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울의 매운 냉면집들 그 첫번째. 청량리 먹자골목 할머니냉면


6번 국도 중 서울 동대문에서 청량리 역전까지의 구간인 '왕산로' - 흔히 종로거리의 연장으로 알고 있는 - 일대에는 냉면을 전문으로 하는 집들이 많습니다. 전통적인 평양이나 함흥, 서울냉면 계열은 아니고 1960년대 이후 생겨난 이른바 '시장통 냉면'들인데 일단 공통점이라면 매운맛을 필두로 해서 무진장 맵다는 게 특징이죠. 시장통이라서 값도 저렴하고. 대개 3000원에서 5000원 사이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정통 냉면은 아니지만 일단 호칭이 냉면이기 때문에, 부르는 사람에 따라서는 '시장통 냉면', '분식집 냉면' 등으로 따로 이름짓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일 유명하다고 생각하는 동인천의 화평동 세숫대야냉면 이름을 따서 '화평동계' 라고 불렀지만, 최근에는 화평동과 이 곳 경동시장의 맛은 좀 다르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일단은 '시장통 냉면' 이라고 통칭합니다.

어쨌거나 이들 시장통 냉면들이 냉면계의 뉴웨이브(!)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사실 광복 이후 냉면의 세분화를 따지면 정말 끝도 없이 갈라집니다. 방계까지 아우르다 보면 시장통 냉면이나 밀면 뿐만 아니라, 쫄면이나 모리오카 레이멘까지 퍼져나가게 되니(....) 게다가 아예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진주냉면이라는 것도 있죠.


일단 서울 동부의 유명한 시장통 냉면을 꼽자면 대여섯 군데 정도일 겁니다. (*홍릉각은 중국집이고 평양냉면은 시장통계열은 아니지만 순전히 개인적인 사정 - 따로 표기하기 귀찮다는(....) - 으로 지도에 병기.)

경동시장 인근에서 유명한 집이라면 일단 이 정도일 텐데, 평양냉면은 정통 평양식이고 청량리 할머니 냉면과 육남매냉면이 일단 시장통 계열에서는 유명합니다. 물론 저 두 집 외에도 저쪽 골목은 세 집 걸러 한 집 꼴로 벌건 냉면과 두루치기, 빈대떡, 만두, 막걸리, 소주를 파는 구멍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동대문 쪽으로 오면 이 두 집이 유명하죠. 스타일이 좀 닮았습니다. 매운맛 정도는 가장 매운 것이 청량리할머니냉면-깃대봉-육남매-낙산냉면 순서일 것 같습니다. ('보통맛'의 경우.) 이들 냉면은 1) 매운맛의 조절이 가능하고 2) 비빔냉면에 냉육수를 섞으면 물냉면이 되는 스타일이라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서 이들 동대문 쪽 시장통 냉면집들을 한 번 리뷰해 보겠습니다.


1. 청량리, 할머니냉면


청량리 할머니 냉면은 청량리 현대코아 뒤쪽으로 형성된 시장통 먹자골목 중에서도 좀 안쪽에 있습니다.


대체로 이런 곳들 먹을거리가 참 저렴합니다. 고급 평양냉면 전문점에 비하면 1/3 정도. 그러면서도 "싼 게 꼭 비지떡은 아니거든요" 라고 주장하는 것만 같은 집들도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시장통 입구. 먹보냉면집은 사실 냉면보다는 만두가 더 유명하지만(....)


늘 손님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쉴새없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토요일 오후 세시 반인데 앉을 자리도 없네요.


가격이 참 착합니다. 영업시간도 밤 10시까지라서 저녁 못 먹고 집에 들어가는 날에 참 좋습니다.


자리가 나서 앉으면 일단 냉육수 통부터 제공됩니다. 시장통 냉면 계열이지만 제대로 된 고기육수가 나옵니다. 맛은 조금 진하게 간이 되어 있습니다마는...


살얼음이 동동....


왼쪽의 컵에는 뜨거운 육수가 들어 있습니다. 서빙되지는 않고, 보온통에서 스스로 따라 마시면 됩니다. 매운 것 먹고 화끈거리는 입을 달래는 데에는 오히려 더운 육수가 낫습니다.


냉면은 꽤 매운 편입니다. 매운 것 좋아하는 사람은 양념을 다 풀어서 먹고, 적당히 매콤하게 먹으려면 반 이상 덜어내는 게 좋습니다. 온육수 카운터 옆에서 양념 덜어내는 종지그릇을 갖고 와 덜면 됩니다.


