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자존감을 갖는 방법을 좀 공유해보고 싶습니다.
강한 자존감을 가지라는 말들만 신나게 떠들었지 그 ‘방법’을 말해주는 곳이 너무 없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하여 나름 관련 전공을 살려, 또 여러 내담자분들을 만나뵀던 경험을 기반으로 몇 가지 요령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자존감을 가져라,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 그 말의 청자에게 요구하는 어떤 삶의 태도 자체엔 동의를 해요. 하지만 저 문장은 조금도 실천적이질 못합니다. 일단 ‘나’는 내 구질구질함의 끝과 내 악함의 끝, 내 이율배반의 끄트머리까지 다 아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설령 그런 민망한 내 모습들을 대충 얼버무린다 쳐도 ‘나’는 그냥 물과 공기같은 존재에요. 그냥 당연히 있는 존재인 겁니다. 그걸 굳이 존중하고 사랑하고 하기란 좀 민망스러운 일일지도 몰라요.
그렇기에, 자존감은 ‘행동’에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나 자신을 아껴주는 ‘태도’, 나 자신을 존중하는 ‘감정’, 그런 거 말고요. 나 자신을 소중히 하기 위한 실천들, 이를테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싫어도 운동과 공부를 시키고,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외모를 관리하고, 수면 시간을 버리는 시간 취급하지 않는 등의 것들 말이죠. 공부해보니, 심리학에서는 이를 reparenting이라고 부르더군요. 우리말로 ‘재부모화’정도로 번역되는 이 말은 내가 나 자신의 어진 부모가 되는 것을 의미하며 완벽하지 않은 부모 밑에서 느꼈던 결핍과 억압을 해소하는 기능도 해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을 굳이 꼽자면, 실천도 실천이지만 마음가짐도 있어야지 않겠냐고 항변해온다면 그건 ‘자존감’보다는 이른바 ‘나 자신을 Vvip로 모시는 태도’일 겁니다. 서비스업 계셔보신 분들은 압니다. 어려운 직장 상사 모셔보신 분들도 알고요. 예뻐서, 좋아서, 존경스러워서 잘 대해주는 거 아녜요. 그저 Vvip라, 상사라, 기분을 살피고, 무례한 소리 안 하고, 추한 짓 해도 모른척해주고 그러는거죠. 그걸 ‘나’한테 해주자 이겁니다. 기분 안 좋을 땐 ‘어떻게 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까’를 스스로에게 물어주시고, 부끄러운 모습도 못 본 척 해줄 수 있어야합니다. 그런다고 뻔뻔한 사람, 절대로 되지 않습니다. 이 혹독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자기기만과 자기합리화는 반드시 필요하단 사실 역시 기억해주세요. 오직 나한테만 가혹한 평가의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특히 혹독한 기대치를 요구하는 환경 하에 성장하신 분들이라면 이 훈련은 더욱 필요합니다.
덧붙여, 자존감 고양과 저하는 ‘주위’의 영향이 결정적임을 인지해야합니다. 물론 주위의 그 어떠한 평가와 조롱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자존을 가질 수 있다면 최상이죠. 하지만 못 그런다고 해서, 그러니까 끊임없이 ‘나’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은 소감을 이야기하는 주위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자아존중감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란 얘기. 나 자신을 혹독한 주위에 맞설 수 있는 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으로 가꾸려는 노력 만큼이나, 주위 자체를 손 보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특히 저는 ‘농담’이라며 내 외모나 나의 부끄러운 면면을 계속해서 들추는 ‘친구’들은 경계할 것을 제안하고 싶어요. 그들은 날 작정하고 공격하는 이들보다 독성이 더 강합니다. 자존감 낮은 것마저 자기비하의 근거로 삼는 건 좀 너무하잖습니까. 남 탓 할 건 해야 합니다. 솔직한 스타일이라며, 원래 독설가라며, 돌직구 화법을 구사한다며 뇌에서 떠도는 말이 입으로 튀어나오기까지의 과정이 지나치게 간소화돼있으신 분들은 경계하자고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 말이 나한테 좋은 말 해주는 사람들의 말보다 진실처럼 보이는 거야말로 착각이라는 사실도, 함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얼마전엔 애완견을 성형시키는 견주들이 논란이더니 오늘 아침엔 한국 아동들의 불행지수를 다룬 기사가 새삼 화제더군요. 전에 남긴 글에도 언급했지만 자존을 참 지키기가 어려운 나라입니다. 뭐 이런 사회에 태어난 환경이야 팔자려니 해도, 노력은 필요하겠죠. 나는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의 합이 아니란 사실을, 아무리 소중해도 나 아닌 다른 모든 이들은 조연이란 사실을, 종종 기억합시다.
그렇게 실천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없는게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하긴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무리해서라도 가지고 살죠.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주위의 영향! 절감합니다!! 자존감 부족과 자기 비하에 사춘기까지 겹쳐 언제나 힘들었던 우리 애가 느긋한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점점 누그러지며 본인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씩 발견하는 걸 보면 주위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겠더군요.
지난 번에 올리신 글도 그렇고, 내면이 건강한 분이신 것 같아요. 배우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의 공허함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요. 나 자신을 vvip로 대접하라.. 언뜻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소비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사실은 나를 잘 돌보라는 말이네요. reparenting 좋은 말이네요. 실전편 2탄, 3탄도 기다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