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밤 -바진, 장황 홍련 ost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괴로웠습니다.

읽은 지는 며칠이 지났지만, 시국도 어수선하고 이 소설을 읽은 뒷맛이 워낙에 둔중해서

뭐라 감히 말을 꺼내기가 두려운 느낌이랄까요, 그런 게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토록 괴롭고 화가 치밀고 가슴 답답한 경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옛날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를 읽을 때조차 이러진 않았는데

바진의 <차가운 밤>은 제목 그대로 차갑고 축축합니다.

차갑고 어두우며 먼지와 안개에 점령당한 도시,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나라는 황폐하고 피난민들은 가난과 추위에 떨어요.

오랜 전쟁으로 빈곤과 질병, 실업이 더께처럼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어서 지치고 혼란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희망도 없고 나아질 거라는 기대조차 없는 삶을 살아가는 가족이 등장합니다.

부부는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인데 전쟁으로 피난을 오는 바람에 살림이 형편없어집니다.

나이 든 홀어머니와 아들, 이렇게 네 가족은 전기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전쟁통의 도시에서 힘겹게 살아갑니다.

남자는 출판사에서 교정 보는 일을 하는데 박봉에 시달리고 폐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죠.

여자는 은행에서 일하고 남편보다 벌이도 낫고, 활기가 넘치고 열정적인 타입입니다.

할머니는 아들과 아내 사이를 못마땅해하죠. 이간질하고 끊임없이 며느리를 괴롭힙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닮아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캐릭터.

이 모래알 같은 네 가족이 그려내는 일상이 숨통을 조여와요. 읽는 내내 짜증이 났지만, 책을 손에서 떼질 못했어요.

결국 인내하며 다 읽어냈지만, 정말이지 우울해서 술을 마셨어요,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바로.

이 중국작가의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누구 하나 동정이 안 갑니다. 갑갑할 뿐이에요. 왜냐하면 그때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인생이 참...

 

 

저는 좋은 영화가 있으면 반복해서 봅니다. 코엔 형제의 <파고> 같은 경우는 몇 번을 봤는지 기억조차 못하겠어요.

어림 잡아도 수십 번은 봤을 텐데, 볼 때마다 새로워요. 그런 영화들이 있죠. 계속 보게 되는 영화들.

그런데 <장화 홍련>은 개봉관에서 한 번 보고 더는 안 봐요. 보고 좋았는데, 다시 보고 싶지 않더군요.

그런 영화들이 있죠. 볼 땐 좋았는데 다시 보기 싫은 영화들. 저에겐 이창동 감독의 영화들이 그런 부류에 속합니다.

<밀양>만 두 번 보고 나머진 개봉관에서 한 번 보고 끝이에요. <장화 홍련>의 두 자매를 보면 괴로워서 그런가봐요,

하지만 <장화 홍련>의 ost는 자주 듣죠. 이병우의 음악은 정말 아름다워요, 특히 에필로그!

 

 

    • 오랜만에 들으니깐 너무 좋네요... 뜬금없지만 김연아가 저 노래로 프로그램 하나했으면 좋겠어요~
    • 차가운 밤 좋았어요...빨리 읽히기도 했고...@_@
    • 꽃과 바람/ 빨리 읽히긴 하죠. ㅠㅠ
      저는 읽기 괴로워서 어서 빨리 이 책이 끝나기를 바라면서 읽었어요. 남자의 우유부단함과 여자의 즉흥적인 감정변화, 그리고 봉건적인 시어머니의 투덜거림이 어두운 사회 배경과 겹치면서 괴롭고 괴로웠어요. 좋은 소설이라는 데엔 동의합니다.
    • 책 표지의 붉은 장미가 그려진 치파오와 장화홍련의 붉은 이미지가 잘 어울려요. 이 책이 읽고 싶어지기도 하고 꺼려지기도 해요:)
    • 저도 재미있게...라기보단 잘 읽었어요. 지역은 다르지만 같은 시기의 세계대전을 다루고 있는 이언 매큐언의 <속죄>도 좋았습니다(영화 <어톤먼트>의 원작이죠, 영화도 무척 좋구요). 요즘 우리나라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이상하게 완전히 남의 일 같지 않은 게 이런 류 소설의 또다른 감상포인트랄까요.
    • 孤雲/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저 혼자 괴로울 순 없죠. ^^;;;
      농담이구요, 정말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훌륭한 소설입니다.

      Paul./ 속죄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시국도 그렇고 개인적 상황도 갑갑한 지라 책은 안 당기지만 덕분에 장화홍련 음악은 오랜만에 잘 들었습니다.
      최근에 밀양, 용기를 내서 두 번째 감상했는데 역시나, 그날 밤 제대로 숙면하지 못했어요.
      전도연도 연기를 잘했지만 문소리가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싶더라고요. 감독님은 말많은 동네에서 참새들 입방아 오르내릴까봐
      캐스팅하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떠셨지만요.
      밀양,이전의 작품들은 정말 다시볼 엄두가 나지 않지만 밀양,부터는 소재랑 주제가 우리 현실과 보다 가까워져서일까요, 그나마 다시 볼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이래놓고도 '시'는 아마 올해 안에는 다시보지 않을 거에요.; 보는 동안 가슴 속 파장이 너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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