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개그) 우리말의 어려움, 사랑방에선 사랑을 안하는가 'ㅅ'
아침에 일어나보니 같이 서울에 출장갔던 한국계미국인 클라이언트가 이메일을 보내서 출장 비용 정산하는데 사랑방이란 이름의 음식점을 Loveroom으로 번역했더니 이런저런 의혹이 일고있다고 네가 말좀 해달라고 (농담을) 하더군요. 그분 하는 말이, 난 거기서 김치피자랑 막걸리밖에 안 먹고 마셨는데 그때 낸 돈 2만원으로 무슨 사랑을 사겠니, 하고 구구절절. 아니 그러길래 러브룸이 뭐니 러브룸이... 신종 퇴폐업소같잖아욧.
그러고보니 사랑방에 "사랑 (love)"이 들어있네요. 해석의 참신함에 감탄을 하면서 사랑방은 한자 어원이라고 설명을 해주고 네이버 한영사전의 정의를 긁어서 보냈는데 글쎄 여기엔 reception room in a house for male guests 이렇게 되어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남자손님만 모인다는 건 또 무슨 의미냐 하면 하고 설명을 덧붙였는데, 이 분이 우리말을 아예 못하는 사람도 아닌데 이거 좀 어렵네요. 'ㅅ'; 이래서 우리말이 어렵다고들 하나봐요.
러브룸;;;;;;;; 음란마귀에 씌였다고 할수도 없고 안할수도 없고 그러네요;;;
'ㅅ' 2만원으로 사랑을 어떻게 사냐고 강변하시더군요. 전 안물어봤는데 흑
저도 이 사랑방, 사랑채라는 것이 한자 舍廊房 이라는 걸 알기 전까지는 순수 우리말 '사랑' 인 줄 알았어요. 부부가 본채에서 아이들이나 부모님 눈치가 보일 때 사랑채로 이동하여 사랑을 나누는 것에서 유래한....
어머 부끄 'ㅅ'*
제 상상력이 부족해서였을까요. 저는 요 얘기 듣고 흠 그러고보니 사랑방엔 사랑이 들어가네 했어요.
어디까지나 제 짐작입니다만 개그감을 좀 중시하는 분이라, 이걸 앞으로 몇 년 동안 개그소재로 우려먹을 것만 같습니다. 이 이메일에도 제 상사, 자기 동료들 다 넣어서 웃기게'ㅅ' 보냈고요. 저도 이 분을 한 2년쯤 알고 지내는데 예전에 무슨 일 있었지, 하고 개그하시던데 그 소재 발굴 차원에서...
모국어라는 게 그렇더라고요. 당연하게 알고 있는 걸 왜? 하고 물으면 그 당연하게 알고 있는 것도 사실 좀 불완전한 지식이고 설명은 잘 안되고 그렇습니다.
한국어 배우는 일본인의 트윗글로 기억하는데, 왜 3시 25분은 삼시 이십오분이 아니고 세시 이십오분이며, 13시 25분은 또 십삼시 이십오분이 되는 건지 하는 식의 한탄이었어요. 왠지 제가 다 죄송해지더란....
그러고보니 __시 할 때 숫자 읽는 법, __분 할 때 읽는 법이 다르군요. 그러고보니;
외국어로 숫자세는 법은 참 어려운데, 우리 나라의 시간 읽는 법이 그중 최고인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외국인들이 우리말 배울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들었습니다.
옛날 조선시대에 상민들 말고 웬만큼 사는 계급은 부부가 같이 방을 안썼어요. 부인은 안채에 기거하고 남편은 사랑채에 기거했죠. 부인과 동침하려면 안채로 찾아가는 거구요. 결국 안채는 평소엔 여자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고 집안식구들 외에 외간남자는 함부로 기웃거리지 않았죠. 그렇기때문에 손님이 머물면 따로 손님방이 넉넉지 않다면 사랑채에서 바깥주인과 같이 잤고 그래서 뜻에 남자 게스트들의 방이라고 돼있는 것 같습니다
저 어렸을 때에 저희 할아버지댁은 굉장히 몰락한 시골집이었는데도 할아버지가 양반이랍시고 사랑채라고 무너져가는 대문간 기와집에서 따로 주무셨어요. 할머니는 본채의 안방을 쓰시고 밥상을 맨날 사랑방으로 날라다 드렸어요. 사랑방 벽에는 갓과 두루마기가 걸려있고 집안 행사엔 꼭 그거 입고 다니셨죠. 제가 10대때 두분 다 돌아가셨는데 그전까지 할머니가 불쌍하고 여러가지로 할머니를 고생시킨 할아버지를 속으로 굉장히 미워했어요. (손자가 아니라 손녀라고 절 투명인간 취급했던 건 안비밀...... 돌아가실 때까지 할아버지랑 인사말과 절하는 거 빼곤 제대로 대화 한 번 못해봤다면 남자분들은 못믿으시겠죠? )
댓글 잘읽었습니다. 저는 사실 격식차린 한옥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방, 사랑채라고 해도 잘 와닿지가 않아요. 그래서 처음 저 질문을 받고 검색해보기 전엔 음, 그러니까 거실같은 거 아닐까, 하고 알려줬고, 저 위의 사전 정의만 딱 검색해보고는 조선후기의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여자 남자 공간을 따로 쓰는 상황의 방 이름이다, 해줬는데 설명 읽어보니 그렇게 틀린 얘기는 아니어서 좀 안심했어요.
조선시대 수준으로 남녀차별이 심했던 시절에는 생활공간을 따로 두는것이 그나마 여성들에게도 편한 일이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조선후기 문화사는 부끄러울 정도로 모르지만 그런 해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