지시(?)로 흑염소를 키운 적이 있습니다.
한 마리를 키웠는데요, 아주 새끼때부터 키웠습니다.
방과 후 흑염소를 데리고 이 산 저 산을 다니며 꼴을 먹였습니다.
그래서 흑염소가 좋아하는 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흑염소라는 것이 참 말을 안듣습니다.
길도 잘 안들여집니다. 힘도 어찌나 센지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한 적이 수도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제가 풀을 뜯여먹여 키웠는데도 말이죠.
어느 날 학교를 다녀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까만 비닐 팩이 야채칸에 수북히 담겨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제가 기르던 흑염소란 것을 알았습니다.
소위 소주를 내리다라고 하지요. 참이슬같은 소주가 아니라.... 그냥 소주라고 합니다.
방과 후에 매일같이 이 산 저 들로 다니며 쏘다니던 흑염소가 냉장고 안에 팩이 되어있습니다.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가 읍내 개소주집에서 내린 것이 분명합니다.
딱 거기까지입니다.
어느 분이 시골의 정서가 사람은 사람, 가축은 가축으로 귀결된다고 하였는데
요점을 잘 잡아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경험까지했지만 정리하지 못했던 일련의 행위에 대해 어찌 그리 한 줄로 정리해주셨는지 감탄했습니다.
그 비닐팩에 담겨진 약재는 방과후에 저도 마셨습니다. 부모님의 지시가 아니라 그냥 제가 훔쳐먹었습니다.
그냥 그런겁니다.
토끼도 키우고 닭도 키우고 개도 키우고 염소도 키웁니다.
어느 날 잡아서 먹습니다.
다만 개는 조금 다르지요. 학교를 다녀오면 목에 걸린 끈이 끊어질새라 제게 반갑다고 달려듭니다.
쥐도 잡아먹고 식구가 남긴 밥을 함께 나눠먹은 그 입으로 제 얼굴을 핥습니다.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키우다가 죽은 강아지가 수십마리입니다.
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장염이 걸리면 거의 죽는다고 봤습니다.
약이건 뭐건 안듣습니다. 강아지는 얼마나 예쁜지요. 특히 똥개는 참 그렇습니다.
품종 좋은 개를 많이 키워봤지만 똥개 강아지만큼 우심실을 녹여버리는 종(?)은 드뭅니다.
궁둥이를 씰룩거리며 미친듯이 안겨붙습니다. 안좋은 일이 있으면 그 개랑 이야기도 나눕니다.
특정한 팝송을 들려주면 참 좋아도 합니다.
개도 음악을 듣지요. 좋아하는 음악도 있고요.
그 개는 자라서 성견이 되고 고기가 되고 그렇습니다.
개가 자라서 고기가 되는 순간부터는 그냥 고기입니다.
어느 지점에서 정서적 유대가 끊겨나가 맛 좋은 고기로 탈바꿈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개가 죽는 순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개가 죽는 순간, 토치로 형체를 없앱니다. 특이한 골격이 아닌 이상 그냥 옆집 개, 우리집 개입니다.
아. 그런건 있습니다.
제 손으로 잡은 고기는 못 먹습니다.
키우던 개나 염소나 등등이라도, 남이 잡은건 먹겠는데,
남이 키우던 모를 가축도 제가 잡은 것은 입에도 대기 싫은 지점은 있습니다.
자기 집 개는 그 집 주인이 잘 안잡습니다.
제가 고기를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잡은 돼지는 입에도 안댑니다.
그리고 도살한 다음날 아침은 온 몸이 두드려 맞은 듯이 아픕니다.
무의식 레벨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겠지요.
해명이자 변명이고 사실의 적시 이상의 글이 아닙니다.
술이 조금 되었나봅니다.
최근 듀게의 글을 읽으면서 조금 생각한 점이 있습니다.
개를 줄여야겠다고요.