일단 육수를 조금만 부은 후 마구 뒤섞어줍니다. 참기름과 고기육수를 써서 진한 풍미가 나고, 설탕이 좀 들어가서 뒷맛이 매콤달콤합니다. (만드는 걸 보니 거의 1큰술 가까이 들어가더군요.)


일반 분식집에서 보던 인스턴트 삶아놓은 면이 아닙니다. 전분 함량이 좀 높긴 하지만 제대로 삶아 냈습니다.


비빔으로 즐기다가 냉육수를 잔뜩 부어 물냉면으로 만들어 먹는 게 또 이 동네 냉면의 즐거움입니다. 이 곳 청량리 할머니냉면에서는 물냉으로 즐기려면 다데기 양은 절반이나 그보다 좀 덜한 정도가 좋겠더군요. 사진처럼 왕창 다 풀었다가는 입이 매워서 육수 국물맛을 다 못 보는 사태가 발생한지라(....)

가격대 성능비 면에서는 놀랍습니다. 3500원인데 그 가격 치고는 상당한 레벨입니다. 물론 설탕 단맛이 세고 조미료를 아예 안 쓴 것 같지는 않지만... 참기름 풍미도 나름 괜찮고 면과 꾸미도 괜찮네요. (솔직히 고깃집 야콘냉면 정도가 아닐까 예상을 했는데 그런 저의 예상을 싸대기 때렸습니다.)




다음편 예고 : 경동시장, 육남매 소문난냉면
    • 저는 저 육수가 조미료 육수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요?
      청량리 냉면은 노인들이와서 설탕을 한국자씩 퍼넣고...(이하 생략)

      저 가끔 직원들이랑 여기서 배달(까지 됩니다!)시켜먹었엇는데, 먹고나서 다들 호호 하면서 냉수 1리터씩 원샷했던 추억이 있죠.

      청량리 맛집들로는 주먹고기 집과, 허수아비 모듬전, 통골뱅이 등이 있습니다. 여기들도 리뷰. 아니면 번개라도 ㅋㅋ
    • 이 냉면집 체인점이 저희 동네에 자그마하게 있는데 몇 년을 그저 간판만 보고 들어가 본 적은 없네요. 먹어볼 까 싶었을 땐 아주아주 맵다고 해서 주저했는데 다데기를 덜어내면 되겠네요. 저 오이는 별로 맘에 안 들지만 한번 시도해 봐야 겠네요.
    • 예전에는 비냉하면 목구멍이 타들어갈 정도의 매운맛이 당연했는데, 요즘은 그런 냉면 찾기가 힘들더군요.
      한 번 가봐야겠네요. 정보 감사합니다.
    • 청량리가 서울역 근처인가요?


      먹을 것 번개 좋아요 흐흐 ⓑ
    • 전 들어가기 전에 만두랑 쿨피스 사들고 가요. 만두 사와 같이 먹어도 뭐라 안 하더군요. 홍대 앞에도 분점 생겼어요.
    • 제가 전에 갔던 곳이 경동시장집인지 여기인지 잘 기억은 안나는데,
      "싸구려 인스턴트" 냉면일 거라고 생각했던 냉면맛이 의외로 "제대로"라서 기분좋게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시내 중심가에도 여기저기 맛집들이 많다보니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가지는 않게 되더라구요.
    • EOTT/ 조미료가 없진 않을 텐데, 조미료'만'으로는 저 맛이 나오진 않을 것 같더군요. 그리고 메뉴에 '호주산 사태살'이라고 원산지표시가 되어 있기도 하고...
      복숭아발톱/ 전 절반도 많더군요. 1/3 정도면 물냉으로 적당하지 싶습니다. 비냉은 그보다 조금 더...
      ennyBeckman/ 1호선 지하서울역~지하청량리 구간이 1974년 당시 1호선 개통구간이었죠(...) 지하철로 한 20분쯤 걸립니다.
      gourmet/ 요즘 그런 손님들이 많은지 외부음식 반입금지란 팻말이 생겼더군요; 홍대에서는 동아냉면 분점은 봤는데 할머니냉면 분점은 아직 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고보니 닉네임이 구르메(!)시군요.
      mithrandir/ 제 경우는 제기동 평양냉면집이 그랬습니다. 정말 본격적인 게 나오더군요. 단골이 되니까 가끔 할매가 곱배기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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