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뭠미 싶은데 끌리는 음식들.

제게 대표적인게 엽기떡볶이에요.
정말 후진 떡의 질감에 성의없는 토핑들에..국물은 맵고 자극적이기만하고..양을 어중간하게 많이 주면서 가격은 댑따 높게 받고 있죠.
일반 2500~3000원어치 시장 떡볶이를 그정도 가격에 사면 분명 훨씬 알차게 먹을꺼에요.

그런데 이상하게 가끔 생각이 나요.
처음 먹고 너무 큰 실망을 했는데 몇주후에 또 불러먹고..불러먹고..그러다보니까 이제 질이 나쁜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가끔 불러먹는 별식.

초등학교때 맨날 돈까스만 싸오던 얘가 있었어요.정말 일년 내내 돈까스만 싸왔어요.근데 그 돈까스가 이상했어요.
시중에서 파는 돈까스라고 보기엔 너무 후진..오동통함도 없이 바싹 말라 비틀어져서 납짝하고 얆은 돈까스였죠.
그걸 기름에 튀겨서 더 찌부러진 돈까스.먹어보면 질기고 딱딱하고 그랬는데요. 몇번 먹다보니 그 돈까스가 너무 좋은거에요.
뭔가 더 바삭하고, 더 고소하고..정말 아니다 싶은 불량 돈까스였는데 흔히 애들이 싸오던 오동통 미니돈까스들보다 훨씬
맛있게 느껴졌죠. 담백하니..그래서 애들도 그 아일 놀리면서도 그 돈까스 꾸역꾸역 먹긴 잘 먹었어요.일년 내내..


요즘 저희집 주변에 이런 이상한 음식의 새로운 강자를 찾았어요.
집에서 버스로 한정거장 정도 가면 중국집이 하나 있어요. 별로 그렇게 잘되는 곳은 아닌것 같은데..뭔가 외관이 독특하고 화교가 운영하는 곳이죠. 만두와 중국음식을 파는 곳.
특색은 분명 있어요. 만두를 먹으면 이건 먹어보지도 않았지만 평양만두가 이럴것 같아.싶은 맛이 나죠.
되게 맹숭하고..축축늘어지는 만두피에..부추가득..크기만 크고..가격도 비싸요. 그래서 사람들이 없나봐요. 파리만 날리는 것 같은 느낌.
같이주는 간장은 마늘범벅이에요. 여러모로 공장에서 받아서 만드는건 아니구나. 싶은 느낌은 들지만 썩 맛있진 않죠.

여기에서 꿔바로우를 파는데요.제가 꿔바로우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찹쌀 탕수육이요.쫄깃쫄깃.
여기 꿔바로우는 가격이 이상하게 싸더라고요. 대자가 15000원이던가..양도 적지 않더라고요.
왜이렇게 싸지? 했는데..일반 꿔바로우가 아니었어요.
돼지고기는 정말 얆은게 쬐끄맣게 들어가는데 요상하게도 떡이 들어있어요. 거짐 떡이 메인.돼지고기는 토핑.
그걸 찹쌀에 해서 튀긴건데..먹어보면 이렇게 맹숭맹숭할수가 없는거에요. 거의 떡튀김 느낌.
소스가 특이해요. 간장베이스의 탕수육 소스에서 기대할 걸쭉함이 전혀 없는 달짝지근한 소스에요.아무런 건더기도 없는...
그런데 이 소스에 떡튀김을 찍어먹는게 나름 괜찮더란 말이죠. 맹숭하니..부담없이..
분명 결코 맛있는 음식이라 불릴수 없는데 자꾸 손이 가더라고요.처음 먹을때도..
그리고 가끔씩 생각이 나요..

누가봐도 잘만들어졌고 아주 맛있는 음식이 아닌데도 중독성을 주는 음식들이 신기해요.
    • 부추만두는 중국현지에서 매니아가 많더군요.김치, 두부, 당면, 고기 등등 이것저것 들어있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왜이렇게 심플하지라며 의아했지만, 저 역시 대만에서 현지인이 소개해준 가게에서 꽤 맛나게 먹었어요. 물론 님 동네 가게는 퀄리티가 어떤지 모르지만요.

      그리고 해외에서 북한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들 보면 꽤 맛있었습니다. 그 외에 엽떡이나 돈까스에 대한 의견은 격렬하게 동의해요ㅎ
    • ㅋㅋㅋ표현 같은 게 퍽 재밌는 글이네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저도 음식 퍽 좋아해서 각종 맛집도 찾아다니곤 하지만 사실 미식이란 게 호사가들의 일이지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다양한 맛을 굳이 느끼지 못하고 살아도 괜찮지 않나 그냥 내 입에 맞아 잘 먹고 건강하면 되지 않나 이런 고민이요
    • 두번째 돈까스 아이는 어떤 배경이 있길래 저런 사연을 남기게 됐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오지랖스런 걱정도 들고 그래요. 저도 돈까스 좋아하지만 일년내내 (독특한) 돈까스라니.ㅠㅠ
    • 매운 떡볶이는 캡사이신으로 통각이 자극되어서 -즉 고통이 생성되어- 할 수 없이 중화시키려 우리 뇌에서 엔돌핀이 나와서, 그 엔돌핀 느낌 때문에 중독되는 겁니다. 그야말로 병 주고 약 주고. ㅠ.ㅠ 드시지 마세요


      매운 음식은 정~~~말 좋지 않습니다. 그냥 안 드시다 보면 잊혀지시리라 사료되옵니다.   

    • 엄마 도시락을 별로 안 좋아한 1인으로서 매일 돈까스만 싸온 아이가 무척 불쌍하네요
    • 돈까스 반찬 이야길 하니 생각나는 일화가 있네요. 저희 초등학교 때는 매일 밥반찬으로 오뎅만 싸오는 아이가 있었거든요. 


      각종 모양을 낸 고급 어묵이 아니라, 야채도 없이 기름에 볶기만한 얇은 오뎅이요. 반찬통에 칸막이가 있어도, 두 칸다 늘 오뎅이었어요. 


      여자아이였고, 남자애들은 걔를 '오뎅X'이라고 놀렸어요. 그러면서도 맛있다면서 맨날 뺏어먹으니까 여자애는 자주 울었어요.  그래서 저는 나쁜 아이들을 혼내주지 못했다는 게 제법 트라우마로 남았죠. 


      알고보니 그 애의 엄마가 시장에서 오뎅을 팔았고, 날이 지나면 상하니까 팔고 남은 오뎅을 항상 반찬으로 싸준 모양이더라고요. 오뎅 반찬 좋아해서 자주 먹는데, 가끔 그 아이 생각이 나서 슬퍼지네요.   

      • 놀리면서도 맛있다며 먹었다.. 저도 원글도 그렇고 이 글에서도 이 대목이 제일 슬프네요.


        저도 어렸을때 맨날 김치만 싸온다고 놀린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사나 궁금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도 굉장히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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