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흘러가는게 맞는걸까요?


할아버지가 요양병원에 계십니다.

정신을 놓친지는 한참되셨어요.

가끔 할아버지의 생생했던 젊은 시절을 생각해요.

그런데 8인실 병동의 노인들이 모두 다 누워있는걸 보면 삶이 뭘까 그런생각이 들어요.

열심히 살고 자식들 다 키우니 병이 와서 어느날 정신을 놓친 노인들이

8명이 한방에 모여서 간병인들의 케어를 받으면서 귀저기를 갈거나, 잘못하면 혼나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밥먹고 누워있다가 점심먹고 누워있다가 저녁먹어요.

그나마 좀 사정이 괜찮아서 몸만 좀 불편하지 정신은 멀쩡한 분들은 TV도 보고 여기저기 거닐어 보지만

시외곽에있는 요양병원에서 갈데는 뭐 그리 많지않죠.


할아버지께 사가는 빵을 좀 좋은걸 사가려고 하면, 부모님은 할아버지는 이제 맛도 모르시니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맞는 말이예요. 할아버지는 이제 맛같은건 전혀 모르시고 그저 손에 뭔가가 잡히면 드십니다.

그런데 그래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를 돌보는건 부모님이기 때문에 제 마음대로 뭘하거나 두분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왜냐면 저는 그나이가 아니고 또 그 입장이 아니면 모르는 뭔가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깐요.

제가 참견할 일이 아니죠.


그래도 할아버지를 떠올리거나 할아버지를 보면 사는게 대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성실하고 근면하신 할아버지. 평생을 성실하게 살았고 그런데도 돌아가시는 마지막이 참 외롭네요.

그걸보면 삶에 인과응보라는게 있나? 삶이 허무하고 참 부질없단 생각을 많이 하게됩니다.

저는 어릴적에 할아버지를 많이 좋아했거든요.


근데 할아버지를 왜 모시지 않냐고 누구에게도 말할수 없죠.

환자를 돌보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니깐요.

제 부모님이 아프면 저도 병원에 모셔다 놓고 2주에 한번 3주에 한번 가게 될까요?

부모님은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실까요?


옛날에 고려장(일제의 날조라지만)때도 할머니 버린 지게를 아들이 메고 가면서 나중에 아버지 가져다 놓을때 쓸거랬던걸 보고

아버지가 맘을 고쳐먹고 어머니를 다시 모셔오는 이야기가 있죠.


늙고 병들면 민폐고, 늙는게 건강하지 못한게 한사람이 짊어지는 개인의 문제가 되어버린것 같아요.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한지는 딱 찝어서 말을 못하겠네요.


가끔 이렇게 살려고 태어난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어릴때는 어린이집에서 어린이집 선생님들 눈치보며 살고 집에서는 부모 눈치보며 살고 


      초중고등 혹은 대학 다닐때는 선생님이나 교수들 눈치보며 살고 회사에서는 또 상사 눈치보며 살고


      늙어서는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간병인 눈치보며 살고...


      인생이 그런건가 봅니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때가 별로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멀쩡한 정신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 제 옆지기에게 늘 신신당부합니다.


      둘 중에 하나가 먼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자기결정권이 사라진 상태가 되면 존엄사를 도와달라구요. 


      그리고 그 도움이 사회적으로 불법이 아닌게 되기 위한 노력을 생전에 하자구요.


      스스로의 존엄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희생을 전가하고 싶지 않거든요. 


      '웰다잉'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의 출발점입니다.  

      • 그런식이라면 언젠가는 늙어서 살아있는것도 눈치가보이겠네요.

        웰다잉을 택할수도있는데 저리살아있다고.

        생명만은 순리대로 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

        웰다잉역시 지금젊은사람들이 상상한 노년기이지 노년이되면 어떤생각이들지도모르면서 합법화를 추진하는건 시기상조예요
        • 근데 순리라는 건 뭔가요? 인공호흡기 달고 링거로 포도당 주사하면서 사는 건 순리고 죽고 싶을 때 조금이나마 편히 죽는 건 순리가 아닌가요? 현대의학에서 순리를 어디까지로 볼 지는 누가어떻게 정하나요?
    • 어릴 때 외할머니의 쌈짓돈을 훔치고 야단 맞은 기억이 나요. 할머니가 헌금하려고 모아둔 거였죠. 두번째 서랍 옷 아래 갈색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힌 천원짜리가 있었습니다. 그 돈으로 친구들과 뒷산을 타고 문방구 앞에서 뽑기를 하고 저녁에 엄마에게 야단 맞았죠. 


      할머니가 중학생때 돌아가셨는데 그 작은 방에 사람들이 모여 무릎을 꿇고있을 때 저는 슬프지 않았어요. 그게 이상했죠. 언젠가 할머니가 집에 왔다가 돌아갔을때 잠결에 할머니가 가는게 너무 슬퍼서 엉엉 울었는데 그 때 다 울어버린걸까요. 


      제가 갓난아기였을때 할머니가 저를 키웠습니다. 부모님은 집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구요. 같은 동네의 연탄을 때는 낡은 집에서 할머니 등에 업혀 살았어요. 어머니는 긍정으로 가득찬 사람입니다. 늘 운동하고 자기 관리에 힘쓰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해요. 가난했기 때문이죠. 어머니가 할머니에 대해 얘기 한 건 몇가지 안돼요. 가난과 당뇨. 저에게도 주의를 주죠. 병력에 당뇨가 있으니 음식을 가려 먹어라. 




      할머니 어머니 나에게로 이어진 실이있다면 그걸 거꾸로 올라가는 건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래로 내려오죠. 당뇨, 헌금, 가난 그런 것들이요. 위로 올라가는 것은 기껏해야 재롱이나 추억 회상 같은 것입니다. 그마저도 중학생 이후로는 없어졌지만요. 아마 나중에 자식이 생긴다면 저도 자식에게 주고 싶지 않은 많은 것을 줄 것 같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랬듯이요. 어머니와 직접 얘기하는 것보다 나는 자식을 통해 어머니, 할머니와 얘기할 것 같습니다. 그게 가족관계의 어려운 점 같아요. 내려감으로 올라갈 수 있는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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