개 뿐 아니라 이외의 고기도 좀 줄여야겠다고요.
듀게의 개고기 반대하시는 분들의 논리에 설득당해서가 아니라
그저 제 내부의 문제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생각해온 문제이기도 합니다.
날 선 글들이 많은 이 게시판에서 이렇게 취기로 써내려간 글이
얼마나 헛점과 약점이 많을지 알고 있습니다만,,
있습니다만,,
그냥 취소 안하고 올립니다.
저는 1년에 개고리를 100그릇 이상을 훌쩍 넘게 비우지만
개고기에 대해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습니다.
시대정신을 믿습니다. 시간이 흘러 정리되는 쪽이 마땅한 쪽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나름 공감이 가네요.
악플은 무시하시기 바랍니다.
키우는 동물을 잡는 행위에 대해 그렇게 반대하시는 분들은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 를 좀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도 키우는 닭은 잡아먹어도 키우는 개는 못잡겠더군요. 그래도 비난은 못합니다.
저는 타인이 개고기를 먹거나 말거나 상관안하지만(저는 안먹지만요)
개고기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하셨다니 고맙습니다. 뭐 다시 100그릇에서 200그릇 드신다하더라도 그냥 생각만 했다는 것으로 그저 고맙습니다.
저의 반응은 그게 개든 소든 닭이든 마찬가지일겁니다.
아차차 그런데 제 시아주버님이 사료회사에 다닌다는 생각이 퍼뜩 드네요. 제가 고마와하는 아주버님인데 흠
그런데 일년에 백그릇 훌쩍 넘게면 사흘에 한번은 드신다는 말씀이신데 안 질리시나요?;;
어제 올려주신 글도 잘 읽었구요. 끝부분에서 개고기에 찬성도 반대도 안한다는 말씀에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심히 공감이 되는데요. 양비론도 아니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도 아니고.. 기어 중립에 넣고 자기성찰하는 뭐 그런 느낌이 납니다. 종종 글 올려주세요.
+1
저도 이 글을 보고 잡식인간의 원죄 이런 걸 떠올렸어요. 무얼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에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키우던 가축을 먹은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만 앞으로라도 내 가축이 고기가 되는 일이 있다면 감사히 여기며 알뜰하게 남김 없이 먹어야겠단 생각도 들었고요.
논리적으로는 풀지도 못하겠고, 사실 입장이랄것도 없어서 끼어들지 않고 있었는데, 관련글, 댓글 다 읽어보고 있었거든요. 지금까지 읽은 글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네요. 개고기를 한번도 먹어본 적 없고, 앞으로도 먹을 생각은 없습니다만, 저역시 개고기 취식에는 반대도 찬성도 아닙니다. 다만 육류 섭취를 줄이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정도로 방향이 잡힙니다.
남이 키우고 잡아 다 손질해준 고기만 먹는 입장에서 여러가지 생각과 반성을 하게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개념을 혼동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키우던 가축을 먹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과 가축의 경계를 분명하게 구분하기 때문입니다. 가축은 애초에 사람의 단백질 섭취를 목적으로 키우는거지, 사람하고 친구 먹고 사이좋게 지내려고 키우는게 아닙니다. 내가 키우던거든 아니든 가축에 대한 도축은 식량의 개념인거고, 인간이 인간을 실험하는 유희에 가까운 학대 행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겁니다. 흔히 가축을 직접 도축해먹던 시대에 사람에 대한 잔혹 범죄가 지금보다 더 빈번하게 일어났나요?
저도 글쓴님 마음에 공감이 되네요.. 개고기는 되도록 안 먹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육식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생각의 연장선상일 뿐입니다.
개는 안되고 송아지, 돼지, 토끼, 말, 계란, 고등어, 참치, 게, 새우는 된다는 기준은 누가 정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모두들 필요한 만큼만 먹고 최대한 스스로 길러서 먹고 지구에 피해를 최소화하며 살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